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내키면 훌쩍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많은 책에서 자유인들이 그렇게 길을 떠났다. 일상의 잡다한 끈을 눈 질끈 감고 잘라버린 후 훠이훠이 떠나는 모습은 얼마나 멋져 보였던가. 누구나처럼 나 역시 그런 갑작스런 떠남을 꿈꿔봤지만 그럴 기회가 오지 않았다. 어쩌면 기회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회를 만나지 못한 게 아니라 용기를 가지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었다. 따라서 어디 낯선 이국의 땅으로 훌쩍 떠나는 것은 나에겐 여전히 그런 길을 갈 수 있는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대리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느 날 나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왔다. 아무런 대가 없이 일정 금액을 지원해 줄테니 어디든지 가도 좋다는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마다할 길 없는 고마움이었다. 어찌 보면 부담스럽기도해 거절할까 하는 생각해보았지만 내 마음 어디에선가 그런 바보같은 짓은 꿈도 꾸지 말라는 신호가 송전탑의 전등처럼 깜박였다. 그래, 그 부담을 상쇄할만한 멋진 여행으로 보답하자. 나는 지도를 펼쳤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반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 시기를 즈음하여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가뭄 끝에 홍수난다더니. 결국 경비보단 시간에 맞추어 일정을 짜야 했다. 그 시간이란 길어야 열흘 이내. 여행일정을 일주일로 잡았다. 상황에 따라 하루 이틀 정도의 여유를 갖기로 하고. 시간이나 경비를 고려하여 여행목적지를 동남아지역으로 정했다. 지원되는 경비는 백만 원. 항공료를 뺀 순수 현지 비용은 사십에서 오십만 원 내외.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 누구는 이 돈이면 동남아에서 두 달을 버틴다고도 하고, 누구는 이 돈이면 사흘도 못 간다고 한다. 사실 처음엔 남들 다가는 곳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갈려고 했다. 그래야만 특별한 여행이 될 것 같고 특이한 경험을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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