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
50년 만에 국악기 표준음고 제정

우리악기 교육현실화 가시화 기대

등록 2007.11.15 20:35수정 2007.11.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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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생황.합죽대금 등 악기연구소 3차 시연회에 선보인 2년의 성과들.

생황.합죽대금 등 악기연구소 3차 시연회에 선보인 2년의 성과들. ⓒ 김기

생황.합죽대금 등 악기연구소 3차 시연회에 선보인 2년의 성과들. ⓒ 김기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는 지난 14일 국악원 내 우면당에서 세 번째 제작악기 시연회 및 표준음고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김철호 국립국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발표회에선 악기연구소가 그간 지속해온 악기 개량의 심화된 시연회와 더불어 교육용 국악기의 표준음고를 제정발표하였다.

 

기존 악기들의 개량도 그렇거니와 표준음고의 제정은 미래 국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악기연구소의 그간 연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립국악원은 국악 표준음고를 국제표준에 의한 정악 황종(E♭(311Hz)으로 정하였다. 악기연구소는 이날의 표준음고 제정을 바탕으로 2008년에는 표준음계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교육과정개편 등에 음악교육의 공식 과정에 국악을 대폭 늘려왔으나, 실제 교육 현실은 그런 교육과정을 뒤따르지 못했다. '나랏말쌈이 듕국에 달아…'로 시작되는 훈민정음의 창제 배경과 마찬가지로 실제 우리 국악기는 서양음악와 다르게 표준음고가 서로 달라 교육에 적합치 못한 것이 현실이다.

 

표준음고의 부재로, 서로 다른 음높이를 가진 악기들이 합주를 할 때 서로 음이 맞이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양악기와의 합주에서만이 아니라 같은 국악기를 이용한 연주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해 초심자들의 악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에 중요한 문제였다.  

 

a  국악원 악기배움터에서 단소를 배우는 어린이들. 겉은 같아도 음이 서로 달라 합주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악원 악기배움터에서 단소를 배우는 어린이들. 겉은 같아도 음이 서로 달라 합주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악기연구소

국악원 악기배움터에서 단소를 배우는 어린이들. 겉은 같아도 음이 서로 달라 합주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악기연구소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한 개선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에는 한국전통음악 기본음설정위원회가 국악원 내에 설치되어 서울대학교 편경의 황종 주파수 측정연구를 시작으로 표준음고 제정을 위한 바탕을 마련해왔다. 60년대부터 표준음고의 필요성이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근 50년 만에 그 뜻을 가시화하게 된 것이다.

 

이날 김철호 원장은 "국악 생활화와 세계화를 위해 국악기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표준음고는 표준화의 기초이며 국악계의 오랜 숙제다, 국악의 체계적 연구를 위해 헌신하신 선학들이 일찍이 표준음고 제정을 추진하셨지만 행정적 뒷받침이 없어 제도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립국악원에서는 그간 연구의 바탕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표준음고를 제정하고 행정적 절차를 거쳐 국악 연주와 교육의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그간 악기연구소가 최초로 착수했던 우리악기 현대화 작업의 진전 사항이 발표되었다. 조선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그 생산이 단절된 생황의 국산화, 갈수록 줄어드는 희귀재료인 쌍골죽의 대안인 합죽대금, 워낙 큰 음량으로 실내악 활용에 난점을 가진 태평소의 약음기 개발 등이 제시되었다.

 

a  생황 시연회 장면

생황 시연회 장면 ⓒ 악기연구소

생황 시연회 장면 ⓒ 악기연구소

 

생황과 합죽대금은 그간 재료 및 음색 등 다각적인 검토와 연구를 지속해왔고 이번 발표는 그간의 연구로 좀 더 진전된 성과를 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일반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국악기 중 하나인 대금의 경우 아무리 연습용이라 해도 최소 50만원 정도의 고가라서 선뜻 구매키 어려운데 점점 천연대금에 가까워지는 합죽대금으로 인해 그 비용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국내 생산이 단절되어 중국에서 주문식으로 일부 들여오던 생황의 자체 생산기술이 상당부분 축적되어 조만간 과거 궁중음악에 쓰이던 우리 고유의 생황도 직접 생산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종묘제례악 및 문묘제례악 등이 이미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것을 연주함에 있어서 생황 등의 악기가 당시의 것과 달라 안타까웠다. 국립국악원은 합죽대금과 복원생황을 조선시대 종묘제례악에 편성되었던 C황종 생황과 향악에 편성되는 Eb 황종 두 종류를 제작하여 고음악을 비롯한 연주 전반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 선보인 태평소 약음기는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 주목되었다. 태평소는 아주 독특한 음색과 더불어 민간음악에 두루 쓰였으나 우리 음악의 환경이 마당과 광장에서 극장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다른 악기와의 음 균형이 문제가 되어 창작관현악, 특히 실내악에서의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약음기는 단순히 음량을 축소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악기의 복원 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평소가 가진 본연의 음색에 손상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약음기는 바로 현장에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악기 어떤 것이라도 현대 국악에서 모두 사용가능케 한다는 악기연구소의 의지가 담긴 조그만 성과였다.

 

a  태평소 약음기 시연회 장면

태평소 약음기 시연회 장면 ⓒ 악기연구소

태평소 약음기 시연회 장면 ⓒ 악기연구소
#악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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