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합당 소식을 다룬 보도를 접하며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후보 측에 ‘여당이 도무지 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후보가 별의별 악재에 노출돼도 변함없는 강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당 상황이 백약이 무효한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표류한 여권 내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앞의 글에서 지적한바 있다.

하지만 통합신당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초심을 찾지 못하고 세의 통합에 집착함으로서 지난 1년간 지겹게 되풀이 해온 ‘도로열린우리당쇼’를 재탕하고 있다. 아니 ‘도로새천년민주당쇼’인가?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총선까지 50:50으로 지분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보도는 통합신당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연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민주정당인지 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또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공공연히 비난하고 금산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등 보수 일색의 성향을 보여 온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가 전통 지지층의 재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도 여전히 여당이 판세를 분석하는데 미숙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50:50의 지분에 대한 합의는 그 자체가 반민주적이다. 당은 지도부나 대선 후보의 사유재산이 아님으로 민주정당에서 누구도 밀실에서 지분을 타협할 권리가 없다. 따라서 지분을 두고 거래를 한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야합이며 3%라는 작은 지지율에 집착하여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이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이탈한 지지층을 재결집할 수 있다는 판단도 천부당만부당 하기만한 이유도 분명히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민주당과 분당한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몰아주었다. 이것은 호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즉, 지지층의 이탈과 호남 민심의 변화는 민주당과의 분당 때문이 아니라 여당의 정체성 표류 때문이었고, 구호만 난무하고 실천은 따르지 않는 개혁의 허구성 때문이었다.

따라서 민주당과의 합당은 많은 지지자로 하여금 민주주의에 대한 여당의 의지와 신념에 또 다시 의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될지언정 결코 지지층 재결집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없고, 추후 진행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내지는 연대 논의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여당의 단일화 과정은 지분은 민주당에 주고 정책은 창조한국당의 것을 차용하겠다는 것인 데 도무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 보도는 여당의 표류를 안타깝게 지켜온 많은 지지자를 또 다시 좌절하게 하고 있다. 여당은 많은 지지자를 이대로 떠나보낼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