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선시민연대, 각 정당 돌며 폐기 공약 및 생활 공약 도입 촉구

등록 2007.11.19 16:54수정 2007.11.20 08:48
0
원고료로 응원
a

대선시민연대는 19일 '4개 폐기공약, 삶의 질 확대를 위한 7대 과제, 생활 공약 베스트 30'의 수용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뒤, 각 정당의 대선후보 및 관계자와 면담했다. ⓒ 안윤학

대선시민연대는 19일 '4개 폐기공약, 삶의 질 확대를 위한 7대 과제, 생활 공약 베스트 30'의 수용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뒤, 각 정당의 대선후보 및 관계자와 면담했다. ⓒ 안윤학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이 시민사회 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기 그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옮겨놓고자 한다.

 

다음은 2007대선시민연대가 19일 한나라당 김형오 일류국가비전위원장과 창조한국당 김영춘 선거대책위원장을 각각 국회 의원회관 627호, 여의도 세실2빌딩(당사)에서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편의상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에서의 면담분위기는 전하지 않기로 한다. 두 정당과 대선시민연대간의 면담분위기는 창조한국당에서의 분위기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면담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창조한국당이 대선시민연대의 정책 방향과 가장 적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선시민연대는 이날 '4개 폐기공약, 삶의 질 확대를 위한 7대 과제, 생활 공약 베스트 30'의 수용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뒤, 각 정당(차례대로 한나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및 관계자와 면담했다. 시민들이 '나쁜 공약'으로 지적하거나 또는 자발적으로 제안한 정책을 각 대선 캠프 쪽에 전달, 유권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자는 취지에서다.

 

앞서 대선시민연대는 지난 13일 폐기대상 나쁜 공약 및 생활 공약 베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폐기 대상으로 뽑힌 공약에는 ▲경부운하 ▲자립형사립고 100개 신설과 3단계 대학 입시 자율화 ▲금융 및 산업 자본의 소유분리 원칙 폐지 ▲유류세 인하 등 모두 4개이다. 또 대선시민연대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는 현재 누리꾼을 대상으로 '1000개 생활 공약 모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

김형오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장(왼쪽)과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오른쪽). ⓒ 안윤학

김형오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장(왼쪽)과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오른쪽). ⓒ 안윤학

 

[한나라] "국민들 경부운하 잘 몰라"... 대선시민연대, '따끔한' 충고 들어

 

먼저 대선시민연대와 한나라당 김형오 위원장이 오전 11시부터 약 20여분간 만난 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이다. 대선시민연대 쪽에서는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금옥 여성연합회 차장,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이 면담에 참석했다.

 

윤준하 "대선시민연대는 전국 400여개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각계로부터 정책·공약을 제안받고 이를 분석해 대선 후보 쪽에 전달,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폐기대상 공약 중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공약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오해 말라."

 

김형오 "먼저 오해하지 않게 해주셔야지요. (중략) 모든 국민이 100% 공감하는 정책은 없다. 정책을 만들려면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양쪽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지난 5년간 한쪽의 의견만 정책에 반영해왔다. 비민주적인 정권이었다. 나라가 엉망진창이 됐다."

 

대선시민연대 쪽이 이날 면담의 취지를 설명하자 김 위원장은 경부운하 등 이 후보의 공약들이 대거 '폐기공약'으로 반영된 데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순간 면담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이에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말을 이었다.

 

오성규 "한나라당에 대선 정책과 관련해 수차례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없었…."
김형오 "제안된 공약들, 대충 봐도 동의할 수 없는 게 많이 있네."

 

안병옥 "특히 경부운하와 관련해…."
김형오 "전문가, 전문가 운운하는데 대체 안 사무총장은 얼마나 전문가인가?"

윤준하 "시민단체에도…."

김형오 "나는 부산 영도구가 지역구인데, 그곳에서 만난 한 교수가 '경부운하 폐기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고 해 경부운하에 관해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그런데 잘 모르더라. 우리나라에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

 

안병옥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김형오 "국민들이 경부운하에 대해 잘 모른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이 후보가 경부운하를 두고 토론회도 벌였는데, 사실 누구라도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토론회에 응하는 것으로…."

 

안병옥 사무총장은 그간 경부운하와 관련된 찬·반 토론회에 수차례 참석, 수질오염 등을 들어 반대의견을 피력해온 바 있다.

 

김형오 "말도 안되는 걸 분석이라고... 시민단체에는 전문가 없더라"

 

김형오 일류국가비전위원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형오 일류국가비전위원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형오 위원장이 자신의 경험을 들어가며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김형오 "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10여년간 활동했는데, (시민단체에는) 정보통신 분야를 통괄하는 전문가가 없었다. 5~6년 전의 일이다. 소위 '다 안다'고 자부하는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를 만났는데, 무슨 정책을 분석·평가한다고 해놓고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더라. 말도 안 되는 걸 분석이라고…. 정책 모니터링, 쉬운 게 아니다. 보통은 수준이 안 돼 있다. 지금은 전문화 시대다. 여러분도 활동하면서 참고하라."

 

윤준하 "김 위원장은 예전에 균형된 시각을 가졌는데, 시민단체에 전문가가 없다는 말은…."
김형오 "대다수는 전문가가 아니다."

 

대화가 평행선을 향해 달리자 김금옥 차장이 화제를 돌렸다. 김 차장은 이 후보가 서초구 양재동에 보유한 '영일빌딩'의 지하 유흥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한 언론보도(<한겨레> 19일자)를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김금옥 "이 보도를 봤나? 한나라당 쪽에서 이를 숙지해…."
김형오 "나랑 무슨 관계가 있나?"

김금옥 "이 후보의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이다. (여성 문제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이니 당 쪽에서…."
김형오 "이 후보가 자기 건물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다 알고 있겠나? 너무 한가한 이야기 아닌가? 그 문제가 내가 맡은 비전·정책 분야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면담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대선시민연대 쪽이 시민들의 생활 공약 등이 담긴 문건을 김 위원장에게 건네며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검토해보고 답변을 주겠다"라고 답했다. 양쪽은 이날 정책과 관련된 대화를 주고받지 못했다.

 

대선시민연대 관계자들은 국회의원회관을 나오며 "김 위원장이 너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면담'을 한 게 아니라 김 위원장으로부터 '꾸짖음을 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조한국당] 대선시민연대 "유류세 인하 왜 하나" 

 

a

창조한국당 관계자들이 대선시민연대쪽에서 건넨 공약자료집을 검토하고 있다. ⓒ 안윤학

창조한국당 관계자들이 대선시민연대쪽에서 건넨 공약자료집을 검토하고 있다. ⓒ 안윤학

 

국회의원 회관을 나온 대선시민연대는 곧장 국회 인근에 위치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캠프를 찾았다. 그런데 앞서 면담에서와는 정반대의 장면이 연출됐다. 대선시민연대 쪽이 오히려 캠프 내 정책팀 관계자를 '꾸짖는' 자리가 된 것.

 

창국한국당 쪽에서는 김영춘 선대위원장과 함께 임진택 선대본부장 및 류영재 정책팀 간사 등이 면담에 참석했다.

 

오성규 "폐기대상 공약에는 '유류세 인하'가 있는데, 문 후보쪽은 오히려 이를 찬성하고 있다. 자칫 에너지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기름값 문제는 각 정유사, 즉 '오일 마피아'들이 과도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바로 잡는 게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바이다."

 

김영춘 "(류영재 간사를 향해) 정책팀에서는 사전에 이 문제를 검토한 바 있나?"

류영재 "시민사회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본래 유류세는 10년간 한시적인 목적을 위해 도입됐다. 애초 2003년에 없어져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 후보가 유류세 인하를 찬성한 것이다. 다만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등 유류세의 도입 취지는 존중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또 유류세를 인하하는 대신 '환경세'를 신설 또는 확대하자는 것이다."

 

윤준하 "세금을 내려 에너지를 소비하게 부추기는 것보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 기존 에너지를 아껴 쓰게 해야지요. 우리나라 재생 에너지의 비율이 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남은 기름이 얼마나 있나? 국민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라."

 

류영재 "문 후보의 100대 공약이 오늘에서야 발표했는데, 여기에 신에너지 정책이…."

 

대선시민연대는 창조한국당 쪽과의 면담을 마친 뒤 "당 관계자들이 우리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창조한국당,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세요"

 

한편 대선시민연대는 이날 면담에서 '누리꾼의 선거 참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 93조의 개정 및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 특검법 도입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선거법 93조는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정당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대선시민연대는 이날 여의도 민주노동당 캠프에서 권영길 후보, 영등포구 당산동 대통합민주신당 당사에서 오충일 대표, 김상기·이미경 최고위원, 이목희 정책본부장, 최재성 의원 등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또 대선시민연대는 각 정당과의 면담에서 대선 후보 쪽에 7대 정책과제의 도입을 촉구했다. 7대 정책과제란 ▲비정규직 절반 이하 축소(노동) ▲국공립대학 통합 및 학력차별금지법 도입(교육) ▲개발공사 통폐합 및 국토환경부 신설(환경·지역) ▲복지지출 GDP대비 15%달성(복지) ▲돌봄노동자 서비스 공공화(여성) ▲국방비 동결 및 병력감축(평화) 등을 뜻한다.

 

그간 대선시민연대는 이들 정책과제에 대해 각 당 쪽에 질의서를 보냈으나 한나라당은 어떠한 답변도 전하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쪽은 개발공사 통폐합 등 일부 정책을 수용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2007.11.19 16:54 ⓒ 2007 OhmyNews
#대선시민연대 #대선 공약 #생활 공약 #한나라당 #창조한국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3. 3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4. 4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