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두려운 사람들
하늘 아래 첫 동네에도 성탄의 기적을

겨울을 맞는 우리 사회의 두 상반된 모습

등록 2007.11.25 13:35수정 2007.11.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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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백화점] 반짝반짝, 도심의 야경 밝히는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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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남은 크리스마스 거리에 등장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카드. ⓒ 유태웅


크리스마스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압구정동과 명동, 강남역 일대는 서서히 12월을 맞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유행에서 한발짝 앞서 나가는 백화점에는 어느새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했다. 건물을 전등으로 뒤덮고 대형 트리를 세우느라 인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아름다운 불빛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연말 기분을 만끽했다.

지난 16일부터는 시내 중심가 대형문고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카드 판매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가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점에도 손님들이 점차 늘고 있다.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용품들이 경쾌한 캐롤송에 맞춰 춤을 추는 듯 화려한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밤거리를 걷는 연인들의 가벼운 발걸음에서 크리스마스의 들뜬 기분이 느껴진다. 간혹 보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도심의 야경을 더욱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장면 2] 겨울나기에 걱정이 앞서는 산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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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맞는 산동네 연탄길 겨울바람이 부는 산동네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 유태웅


서울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처음으로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더니 첫눈이 내렸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겨울에도 눈을 보기가 쉽지 않은 때에 평년보다 3일 빠른 첫눈 소식이었다.

지난주 '하늘아래 첫 마을'인 서울 산동네 중계본동 104마을에도 슬레이트 지붕마다 골목골목마다 눈이 쌓였다. 어린이들은 두터운 옷과 모자로 '중무장'하고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도 만들며 신이 나서 추운 줄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눈은 '공포의 대상'이다. 이제 몰아닥칠 한겨울 추위 때문이다. 산동네라서 찬 바람도 센데다가 집에는 단열이나 난방도 잘 되지 않는다. 이 동네에는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많은데 골목길 경사가 심해 연탄배달도 쉽지 않은 곳이 많다.

산동네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도 많다. 안 그래도 힘겹던 골목길인데, 연탄재를 뿌린 길에 지팡이를 짚고 걸어도 얼어붙은 경사로는 늘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순회진료를 놓칠 수는 없는지라 동네 노인분들은 한걸음 한걸음 마을 한가운데 경로당으로 향했다. 이런 곳에는 관할 지자체 노인종합복지관들이 매월 한차례씩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을 위해 '순회진료'를 하는데, 노인분들은 간단한 검진을 하고 약도 받을 수 있다.

마침 이날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면서 기부를 받아 무료로 연탄을 배달해 줄 가구를 현장조사했다. 지난 7일 올 겨울 들어 처음 이 곳에 연탄은행이 문을 연 것. 연탄은행은 원주밥상공동체 본부가 있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지난 10월 30일 첫 개소식을 했고, 지금은 전국에 21개 '지점'이 있다.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든 이 때, 서울 한 쪽에서는 즐거운 연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 쪽에서는 겨울나기에 걱정과 시름이 쌓이는 사람도도 있다. 겨울을 맞는 우리 사회의 두 상반된 모습이다.
#크리스마스 #연탄은행 #중계본동 #연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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