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훈자마을. 울로 만들어진 '훈자모자'를 쓴 할아버지들.
양학용
붉은 사막의 오아시스, 퀘타 바자르에 폭탄이!파키스탄 퀘타에 도착했을 때였다. 도시 초입에서부터 수상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 바리게이트가 쳐지고 사거리에는 탱크까지 나와 있었다. 버스터미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호텔(여관)까지 가는 사이에 기관총을 내건 군용 지프가 몇 대씩이나 지나갔고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어디론가 바삐 달려갔다.
“어머! 무슨 일이야? 전쟁이라도 난 거 아냐?”
아내의 말과는 달리 사실 그때까지도 우린 상황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하얀 콧수염이 덥수룩한 주인장에게 대수롭지 않게 물어보았다.
“밖에 무슨 일이에요?”
“바자르(시장)에서 폭탄이 터졌어. 사람이 많이 다쳤대.”
그도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리곤 오늘은 외출하지 않는 게 좋겠다,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니 걱정 말라, 고 덧붙였다. ‘폭탄’이라는 단어가 나의 신경을 잠깐 자극했지만 흐리멍덩한 머릿속까지 자극하진 못했다.
그날 우리는 딱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파키스탄 동쪽 끝의 훈자마을에서 이곳까지 무려 4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버스를 타고 달려온 것이다. 아내와 나는 저녁도 거른 채 씻는 둥 마는 둥 침대에 그냥 쓰러졌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밖에 나갈 수 없다는 말만 했을 뿐, 누구 하나 자세히 얘기하려들지 않았다. “대체 뭔 일이야?” 궁금해지긴 했지만 우리에겐 해결해야할 민생고가 놓여있었다. 전날 저녁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배낭 안은 비스킷 한 조각도 없이 텅 빈 상태였다.
붉은 사막의 오아시스. 여행자들은 퀘타를 이렇게 칭송했다. 퀘타의 바자르는 색색의 채소와 과일이 넘쳐나는 총천연색의 경연장이라며 사막의 마른 침까지 삼키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아내와 난 미련 없이 비상식량까지 몽땅 버스 안에서 해치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