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의 합당은 대선의 독배다

[주장] 정동영, 왜 합당에 연연하는가?

등록 2007.11.23 10:19수정 2007.11.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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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 남소연

"당신이 준 독배로 처절히 무너지리라. 그러니 날 죽이소서. 내 맘 변하기 전에..."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후보단일화 문제로 진퇴유곡에 빠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과는 이미 4인 회동에서 합당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상황인데, 그 위약의 주요 배경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됐으니 속이 시커멓게 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동영 후보 입장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은 '독배'일 뿐이다. 그 독배를 눈앞에 두고 갈등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하물며 독배도 독배 나름이다.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독배는 드는 심정으로 십자가에 올랐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독배를 들었다. 남편과 사별 후 남편의 시동생을 사모하며 괴로워하다가 독배를 든 햄릿의 어머니에게는 적어도 사랑과 권력 사이의 갈등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합당에는 아무런 갈등 요소도 없다. 오직 '가공의 신기루'가 있을 뿐이다. 민주당과 합당하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신기루와 민주당과 합당 후에 다시 문국현과 단일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기루.

 

대통합민주신당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당과의 합당을 둘러싼 호불호의 판단은 다섯 대목에서 정확하게 드러난다.

 

첫째, 민주당과 합당해도 정후보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합당한다고 지지기반이 확장되는 것도 아니다. 내년 총선이라면 모를까 올해 대선에서는 의미없는 행위로 끝나고 만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8월의 통합창당 과정에서 민주당의 알곡은 모두 건져왔고 남은 것은 껍질뿐이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합당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이 22일 회의에서 자세하게 언급한 바 있다.

 

둘째, 민주당과의 합당은 퓨전이 아니라 혼탁함으로 평가받을 뿐이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순수 못지않게 복합성이 평가받는 시대라고는 해도 '퓨전'과 '잡탕'은 엄연히 구별된다.

 

정동영 후보는 공식후보로 선출된 이후 과거의 우편향적 모호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민생 중심의 정책적 선명성을 강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칭 '중도개혁주의' 노선으로 보수의 색깔을 노골화하고 있는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하는 것은 정체성에 심대한 혼란을 가져올 뿐이다.

 

셋째, 민주당과의 합당에는 헌신과 감동은커녕 정치권이 흔히 동원하는 최소한의 미사여구가 들어설 여지도 없다.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면 가식과 치장을 불사하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인데 두 정당의 합당과정에는 5 대 5와 3 대 7 사이를 오가는 벌거벗은 이권 나눔 뿐이지 않은가!

 

현실이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권력배분을 논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인데 합당논의에는 오직 권력관계 뿐이다.

 

민주당과의 합당, '문국현과의 연대' 최대 걸림돌

 

넷째, 민주당과의 합당은 큰 폭의 후보단일화를 차단하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단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은 문국현과의 단일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요인이다.

 

문국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의 노선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을 먼저 추진한다는 것은 문국현 후보와는 연대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섯째,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민주당과의 합당이 결과적으로 정동영 후보의 대선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의 가능성까지 가로막는 족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동영 후보가 "대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 선"이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러한 논법이 타당한 것인지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민주당과의 합당이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한 상황에서 선악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결론은 복잡하지 않다. 잘못된 만남으로 출발한 '선 민주당합당론'을 즉각 폐기하는 것뿐이다. 굳이 선후를 따져 말해야 한다면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선 창조한국당 단일화론'이거나 창조한국당과 민주당 문제를 동시에 풀어가는 병행론이어야 할 것이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두 가지 추가 주문을 하자면, 하나는, 민주노동당과의 막판 정책연대까지 연두에 둔 광폭단일화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방식을 경직된 합당론에서 유연한 단일화론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당 안팎의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연대의 방식을 후보단일화론에서 연합정부 구성론으로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한 후보단일화 구상으로는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인 상황인 만큼 연합정부 혹은 공동정부의 관점에서 문제를 재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다만, 민주당과의 합당 논란으로 민주당의 감정적 반발과 창조한국당의 비판적 태도에 직면한 상황에서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요령있게 풀어낼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이 점 후보와 지도부의 정치력이 요청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정대화 기자는 상지대(정치학) 교수입니다. 

2007.11.23 10:1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대화 기자는 상지대(정치학) 교수입니다. 
#정동영 #후보단일화 #민주당 #합당 #이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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