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코차밤바)
양학용
"3년 정도만 더 일해서 이 아이들 다 졸업시키고 나면,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바로, 여행. 미겔과 데보라(볼리비아에서의 우리 이름)처럼 말이에요."
그날 이후 안나와 우리 부부는 문법공부보다 얘기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안나는 우리 여행이야기를 듣고 싶어했고, 우린 안나의 만만치 않았던 삶 이야기를 듣길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 가족과 함께 밀림지역의 '차파레(Chapare)'에 낚시여행을 가서 '이'에 잔뜩 물려오기도 했고, 아이들이 우리 아파트로 놀러 오기도 했다.
드디어 안나 선생님의 생일날... "디오스 미오!"그러던 어느 날, 우린 안나의 생일을 알게 되어 아이들에게 깜짝 파티(sorpresa fiesta)를 제안했다. 파티 음식은 아내와 내가 준비하고 아이들은 미리 와서 풍선이랑 축하카드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드디어 안나 선생님의 생일날. 오후 내내 지지고 볶아서 김밥, 불고기, 잡채, 호박전, 상치겉절이, 된장국… 한 상 가득 생일상을 차려놓았다. 그런데 수업시간 1시간 전에 오기로 한 아이들은 감감무소식이다. 안나만 정시에 와서 수업을 시작했다.
"미겔! 오는 무슨 일 있어요? 왜 자꾸 시계만 보며 딴생각이죠?"아무것도 모르는 안나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연방 시계를 쳐다보지만, 결국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아이들은 연락도 없고 안나는 가방을 챙긴다. 하는 수 없다. 아내가 방에서 "Feliz Cumpleanos!(Happy Birthday)"라고 종이로 만든 플랜카드를 들고 나와 '짠'하고 펼쳐보였다.
"디오스 미오!!(Dios mio, 오 마이 갓!)"안나는 동양의 낯선 요리들로 한 상 가득 차려진 생일상을 보더니 눈물이 그렁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