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과 어머니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해야

등록 2007.11.13 18:02수정 2007.11.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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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먹때알이다. 정말 오랜만이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의 마법으로 우주가 붉은색으로 물들고 있는 시점에서 발견한 까마중은 아직 초록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렁주렁 열린 열매에서는 금방이라도 고운 소리가 울려 나올 것만 같다. 마음에 공명되어질 것 같은 소리의 울림에는 어머니가 배어 있었다. 인자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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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 정기상


어린 시절에는 가난하였었다. 아니 모두가 사는 것이 비슷비슷하였다. 이웃 간의 정이 깊어 나눠 먹을 줄 알았고, 배가 고팠지만 정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가 그립기만 하다. 제일 행복하였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았기에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살아갔었다. 어머니의 생활에서 나누는 것은 일상이 되어 있었다.

한 방에 식구 모두가 함께 보내면서도 찾아온 이웃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먼 지방에서 장사를 온 사람들에게까지 개방을 하였다. 우리가 먹는 대로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고 나눠 먹으며 함께 웃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생판 처음 보는 장사치들에게 잠자리를 내주고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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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정기상


간식이란 생각도 못하였다. 하루 세 끼를 먹는 날은 운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 점심은 점만 찍는 날이 아주 많았다.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는 일이 거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군것질은 아주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그럴 때 먹때알은 아주 좋은 간식거리가 되었다. 그늘진 곳에는 어김없이 까마중이 자라고 있었다.

어머니의 지혜였다. 까마중은 자생하는 것이지만, 어머니는 정성을 다하여 키웠다. 어머니의 사랑이 배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까맣게 익은 열매가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다. 맛에 빠져 먹고 또 먹게 되면 입이 새카매졌다. 그런 줄도 모르고 환하게 웃으면 마치 식인종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배꼽을 잡고 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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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초록 빛 ⓒ 정기상


고향에서는 먹때알이라고 불린 까마중은 쌍떡잎식물로 통화식물목 가지 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지방에 따라 가마중, 까마종이, 깜뚜라지라고도 부른다. 밭이나 길가에서 자생하며 그 생명력이 아주 질기다. 높이는 20∼90cm로 줄기는 약간 모가 나고 가지가 옆으로 많이 퍼진다.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고 긴 잎자루가 있다.

봄에 줄기에 난 어린잎은 나물로 삶아 먹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전체를 캐서 말린 것을 용규(龍葵)라 하여, 감기·만성기관지염· 신장염·고혈압·황달·종기·암 등에 처방하는 약재로 이용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생풀을 짓찧어 병이나 상처 난 곳에 붙이거나, 달여서 환부를 닦아내면 신기하게 상처가 아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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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웃 ⓒ 정기상


까마중을 언제 잊어버렸을까? 참 오랜만에 조우한 먹때알을 바라보니, 헤아려본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다. 무엇이 그렇게 바빠서 동분서주하였는지, 나 스스로 이해할 수가 없다. 까마중은 분명 늘 옆에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볼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였기에 보지 않았을 뿐이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살기가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에는 어머니를 찾았다. 그러나 살기가 좀 나아지고 즐거울 때에는 어머니를 잊었다. 어머니는 필요할 때만 찾았던 것이다. 가끔 어머니를 그리워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하늘에 닿아 있는데, 그것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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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아름다운 ⓒ 정기상


초록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까마중 열매가 그렇게 앙증스러울 수가 없다. 잊어버리고 있던 유년시절을 되살려주고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한다. 어머니의 큰 사랑이 여울져 마음에 메아리치고 있다. 참 오랫동안 많은 것을 외면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이제부터라도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챙겨가면서 살아가야 하겠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해야 하겠다. 가족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웃 그리고 친구들까지도 하나하나 챙겨보아야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뒤로만 밀쳤던 일들이 후회된다. 그 모든 것이 게으름의 결과였다. 그런 줄 알면서 행동에 대한 이유나 변명만을 앞세운 것이 부끄럽게 만든다. 부지런을 떨어 열심히 사랑해야겠다.
#까마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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