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가판독자를 주목하시라

[미주알 고주알] 삼성과 시사인의 '인연'

등록 2007.11.08 15:41수정 2007.11.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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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잡지치고는 요즘 <시사IN>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시사IN> 1호에 나온 신정아씨 인터뷰 기사나, 최근 연일 쏟아내고 있는 삼성 관련 의혹기사들이 제법 영향력을 발휘한 때문일까. 아니면 '시사저널 출신 기자'라는 메리트가 작용한 탓일까. [관련 내용]

 

아무튼 독자의 입장에서 <시사IN>(이하 <시사인>)이 연일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은 다행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시사인>의 독자층을 남녀노소, 진보와 보수, 월급쟁이와 사장 등 여러 가지 특성으로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가판구독자와 정기구독자로 구분해 볼 수도 있을 같다.

 

a  시사IN 5호 표지 사진

시사IN 5호 표지 사진

시사IN 5호 표지 사진

내 경우엔 '시사모' 회원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얼마 전까지도 <시사인>의 정기구독 요청 전화를 받곤 했다.

 

그때마다 마치 빚이라도 진 사람처럼 오그라들며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결국 나는 <시사인>의 정기구독자가 아닌 '자발적 가판구독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그나저나 서울시가 조만간 거리의 가판대도 대거 철거할 모양이던데, 이참에 정기구독을 신청해 '지름신의 강림'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사인>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잡지를 구독하는 독자층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것이다. 정기구독은 독자로부터 '확정금액'인 구독료를 미리 받아 안정적인 재원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정기구독을 어렵사리 거절한 이유가 있다.

 

첫째, 입소문처럼 무서운 광고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언론의 초반 승부는 정기구독자의 숫자에도 달렸지만, 가판대에서 얼마나 팔리느냐도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판에서 "<시사인> 있나요? 여긴 왜 없죠?"라는 말 한마디 또한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광고'가 될 수도 있으니까.

 

둘째,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 경우엔 <시사인> 기자들이 <시사저널>에 있을 때도 정기구독을 하지 않았다. 매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가판대에서 <시사저널>을 직접 사서 보곤 했다.

 

그 이유는 <시사저널> 게시판을 통해 정기구독자들이 금요일쯤에나 잡지를 받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중요한 기사가 나오면 기다렸다가 읽는 느긋한 성품이 못된다(<시사인>은 잡지를 독자에게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묘안을 내 주길 바란다).

 

셋째, 정기구독의 경우 배신을 때리거나 외도를 할 수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가끔 주간잡지인 <한겨레21>이나, <주간동아>에서 눈길을 끄는 반짝이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번 주엔 외도 한 번 할까 하는 식의 '입질이 슬슬' 오기도 하는 것이다.

 

혹시 누군가 이런 '사태'를 두며 "둘다 사면 되지, 단돈 3천원이 그렇게 아깝냐"고 말한다면, 더도 덜도 말고 한 서너 달만 임금 체불로 고생해 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만약 그런 경험을 한다면, 단돈 3천원으로 어떤 잡지를 사야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자의 비애를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기자들이 고생 끝에 탄생시킨 <시사인>이 선전하고 있다니, 가판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이참에 삼성에 부탁하나만 하자

 

논점이 다소 엇나가긴 하지만, 이왕에 <시사인>을 화두로 꺼낸 마당이니 삼성 측에 부탁하나만 하고 싶다. 삼성 입장에선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프겠지만 요즘 전 삼성 간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장안의 화제다. 물론 삼성과 인연이 깊은 <시사인>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 연일 기사화 하고 있다. 개중에는 특종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최근 전직 <시사저널> 기자들은 삼성 관련 기사를 누락한 사건을 계기로 퇴사해 <시사인>이란 새로운 주간지를 창간했다. 그러고 보니 삼성과 <시사인>은 참 묘한 인연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사사인>은 김 변호사 덕분에 전 직장에서 못다 쓴 삼성 관련 기사를 원 없이 쓰고 있는 듯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어쨌든 '삼성사태' 덕분인지 요즘 시중에는 '경제 권력, 경제 독재'라는 표현도 새삼 유통되고 있다. 이는 삼성에 대한 일반의 시선이 이전보다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라는 '외나무다리' 위에서 또다시 <시사인>(전 <시사저널> 기자들)과 맞닥뜨렸다.

 

이번만큼은 삼성이 <시사저널>의 '기사 누락 사태'와 같은 구설수 대신 논리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번엔 <시사인>과 삼성이 정정당당한 논리 싸움을 펼치길 기대한다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사IN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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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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