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갈 때 제대로 돈 받을 수 있을까요?

<그게 정말 다 내 탓?(19)>

등록 2007.11.23 20:37수정 2007.11.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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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아서 갈 필요가 있지, 공무원이 되겠다는 소극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기사를 보니 이명박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왜 다들 그런 소극적 생각에 매달릴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취업난은 해가 가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아가지 않는 젊은이 탓이라는 어른들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더 나은 기회를 찾고자 해외로 나온 한 젊은이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어떻게든 삶에 도전하려는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반성하고 도와주어야 할 부분은 없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1부 <그래 다 내 탓이다, 하지만>에 이어 2부 <정말 다 내 탓?>를 연재하고자 한다. 부디 나무를 통해 숲을 그릴 수 있는 작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기자 주>


그렇게 결국 수학 선생도 온 지 세 달도 되지 않아 떠나자 남은 선생들은 더욱더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 나갈 때 돈이라도 제대로 받고 나갈 수 있을까요?"


매달 일정 금액을 퇴직금 명목으로 강제 적립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학원에서 첫 월급을 일한 지 45일 후에 주고, 15일치의 월급은 퇴직할 때 주었기 때문에 받아야 할 돈이 다들 적지는 않았다.


그런데 연달아 선생들이 그리 좋지 못한 모습으로 학원을 나가니 남아 있는 선생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곧 불만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다들 학원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싶어 쉽사리 그 불만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국어 선생님, 제가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해몽 좀 해주세요."
"예?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에이, 관두자."


인조인간 여자 영어 선생이 꿈을 꾸었다며 내게 해몽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찌 꿈을 해몽하는 법을 알겠는가? 그렇지만 일단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무슨 꿈을 꾸었는지 궁금했다.


"아니에요. 말씀해보세요. 궁금하네. 무슨 꿈인지."
"그게 3일 동안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었는데, 우리 집 골목에 노란 등이 쭉 달려 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가는 꿈을 꾸었어요."


인조인간 여자 영어 선생이 상당히 진지하게 꿈 얘기를 했다. 꿈 내용은 마치 곧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평소 안 좋은 꿈을 꾸고도 별 일 없었던 나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별 일 아니겠죠. 정 신경 쓰이면 집에 전화해보세요. 그래서 별 일 없다고 하면 되는 거잖아요. 집에 전화해봤어요?"
"아니요. 아직."
"빨리 해보세요."


그 얘기를 듣던 다른 선생들도 모두 별 일 아닐 것이라며 인조인간 여자 선생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모두들 다시 자기가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시간 쯤 지났을까? 교무실에 나와 함께 있던 수학을 가르치던 가지 선생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 왜 그래? 왜 그래요? 선생님. 어 가만 있어봐. 내가 갈게."


가지 선생은 휴대폰을 받은 후 다급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저 무슨 일이예요?"


궁금해서 가지 선생에게 까닭을 물었다.


"인조인간 선생님이 울어요."


인조인간 선생이 왜 우는지 물을 겨를도 없이 가지 선생은 재빨리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인지 의아한 생각이 들다가 문득 아까 전의 꿈 얘기가 떠올랐다. 꿈 내용이 마치 집 안의 누군가가 죽기 전에 꾸는 꿈같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혹시?


아까 그 꿈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나야 꿈이 잘 안 맞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어머니만 해도 꾸는 꿈들이 잘 맞지 않았던가. 유독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조인간 선생도 분명 그런 류의 사람일 수도 있었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드디어 가지 선생이 인조인간 선생을 데리고 학원 건물로 건너왔다. 가까이 다가가니 인조인간 선생 얼굴이 온통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혹시 인조인간 선생의 부모 중 한 명이 큰일을 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욱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펑펑 울고 있는 인조인간 선생에게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아니던가. 그래서 인조인간 선생을 데리고 온 가지 선생에게 재빨리 물어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래요?"
"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대요."
"예?"


가지 선생에게 그 얘기를 듣자 점점 더 미안한 마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한 번 학원에 직격탄을 날리게 되는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위에 나오는 인명 및 지명은 모두 가명입니다.

2007.11.23 20:3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위에 나오는 인명 및 지명은 모두 가명입니다.
#청년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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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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