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땅 밟고 여객선으로 떠나는 제주도여행

느림의 미학, 하루일정으로 떠나는 나만의 제주도여행코스

등록 2007.11.06 16:29수정 2007.11.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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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배를 타고 간 제주도

제주도. 내가 처음 바다를 건너 제주도를 여행했던 것은 지난 90년의 일이다. 남도 땅끝 해남이 고향인 절친했던 대학친구와 함께 3박4일 제주도여행을 떠났던 것이 그 시초다. 당시엔 완도에서 가까운 해남이 고향인 친구의 경험 덕에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이후에 제주는 매년 한번은 꼭 찾아보는 곳이 되었다. 육지를 떠나 바다를 건넌다는 왠지 모를 설렘과 제주만의 향토적인 풍경이 주는 여행의 묘미 때문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일정이나 업무상 떠나는 제주도 출장길이 아니면 반드시 완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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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항 완도항 전경 ⓒ 유태웅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면 한 시간이면 족히 제주에 도착할 수 있다. 비행기가 아닌 다른 교통편을 이용한다면 그중에서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완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항에 도착하는 것이다.

부산이나 인천, 목표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배편도 있지만, 육지를 떠난 지 3시간 20분만에 제주에 도착하는 완도발 카페리호의 속도감(?)을 따라잡을 배는 없다. 배에 승선해 3시간 정도 즐길 수 있는 남해바다의 푸른 질감은 여행의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넉넉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 여행길의 가장 큰 매력은 남도 땅을 고루 여행자의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배를 타기 위해 완도로 가는 길에 펼쳐진 남도 땅. 광주를 거쳐 완도에 이르는 길에서 만나는 나주, 해남, 강진 지역의 산과 들판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푸근하기만 하다.

여행 일정이 좀 넉넉하다면 완도항에서 하루 숙박하는 것도 좋다. 장보고의 자취가 남아 있는 청해진 본산을 둘러보거나 가까운 연륙교로 연결된 신지도를 구경하는 것이다. 혹은 완도항에서 맛볼 수 있는 전복이나 활어회 등 남도바다의 향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면 여행의 기쁨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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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항 활어시장 활어시장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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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리호 완도와 제주를 왕복하는 여객선 ⓒ 유태웅


완도와 제주를 오고가는 여객선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

완도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카페리호는 시기에 따라 하루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운행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배편은 오후 3시 30분경에 출발해 오후 늦게 제주항에 도착하는 배편이다. 이 시간대면 당일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해서 저녁 무렵이면 제주에 도착할 수 있는 배편이기 때문이다.

완도와 제주를 오고가는 여객선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완도항을 빠져나간 배가 제주도를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서서히 남해바다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서편제>의 무대가 되었던 청산도나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신지도 등이 여객선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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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 제주도가는 뱃길 ⓒ 유태웅


완도를 출발한 지 1시간 20분 정도 지나면 어느덧 멀리 제주도 해안선이 눈에 들어온다. 배를 타다 보면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제주도가 육지에서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느낄 수 없는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거리감이다.

3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바다여행 동안 가능하면 내부 선실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여객선 난간에 걸터 서 있거나 외부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남해 바다풍경을 마음껏 눈에 담는 것이다. 탁 트인 넓은 시야, 짙푸른 바다는 마치 몸 속에 흡수되는 스포츠 음료처럼 온 몸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제주도 해안선과 한라산이 점차 선명하게 보이는 오후 늦은 시간엔 서쪽 해안선으로 석양이 물들기 시작한다. 마치 황금들판을 연상하게 하는 석양의 바다풍경은 이 여행길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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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 제주가는 뱃길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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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 제주항의 일몰풍경 ⓒ 유태웅


이때쯤이면 대부분의 승객들은 모두 객실에서 나와 제주도 해안선과 바닷가에 펼쳐지는 석양의 장관을 구경한다. 마치 제주도를 방문하는 여행객을 위해 펼쳐지는 대자연의 환영의식 같다.

완도에서 배타고 제주도로 떠나는 나만의 여행길. 비록 하루 일정이 걸리는 제주행이지만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넉넉한 여행객이나, 남도의 푸근한 풍경을 눈에 담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추천해 주고 싶은 여행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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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배타고 떠나는 제주도여행 나만의 특별한 제주도여행 코스 ⓒ 유태웅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덧붙이는 글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제주도 #완도 #가을여행 #카페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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