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제2의 재테크?

사진 찍어서 3만원 벌었어요

등록 2007.11.13 11:06수정 2007.11.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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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화한 연꽃 사진들

인화한 연꽃 사진들 ⓒ 정현순

▲ 인화한 연꽃 사진들 ⓒ 정현순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한 장 더 골라봐. 그건 서비스야.”
“왜요?”

“아니 내가 장사도 아니고 사진을 돈 받고 주니깐 이상해서. 3장 이상 산 사람한테는 1장씩 서비스야.”

“언니 그렇게 안 해도 괜찮아요. 2000원을 줘도 3000원을 줘도 이런 사진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어요. 언니가 그만큼 고생해서 찍은 사진인데.”

“언니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었네요.”

 

그도 그럴 수밖에. 한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다음 그림을 그릴 소재가 걱정된다. 처음에는 모사화를 그리지만 어느 정도 그리고 나면 본인이 그리고 싶을 것을 직접 사진으로 찍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 소재를 찾아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내가 직접 사진을 찍어 그리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이다.

 

전시회를 한다거나 그림이 팔릴 경우, 다른 누군가의 그림을 모사한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모사화를 그린 것은 지금까지 3~4점뿐이고 사진을 직접 찍어 그려왔다. 그렇게 내가 찍은 사진으로 그림 그린 것을 본 친구들이 언제부터인가 잘 나온 사진을 빼오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취향을 모르니 어려울 수밖에. 하여 지난주에는 마음먹고 사진을 정리해봤다. 이번에는 연꽃만 정리하기로 했다. 1년에 2~3번씩 가는 연꽃 밭에서 찍은 사진을 몇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정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4~5년 전에 찍은 사진을 지금 보니 아주 서툴기 짝이 없다.

 

그런 부족한 사진을 다시 보고 있으려니 ‘이 사진은 무엇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웃음도 나왔다. 그런 사진은 이번 기회에 아예 삭제를 시킨 것도 많다. 모두 조금씩 다른 분위기가 나는 연꽃 사진과 가끔 다른 꽃 사진도 섞어서 70장정도 인화를 해서 12일 그림반에 가지고 갔다.

 

사진을 본 그림반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당분간 소재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면서.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하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곤 본인들이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기 시작했다. 사진을 고른 친구들이 한 장에 1000원씩 주면 되냐고 묻는다. 난 “너무 비싼 게 아닐까?” 했다. “아니 언니, 사진 찍으러 가려면 자동차 기름 들지, 택배비 있지, 빼는 값있지, 그 대신 언니 수고비는 하나도 치지 않았어. 만약에 이것을 그려서 비싸게 팔려봐” 한다.

 

내 마음 같으면 그냥 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한두 장이 아니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들 말대로 사진 빼는 데 들어가는 돈이 있으니 말이다. 그때 그림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고르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도 예외는 없어요” 한다. 선생님도 웃으며 “그럼요” 하면서 몇 장을 고른다. 그렇게 생소한 일을 하는 나는 정말 너무 어색했다.  

 

하여 생각한 것이 많이 산 사람한테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었다. 서비스라고 하니 친구들도 좋아한다. 그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한 친구는 “언니, 오늘 수입이 어땠어?  그림보다 사진 쪽으로 나가라” 하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아주 흡족해하는 듯하다. 수업이 끝나고 헤어질 때 “이 사진들 다른 곳에 가서 팔면 안 돼요. 그리고 다음에는 풍경화 사진을 가지고 오세요”라고 당부한다. 장담은 못하지만 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날 난 멋쩍어서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돈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세어보니 꼭 3만원이나 되었다. 돈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내가 사진을 찍어서 돈도 벌다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그것도 재테크라고 하더니 이런 경우가 그것에 해당되는가 보다.

2007.11.13 11:06ⓒ 2007 OhmyNews
#사진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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