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성의 일본이 섬세하다고?

<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 서평

등록 2007.11.07 16:20수정 2007.11.07 16:32
0
원고료로 응원

ⓒ 책세상

ⓒ 책세상

일본은 '양면성'이다. 우리가 일본을 생각할 때도 양면성이다. 식민지배국으로서 일본에 대한 감정은 극단적이다. 하지만 일본 공산품에 대한 생각은 선망이다. 일본 문화는 아직 나에게 생소하다. <철도원>이라는 영화를 보고서 '사무라이' '천황제' 국가 문화 속에서도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놀라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일본 문화를 접하지 못했다. 

 

박현수의 <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을 읽고서 일본 문화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다. 제목을 보면 약간 놀랍다. 일본 문화가 섬세하다면 국수주의·천황주의·극우주의가 번창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박현수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장르를 소설이라고 한다. 근대 일본 소설은 '사소설'이다. 쉽게 말해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소설이다.

 

박현수는 일본의 '사소설'이 일본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말함으로써 우리가 일본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의 사소설은 지극히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 심리의 변주나 일상의 경험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소설임을 말하고 있다. 그중에 <이불>이 대표적이다. 인용한 <이불>의 내용을 보면서 일본 근대문학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항당과 유치함이다.

 

뜬구름과 파계. 파계는 새 시대에 각성한 개인을 통해 옛 사상과 충돌에서 생기는 고민을 그려낸 작품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섬세하지만 너무나 개인적인 구도이다. 인간은 사회라는 공동의 장에서 일탈하여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개인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는 일본 문학의 참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박현수는 사소설을 일본의 국가주의적 팽창과 연결하고 있다. 개인과 국가는 동반자가 아니라 상반된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가? 지극히 개인적 소설이 국가주의와 연결된 일본 사회를 사실 이해하기 힘들었다. 전혀 무관하다. <이불>이 나올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국가주의가 태동했다. 국가는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은 서구사회에 대한 지나친 동경과 열등감으로 스스로 존중하는 길을 잃어버렸다.

 

"서구를 보편으로 보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서구의 근대가 흔히 생각하는 본연적, 긍정적 모습을 갖춘 것은 서구 자체의 현실에도 거의 없다. 단지 서구의 근대를 보편자로 여기는 사고가 있을 뿐이다. 서구 근대 기획은 그 내재적 계기로 비서구에 대한 식민지화를 요구하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서구는 그 자신과 근대, 보편주의와 오만한 삼위일체를 통해 서구 외의 세계를 조련하거나 배제해야 할 타자로 간주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리 자체가 서구와 비서구를 우월/열등, 문명/야만, 원본/복사이라는 대립항의 설정과 연결시켜 식민지와 제국주의의 관계를 합리화하고 공고화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124쪽)

 

일본은 이 논리에 갇혔다. 자신들의 현실은 열등하고 서구는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구가 되기 위하여 노력했다. 일본 메이지 유신은 이를 위한 유신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하여 강력한 국가를 건설한다. 일본은 위대하지만 그 외에 아시아는 모멸한다. 그 중심에 조선이 있었다. 후쿠자와 유기치는 그 중심 인물이다. 조선은 열등하다. 더럽다. 그럼 조선은 정복의 대상이며, 모멸을 받아도 당연한 나라가 아닌가?

 

일본천왕제는 일본 사회가 아직 국가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그 반대편에는 신민, 거룩하신 천황을 위하여 존재하는 신민. 천황의 신민이 된 것 만해도 감사할 따름다. 거기에는 인간이 존재할 수 없다. 일본은 '서구'에 경의를 표하는 것 같다. 자신들을 아서구라 하지 않았던가? 이런 일본 사회구조는 일본문학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문학 자체가 담아야 할 개인과 보편성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을 지배하는 것은 문학이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문학은) 감성의 미묘한 뒤얽힘과 세밀한 음영의 묘사, 인물의 배치나 성격 등에 대한 형식적 기법척 천작이다."(134쪽)

 

지금도 일본은 망언 중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문학이 담고 있는 이런 내면성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일본 문학에 섬세하지만 이런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요즘 일본 소설이 많이 읽히고 있다. 일본 소설이 지극히 개인적이라 말하지만 일본 소설 역사가 이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일본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   박현수 지음 ㅣ 책세상 ㅣ 3,900원

2007.11.07 16:2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일본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   박현수 지음 ㅣ 책세상 ㅣ 3,900원

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

박현수 지음,
책세상, 2001


#일본문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왜 여자가 '집게 손'만 하면 잘리고 사과해야 할까
  5. 5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