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공간환경정책은 몇 점?

한국공간환경학회 추계 학술대회 열려...'거버넌스 실패, 개발법 국회통과에 우려'

등록 2007.11.26 09:34수정 2007.11.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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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태 기자는 동국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지난 11월 24일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정보관에서 한국공간환경학회(학회장 김덕현 경상대 교수) 추계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목할만한 발표는 특별세션으로 마련된 '참여정부의 공간환경정책 평가'였다. 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차기 정부의 공간정책의 방향까지 짚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세션 구성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평가와 과제(김용창 서울대 교수), 참여정부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평가와 과제(강현수 중부대 교수), 참여정부 수도권 정책의 평가와 과제(변창흠 세종대 교수), 참여정부 지역경제 정책의 한계(권오혁 부경대 교수), 마지막으로 참여정부 환경정책의 평가와 과제(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로 총 다섯 명이 발표하였다.

 

참여정부 지역균형발전의 성과와 한계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을 평가한 강현수 교수는 "참여정부가 집권 초기에 제시한 '균형적 성장, 지방정부 주도, 수도권-지방의 상생발전,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통한 지방의 자생력 강화'라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균형위가 대립각으로 세웠던 '총량적 성장, 중앙정부 주도, 수도권 규제 강화, 단편적이고 분산적 추진'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는 소감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강 교수는 본격적 발표에 들어가 먼저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부터 짚었다. 강 교수는 성과의 첫 번째로는 역대 정부에서는 주변적 위치에 머물렀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의제를 획기적으로 지위를 격상시킨 점을 손꼽았으며 두 번째로 균형발전정책이 지구화시대의 국가발전과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는 한정된 형평성을 강조하는 공간정책에서 벗어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정책으로 전환시킨 점, 세 번째 이러한 균형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균형위 설립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의 제도의 개선을, 마지막으로 내생적 지역발전(중앙정부로부터 도움을 받는 외생적 발전과 대조되는 개념-기자주)의 전제조건인 지방분권의 '일부' 진전을 손꼽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첫째, 균형발전 정책의 목표가 구체화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령 강 교수는 균형발전 주제로 참가한 한 토론회에서는 과연 참여정부가 말하는 '균형'이 인구학적 의미의 균형인지, GRDP(지역내 총생산)의 균형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아서 토론의 진행이 세밀한 논의로 나아가기보다는 토론자 간에 감정적인 갈등으로 치달은 일이 빈번했다면서 이러한 혼란이 정책실현에서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은 물론이라면서 균형의 공간단위를 명확하게 적시해야 함을 강조했다.

 

둘째, 참여정부가 균형발전의 성과로 지적했던 내생적 성장방식을 주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외생적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각 지역 대학들이 중앙정부만 바라보다가, 최근에 와서는 지방정부, 지방연구소와의 협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 지역주체들의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셋째, 두 번째로 지적한 지역주체들의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지 않음으로써 결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기존의 관 주도 의사결정의 한계를 인식하고,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기업 등의 이해주체가 협력하는 의사결정과정을 일컫는다-기자주)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정부가 각기 자기가 맡은 부문에 대한 개별적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수단들이 서로 체계적으로 연계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 균형을 강조하니까, 너도나도 국 단위에서부터 지역균형발전 관련 부처가 조성되어서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중앙정부에서의 사업영역을 둘러싼 경쟁은 지역단위에서의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개발 지상주의 사고의 확신을 지적했다. 특히 얼마 전 새만금특별법과 연안권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언급하면서 "최근 대선 국면과 맞물려 여러 지역마다 모두 자신들 지역에 대한 토지이용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특별법 요구가 쇄도하는 것은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이 표방한 지역혁신체제 구축을 통한 지역의 자생적 발전 패러다임과 모순되는 것이다"고 비판하고, 이러한 개발법이 통과되는 본원적 이유로 지역발전 철학의 부재, 즉,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균형발전 정책이 차기 정부에도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역배분문제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동의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정략'적으로 치닫게 한 참여정부의 책임과 함께 반대만을 일삼는 보수야당, 보수언론의 책임도 있음을 지적했다.

 

정책의 모호성, 거버넌스의 문제, 개발법의 우려감에 대한 공통된 지적

 

본 발표에서 발표자들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모호성, 거버넌스의 취약함, 최근 국회 통과된 새만금, 연안권 개발법에 대해 공통된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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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의 발표장면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주제를 다루는 만큼 발표와 토론의 열기는 뜨거웠다. ⓒ 박병석

▲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의 발표장면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주제를 다루는 만큼 발표와 토론의 열기는 뜨거웠다. ⓒ 박병석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국가균형발전정책에서 요구되었던 목표의 명확성, 정책효과의 시간적 차원, 균형발전정책의 공간적 차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면서 강현수 교수가 지적했던 정책의 모호함이 유발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공통된 의견을 피력했다.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중앙-지방 간 거버넌스로 인해 사업결과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고 있다", "지역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나 자원을 가진 전문가들이 아니라, 각 단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이익단체 대표들에 불과한 것"(권오혁 교수 발표문)이라는 지적에 발표자들은 대체로 동의하였다.

 

특히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한 개발법과 관련해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각종 개발특별법이 등장하여 기존의 환경관리, 규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등 발표자들이 참여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대선정국과 관련하여 얼마 전 대선후보 공약평가회에 참석한 소감을 밝히면서 "공약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의미없다"면서 균형발전정책의 실패뿐만 아니라 실패가 발생한 사회구조와 정권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정부 관료들에 대한 평가와 분석도 병행되어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했고, 박경 목원대 교수도 "공약의 실천에 있어서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공약집에 채워져, 막상 공약이 집행될 때에 발생하는 미시적인 사안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현재의 공약 집행과 실행과정에서의 미비점과 학자들의 책무를 지적했다. 

 

정책참여냐 외곽비판 사이에서의 딜레마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발표가 끝난 뒤 학자들의 소감이었다. 질의시간에 기자는 한국공간환경학회의 주요 학자들이 참여정부 초창기 균형정책에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권 중간에 그만 두고서는 다시 밖에서 참여정부의 공간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일종의 자기비판이라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서 한 발표자는 그러한 '원죄'를 인정하면서, 난파선에 있는 듯한 고민이 든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발표자는 반성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간 주류학문에서 소외된 진보적 공간담론을 생산하는 본 학회의 학자들이 직접 정책에 참여한 것은 이번 정권이 처음이었다면서, 정부의 공간정책에 대한 제어를 하기 위해서 참여를 하느냐, 아니면 외곽에서 비판을 하느냐의 딜레마가 있음을 밝혔다.

 

정부의 공간정책에 참여와 정책에 대한 비판 사이의 딜레마에 대한 의견을 말한다는 게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질의시간 뿐만 아니라 각 학자들의 개인발표에 앞서서도 이에 대해 간단히 자성의 발언을 했었는데 다른 학회에서 보기 힘든 신선하고, 건강한 자기비판이었다.

 

소규모지만 비판적 공간연구는 계속될 것

 

지난 1988년 7월 한국공간환경연구회(공환연)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던 한국공간환경학회는 비록 소규모 인원이지만 개발지향적인 보수담론에 맞서서 대구대 최병두 교수, 단국대 조명래 교수 등의 걸출한 '스타 지식인' 양산과 더불어 학회원들 또한 꾸준히 국내 공간환경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제기해왔다.

 

이들의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고 한다. 목원대 박경 교수는 "단순히 토건국가 비판이나 공공투자 삭감 비판은 신자유주의적 지역정책으로 회귀하는 핑계를 줄 수 있다"면서 세밀한 비판과 함께 대안제시를 강조했다.

 

2008년에는 학회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고 한다. 대선정국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지 간에 한국공간환경학회의 대안 있는 비판적 공간연구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2007.11.26 09:34 ⓒ 2007 OhmyNews
#한국공간환경학회 #국가균형발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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