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 같은 나날>의 주인공, 핸드폰과 함께 돌아오다!

류전원의 <핸드폰>

등록 2007.11.25 14:38수정 2007.11.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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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핸드폰>겉표지

<핸드폰>겉표지 ⓒ 황매

<핸드폰>겉표지 ⓒ 황매

류전원의 새로운 소설 <핸드폰>이 나왔다. 요즘 중국 소설이 일상화됐으니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중국소설 마니아에게는 이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닭털 같은 나날>로 인기를 얻었지만 그후 오랫동안 류전원의 작품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 중국 작가하면 알려진 사람은 위화 정도였다. 중국 소설이 곧 '위화'라는 단어로 통했을 만큼 그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 등에서 위화 못지않게, 조용하지만 힘 있게 인기를 얻어가는 또 다른 중국 작가가 있었으니 그가 곧 '류전윈'이었다.

 

그의 작품 <닭털 같은 나날>은 닭털처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읽기에 편한 소설은 아니지만 악착같이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해 많은 공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김탁환이나 아멜리 노통브가 그랬듯 류전원의 이름도 온라인에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이 번역되기를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핸드폰>이 소개된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핸드폰>은 '말'이 중심이 되는 소설이다. 주인공 뉴옌셔우이는 우연한 기회에 방송에서 말을 하는 일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진실을 말한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사람들을 울고 웃기는 대중적인 코너였다. 물론 가벼운 말만 갖고는 인기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다. 뉴옌셔우이는 지식인 페이모를 끌어들인다. 사상적인 뒷받침은 물론 기획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페이모가 합류한 프로그램은 더욱 인기를 얻게 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누구나 뉴옌셔우이를 알아볼 정도로 그는 유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가정생활은 점차 꼬여나가기만 한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웠다가 걸렸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핸드폰이었다. 뉴옌셔우이가 집에 핸드폰을 두고 나간 사이에 애인이 연락을 했고 그것을 아내가 알게 된다. 핸드폰에서 귀신이 나와 모든 것을 깡그리 부셔버린 것이다.

 

말을 더 편하게, 신속하게 건네주는 발명품 핸드폰을 뉴옌셔우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분노하지만 다시 그것을 갖고 다닌다. 말실수해서 재앙을 초래한 사람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실수를 하는 것과 같다. 그는 핸드폰에서 귀신이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갖고 다니기로 한다. 이혼을 한 뒤에 새로운 여자를 만나서 또 바람을 피우면서도 조심하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핸드폰이란 녀석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여자는 핸드폰으로 말미암아 뉴옌셔우이를 의심한다. 뉴예션우이의 핸드폰이 꺼져있으면 수상쩍고 '회의 중'이라고 말하고 끊어 버리면 더욱 의심이 간다. 그런 상황에서 뉴옌셔우이가 또 다시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가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이 무슨 우연인지 그 핸드폰이 또 말썽이 된다. 이번에는 더욱 발전된 기능 때문이다. 바로 사진 전송이다. 나체의 사진이 전송돼 뉴옌셔우이를 끝장내고 만다.

 

류전원은 <핸드폰>에서 '핸드폰'으로 생기는 거의 모든 문제들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핸드폰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받았을 때 목소리가 이상한 것 등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까지 그려 넣고 있다. 이것은 <닭털 같은 나날>만큼이나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다. <닭털 같은 나날>에서 작은 것에도 벌벌 떠는 소시민의 활약만큼이나 <핸드폰>에서는 핸드폰과 말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곧 내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말과 핸드폰으로 이야기에 이야기가 더해지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는 <핸드폰>은 이야기의 축제라고 할 만하다. 그 흥겨움 속에서도 쓴웃음 짓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이 쏟아지는 것은 어떤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핸드폰>은 <닭털 같은 나날>에 이어 이야기꾼 류전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07.11.25 14:38ⓒ 2007 OhmyNews

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소나무, 2004


#중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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