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한 장이 우리 집 식탁에 놓이기까지

물김 나르는 현장을 보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등록 2007.11.23 09:05수정 2007.11.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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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접도라는 섬에 들르게 되었다. 이곳도 역시 섬이지만 연육교가 놓여진 이름만 섬인 곳이다. 여행중 계획에 없던 길로 접어드는 건 색다른 풍경을 기대해서다.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설렌다. 과연 어떤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잔뜩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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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항 그림 같은 수품항...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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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항 수품항 모습...한쪽에 기중기가 세 대나 몰려 있다. ⓒ 이현숙



고개를 하나 넘자 항이 나왔다. 제법 큰 항이었는데 이름은 수품항이란다. 맞은 편으로 방파제가 두 팔을 벌리고 있고, 한 쪽 끝엔 여느 항과 마찬가지로 등대가 서 있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여기 꽤 요란하다. 거대한 기중기를 동원한 요란한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것, 그것도 양쪽에서. 무슨 일인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기중기가 몰려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주위 사람들 눈치도 살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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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이 실린 어선 많은 사람들이 물김을 까만 자루에 담고 있다. ⓒ 이현숙



작은 배 안에서는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장화에 목이 긴 고무 장갑을 낀 사람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외없이 그것은 시커멓고 커다란 자루에 담겨졌고, 그 자루는 서너개씩 기중기의 튼튼한 바늘에 꿰여 이동했다. 시멘트 바닥이나 트럭 짐칸으로.


'무얼까?'
"이게 뭐예요?"
"물김입니다."

아니 김이라구? 사실 더 물을 수도 없었다. 난 겁이 많은데다 워낙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가까이 다가가기도 겁이 났다. 그렇지만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김은 그냥 바닷가에서 채취해 말려서 판매하는 정도였으니, 우린 서로 까나리나 새우나 멸치일 거라고 짐작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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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중기 하늘을 찌를 듯 다리를 하늘로 뻗치고 있는 기중기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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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 보따리 시멘트 바닥으로 옮겨 놓은 물김 보따리. ⓒ 이현숙


그런데 이건 무지무지 거대하다. 그리고 곧 내 머리는 어림잡은 계산으로 복잡해진다. 아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일을 하고 또 큰 기중기를 몇 대씩이나 동원해서 모아 가지고 가는데도 타산이 맞나? 이거 내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오네. 더구나 바다에 씨를 놓고 채취를 하는 일까지도 결국은 사람일 텐데. 이렇게 추운 바다에서 여러 사람이 몇 번의 작업을 거쳐 비로소 내 식탁에 김이 놓인다니, 정말 김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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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멸치 말리기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여기서는 퍽 한가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 이현숙


이 북새통에도 옆에서는 한가(?)하게 멸치를 말리고 있다.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김을 모아 기중기로 실어 나르는 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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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김의 이동 커다란 물김 보따리가 트럭 짐칸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현숙


바닥은 물천지이고 사람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부지런히 일하고, 기중기는 그 큰 몸체를 공중에서 놀려 커다란 검은 보따리를 이동해 자리를 찾아준다. 정말 대단한 현장이다. 난 농촌에서 나고 자란고로 늘 농산물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만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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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물김을 실은 트럭이 접도 연육교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 이현숙



그런데 이젠 김도 그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내 식탁에 놓이기까지 수고한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우리가 연육교를 건널 즈음 물김을 실은 트럭이 쏟살같이 연육교쪽으로 달려갔다. 내 눈은 아직도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 트럭을 따라 붙는다.
#물김 #접도 #수품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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