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연봉' 180만원... 정선군 의원은 4596만원?

[사람 vs 사람] 의정비 인상, 서민들 답답함을 아십니까

등록 2007.11.19 09:30수정 2007.11.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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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집회 2006년 정선군의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정비 조례안 통과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강기희


사람 하나와 사람들이 이룬 집단 하나가 있다. 사람 하나는 산촌에 살고 있는 소설가이고, 그들이 이룬 집단은 군의원들이다. 가난한 소설가와 군의원들의 연봉은 대체 얼마나 차이가 나고 살아가는 삶은 어떻게 다를까.


[소설가의 연봉] 연봉 180만... 원고료는 20년 전 수준 동결

소설가가 연봉이 어디있겠냐만 그래도 이 소설가는 연봉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칭하는 별명이 '연봉 180'이다. 오랫동안 묶여있는 소설가의 연봉은 '180만원'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월 15만원선. 어느 해는 그보다 높기도 하고 어느 해는 낮기도 해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그래도 지난 세월 소설가로서의 길을 제법 열심히 걸었다. 장편소설도 몇 권 출간하고 사회적인 활동도 열심이다. 그럼에도 소설가의 연봉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 원고료라는 게 20년 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원고료가 이토록 장기간 묶여 있다고 해서 소설가나 시인들은 원고료 적다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 높인 적은 없다. 다른 직종처럼 노조를 만들어 정부를 압박하지도 않았고 글 쓰지 않겠다며 파업을 벌인 적도 없다.

대신 음지의 삶을 이해하는 소설가나 시인들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일에도 앞장을 선다. 그럴 때 드는 비용은 전액 자부담이다. 본인들도 가난하지만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모른 척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이유는 문인은 양심적 지성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소설가나 시인, 음악인, 화가, 드라마작가 등의 예술인들이 한 달 가량 아무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패닉 현상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다. 음악이 없고, 그림이 없고, 읽을 책이 없다면 행복하겠는가.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중에도, 길을 걷는 중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에도, 식사를 하는 중에도, 무심코 나누는 대화 중에도 예술이 산소처럼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하면 세상은 암흑천지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가난함에 진절머리를 친다. 이 사실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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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여!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군의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다. ⓒ 강기희


[군의원들의 연봉] 54% 대폭 인상... 자체 발의 조례 단 1건

소설가가 사는 정선 지역의 군의원들은 올해 연 2976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언뜻보면 자리에 비해 적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다들 회사 하나씩은 운영하는 지역의 부자들이다. 더불어 이들이 하는 일을 지켜 보노라면 무보수 명예직이라 해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이다.

당시 결정된 연봉은 강원도 지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이었다. 첫번째와의 금액이 12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두번째라고 서러워할 연봉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군의원들은 연봉이 적다며 궁시렁거렸다.

한 해 80일 정도 군의회에 출근하면서 그 정도 받는 것이 적다면 매일 출근하여 등골 빠지게 일하고도 연봉 1500만원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은 어찌 살아야 할까. 군의원들은 출장비는 물론이고 여비에다 비행기삯까지 세금으로 지불한다.

하지만 소설가는 두 발로 걸어다니거나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취재를 다니고 시민단체 활동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활동하는 이들을 반대 세력으로 몰아 비난까지 한다. 이런 불공평함이란.

지난 2006년 5월,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역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선군의회 의원들은 '후배의원들을 위해서'라는 조폭과도 같은 논리로 조례를 당당하게 통과시켰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07년 11월. 군의회 의정비심의위원회는 군의원 연봉을 4596만원으로 결정했다. 전년도에 비해 54.43% 인상된 금액으로,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나라 말아 먹었다며 폭동이 일어날 정도의 인상폭이다.

정선군의회 군의원 인상 연봉액 4596만원은 이번에도 강원도 지역에서 두번째를 차지했다. 역시 전통은 무섭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문제는 의정비심의위원회의 불법성 문제다.

정선군의정비심의위원회(위원장 김극성)는 지방자치법에 명시한 '공청회, 여론조사, 주민소득수준, 공무원인상률, 재정자립도, 의정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규정을 깡그리 무시했다. 이들은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군민들의 요구도 거부했다. 동네 반상회보다도 못한 심의위원회. 이들에게도 세금이 지불되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그러한 규정들을 지켰다면 군의원들의 연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떨어져야 할 것이 분명했다. 법을 무시한 심의위원회의 연봉 결정에 대해 정선군의회 군의원들은 곁으로는 태연한 척,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군민은 하루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일년 먹고 살 것을 논한다. 이런 이들이 군의원 할 자격 있나?

정선지역 시민단체는 '의정비 인상 저지를 위한 정선군민 긴급행동'을 구성해 군의회에 연봉 인상안을 거부해 줄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정선군의회는 군민들의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에 대해 '긴급행동'은 여론을 무시하는 군의회의 행동에 대해 강도높은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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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농심 겨울 나기에도 벅찬 정선군민들, 군의원 연봉 4596만원을 어찌 바라볼까. "에이, 빚만 느는 농사 때려치고 군의원할까?" ⓒ 강기희


[소설가와 군의원의 연봉 비교] 한 일도 없이 서기관급 대우 해달라고?

소설가의 연봉은 누가 올려주지도 않는다. 소설가가 시민단체를 꾸려 일을 해도 연봉을 책정하는 이들도 없다. 시민단체라고 해보았자 회비도 없이 굴러가니 주머니 돈이 늘 쌈지돈이다.

지역에 있는 몇몇 후원인들의 후원이 없으면 시민단체 또한 존재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렇게 살아도 연봉은 늘 제자리 걸음이다. 아니다. 오히려 시민단체 일을 하면서 소설가의 연봉은 더 깎였다.

소설가라는 것이 직업상 글을 끊임 없이 써야 연봉을 유지하지만,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는 전혀 글 쓸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하니 소설가의 연봉은 내년이면 더욱 내려갈 것이다.

반면, 군의회 의원들은 어떠한가. 그들의 연봉은 해마다 오른다. 올해 결정난 정선군의회 연봉이 4596만원. 공무원 사회로 보면 사무관급 수준이다. 의원이 되기 전에 뭘 했든 관계없이 군의원이 되면 사무관급 대접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서기관급 대우. 내년이면 서기관급으로 연봉이 오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들의 횡포와 폭거를 막을 자는 누구인가. 지금으로서는 시민들밖에 없다.

군민들의 원성이 커지는 이유는 군의원들이 의정활동은 못 하면서 돈만 챙긴다는 것이다. 실제 군의원들의 수준이라는 것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한 해 의원들이 자체 발의한 조례가 단 1건 밖에 없음이 이들의 수준을 여실히 말해준다.

공무원 생활을 20년 넘게 하면 행정전문가 소리 듣는다. 그러하니 사무관이 되고 서기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의원들의 전직은 대개 건설회사 사장이나 자영업이다. 이들이 공무원 생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군의원 당선으로 극복하기엔 아무래도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을 대접해 주길 원한다. 명예직으로 출발한 군의원들이 돈을 탐하는 이유는 왜일까. 돈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돈과 권력을 탐하는 군의원들. 이들에게 명예는 덤일까.

그렇다면 소설가에겐 뭐가 남았나. 연봉 180만원과 조촐한 명예. 듣기 좋으라는 말 '지성인'. 가난한 일상사. 가족들의 불만과 생계의 곤란함. 노후생활의 불안. 연금생활자도 되지 못하는 재정의 열악함 등등.

이러저러한 소리를 들으면서 소설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양심' 때문이겠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양심이 없었다면 소설가라고 군의원들처럼 후안무치하지 말란 법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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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정선군의회 앞에서 있었던 일 이들은 군민들의 규탄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벌써 얼굴이 두터워진 걸까. ⓒ 강기희

#의정비 #소설가 #군의원 #의정비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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