'국익' 팔아 파병 연장 부추기는 언론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찬성하는 신문 사설 비판

등록 2007.10.25 10:48수정 2007.10.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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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2004년 처음 자이툰부대를 파병한 이후 벌써 네 번째 기간 연장이다. 올해 말까지는 반드시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서 철수시키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은 이번에도 미국의 계속되는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 압력으로 결국 거짓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밝힌 기간 연장의 이유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한국 기업의 이라크 유전개발이라고 한다. 이는 정부가 애초에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부터 이라크 파병이 정치적·경제적인 국익을 가져온다며 펼쳤던 케케묵은 국익논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2007년 현재 한국이 이라크 파병으로 얻은 국익이 정말 존재하는가? 선뜻 대답을 하기 힘든 이 질문에 보수 언론들은 당연하다는 듯 다시금 국익 논리를 들고 있다.

 

이라크 파병, '국익'은 존재하는가?

 

한국국방연구원 등은 자이툰 부대가 올 연말 철수하면 한국 기업들이 이라크 석유채굴권 확보와 전후 복구사업 진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우리가 베트남전에서 막대한 정치·경제적 이익을 본 것을 생각할 때 이 같은 우려를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한 것은 한국 지위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이지만 정치·경제적 실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자이툰 부대원들이 흘린 땀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신중하고도 현실에 적합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세계일보> 10월 22일자 [사설] '자이툰' 철군시점, 국익 고려해야 한다)

 

한·미 동맹관계, 6자회담과 관련한 미국과의 협조, 한국 기업의 쿠르드 지역 유전 개발과 재건 사업 진출, 한국군의 해외 경험 축적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서둘러 완전히 철군하기보다는 병력 규모를 줄여서라도 파병 기간을 좀 더 연장하는 것이 국익에 맞다고 우리는 본다.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한 것은 어차피 국익 때문이었다. (<중앙일보> 10월 22일자 [사설]자이툰 파병 연장, 국익에 따라 유연하게)

 

정부는 19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자이툰 부대의 철군시기를 조정해 내년 말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에 중요 변수인 6자회담의 진전 상황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우선 고려하고 국내 기업의 이라크 현지 재건 사업과 유전개발 참여의 이해관계를 감안해 파견기간을 연장한 것은 명분과 실질을 두루 갖춘 선택이라고 보고, 국회는 전례대로 자이툰 부대가 현지 사회와 군대파견 각국으로부터 받아온 명성과 신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10월 22일자 [사설] 자이툰 파병연장, 국익(國益) 좇아 진취적으로 판단해야)

 

명분도 없는 미국의 석유 전쟁에 동참하여 ‘이익’을 얻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경스럽기 짝이 없지만, 백 번 양보하여 ‘국익’이 정말 있는지 따져보자.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활동으로 경제적 국익 창출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와 연구기관의 전망은 극히 비관적이다.


국책연구기관과 금융기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석유법을 둘러싼 종파 갈등과 정부의 빈약한 재정상태 등을 볼 때 쿠르드 지방정부(KRG)가 추진하는 재건사업은 채산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특히 “이라크처럼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큰 곳에선 손실에 대한 현지 정부의 보증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에 관련하여 KRG가 파병국 기업에 특혜를 줄 것이라는 판단은 명백한 오산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10월 19일자 <서울신문> 기사 "자이툰 파병 경제 실익 없다"에서 인용)


이뿐만이 아니다. 2004년 파병 당시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미국은 550억 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한국을 핵심그룹으로 선정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 역시 이라크 전후 처리가 수렁에 빠지며 물거품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오히려 국외파병비용 3000억원과 김선일씨, 윤장호 장병과 같은 젊은이들의 죽음, 그리고 한국은 친미·친 이스라엘 국가라는 중동의 싸늘한 시선만이 고스란히 남았다.

 

자이툰 부대 철군이 진정한 국익이다

 

조선일보의 22일자 사설 “자이툰 부대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를 보면 조선일보는 자이툰 부대의 규모를 1200명에서 600명으로 감축하여 주둔을 1년 연장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원을 절반이나 줄인 “자이툰 부대가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자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자이툰 부대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젊은이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 맞다. 종속적인 한미 동맹 속에서 미국의 눈치만 보거나, 있지도 않은 국익을 목 놓아 외치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 명분도 없고, 국제 여론도 등을 돌린 미국의 침략 전쟁에서 자이툰 부대를 당장 철군시키도록 요구해야 하는 것이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익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대 언론비평 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0.25 10:4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서울대 언론비평 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이툰부대 #파병연장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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