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우리가 바라는 드물지만 기쁜 희망

[책으로 읽는 세상 43] 문국현의 희망 편지 <사람이 희망이다>

등록 2007.11.28 13:50수정 2007.11.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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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태운동가 황대권은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에세이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부친 서문에서 말했다. “신께서는 희망이라는 물건을 크고 번쩍이는 곳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없는 곳에 숨겨놓으셨다. 희망의 희 자는 바랄 희(希) 자이지만 희귀할 희(稀)자도 된다”고.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이자 문화의 볼모지인 제주도에 정착해서 20년 넘게 오로지 제주도의 풍광만을 필름에 담으며 작품활동을 했으며 그러다가 십만 명 중 겨우 한두 명 정도에게만 발병한다는 희귀한 불치병인 루게릭 병에 걸려서 투병 중이었던(지금은 작고했다) 사진작가 김영갑에게서, 진정한 ‘희망’의 의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을 한 달 가량 앞두고 문국현의 희망 편지 <사람이 희망이다>를 읽으면서 나는 다시 그 ‘희망’을 떠올렸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지만 참으로 희귀한 것이어서, 크고 번쩍이는 것들이 온통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희망을. 그러나 우리의 미래가 온통 거기에 달려 있는 진정한 희망을.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은 문국현을 성공한 유한킴벌리 CEO라는 후광만 믿고 겁 없이 대선판에 끼어든 미숙한 새내기 정치인쯤으로 여기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 <사람이 희망이다>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문국현이야말로 이번에 선출할 대통령감이라는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문국현 같은 사람이 많이 나와서 기업과 나라를 경영해야 우리는 비로소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공감은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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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사람이 희망이다> ⓒ 웅진윙스

▲ 책표지 <사람이 희망이다> ⓒ 웅진윙스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삶과 업적을 감동적인 일화들과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해서 책으로 펴내는 정치인들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이 책 <사람이 희망이다>도 그런 종류의 하나일 것이라고 나는 지레짐작했다. 실제로 책의 출간 시기와 형식 및 내용 등을 살펴볼 때, 이 책 역시 대통령 후보 문국현을 널리 알리기 위한 대선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것임이 틀림없다.

 

문국현이 직접 쓴 글은 2부에 실려 있는 두 딸에게 띄우는 편지 5편이 전부인데도 이 책의 주 저자로 문국현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그렇고, 문국현이 기업 경영자로서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이나 환경운동 등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뛰어난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칭찬 일색의 책 내용들이 또한 그렇다.

 

유한킴벌리에서 문국현과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과 그가 주도했던 나무 심기운동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된 주변 지인들이 증언하고 있는 문국현의 모습은 지금 같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아름답고 올곧은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위인의 전범이 그에게 집약되어 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탁월한 통찰, 온갖 유혹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지켜나가는 굳센 의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에는 온몸과 마음과 영혼을 바쳐 몰두하는 진지한 열정 등 문국현에게서 발견되는 위인의 자질은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그가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는 유일한 박사와 피터 드러커 교수에게서 배워서 몸에 익힌 이러한 자질에 힘입어 그는 기업 경영자로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신념을 지닌 시민운동가 그리고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로서도 이름을 얻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주목한 것은, 문국현이 뛰어난 성취와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된 이러한 위인다움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인물들은 흔히 인간적인 면에 있어서는 어딘가 결함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문국현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이룬 성취를 자랑하지 않고 오히려 남의 공으로 돌리기까지 하는 겸손함, 회사의 말단 직원이나 식당의 여종업원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마음 씀씀이, 그리고 여성과 장애우 및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쏟는 관심과 애정은 인간적으로도 그가 얼마나 반듯하고 따스한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이러한 면모는 그가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는 또 한 명의 인물인 죽은 여동생의 영향을 깊이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누이동생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는 등 곁에서 손수 돌봐주면서, 불완전한 삶 속에서도 서로 나누고 돕는다면 하루하루 완전한 삶에 가까이 이를 수도 있음을 그는 깨달았던 것이다.

 

문국현이 창안해서 기업 경영에 도입한 3H 이론, 즉 “손(Hand)만 사용하면 잠재력의 30%만을 끌어낼 수 있지만, 머리(Head)를 움직이면 50%, 마음(Heart)을 움직이면 120%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이론도, 사실은 이렇게 그가 인생에서 직접 체험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국현은 기업의 최고경영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 그리고 지금은 대선후보로서 너무나 바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틈나는 대로 자신의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해 애정 표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 엄마’라고 부르기보다는 아직도 ‘수애씨’라고 부르고 있는 아내에게 그는 지금도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늘 뽀뽀를 하고 있고 함께 산책을 할 때는 늘 손을 맞잡는다고 한다. 또한 실연의 상처로 술에 취해 들어온 딸에게는 직접 꿀물을 타서 먹여주고 밤늦도록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권위적인 가부장적 가족관계가 아직도 지배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조금은 ‘닭살’스럽게도 여겨지는 이러한 지극한(한편으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은 ‘가족의 해체’라는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에게 가족 사랑은 자신의 일만큼이나 소중한 가치였던 것이다.

 

그가 대선에 나서는 것은 이처럼 사랑하는 가족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일진대, 그가 그걸 무릅쓰고 대선 후보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대선 출마를 위해서 유한킴벌리에 마지막 출근을 하던 날 아침, 그와 아내가 나누었던 대화를 엿들어보자.

 

그날 아침 마지막 출근을 하는 저에게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당신이 힘들게 될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저는 망설이지 않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직장을 갖고 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희망은 힘들다고 내려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4-5쪽, 저자 서문)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가 꿈꾸는 희망의 무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이어지는 글들은 문국현이 꿈꾸는 희망이 우리가 들고 서 있기에 결코 무겁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실제로 작은 기업체 유한킴벌리에서 그 희망을 현실화시켜서 보여주었다.

 

1997년 IMF 사태 때, 그는 직원들을 해고시키는 대신 4조2교대라는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하여 직원들도 살고 기업도 발전시켜서 유한킴벌리를 지금은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견실한 기업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에 이어지는 ‘생명의 숲’, ‘평화의 숲’ 등 나무심기 운동을 펼쳐 우리 사회와 더 나아가 멀리 중국의 내륙에까지도 푸른 희망을 전파시키고 있다.

 

이처럼 문국현이 꿈꾸는 희망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 혼자서 짊어지는 희망이 아니고 탁월한 최고경영자 한 사람이 짊어지는 희망도 아니며 명망 있는 환경운동가 한 사람이 짊어지는 희망도 결코 아니다. 그 희망은 모든 사람이 조금씩 나누어 함께 짊어지는 희망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 희망의 주인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이다.

 

<사람이 희망이다>는 바로 그 희망을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누어서 들자고 설득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希) 요즘 세상에서는 참으로 드물어서(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후보들을 곁눈질하고 있는 참담한 유권자들에게 참으로 드문 우리 시대의 지도자 문국현이 꿈꾸는 희망을 기쁜 마음으로(喜) 함께 들자고 권하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희망의 희자는 바랄 희(希) 자이기도 하지만 희귀할 희(稀) 자이기도 하며 또한 기쁠 희(喜) 자이기도 한 것이다.

 

3.

 

그런데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착실하게 포인트를 높여가고 있던 그의 지지도가 이회창 후보의 출마라는 예기치 못한 회오리바람이 불고 난 후에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게다가 오늘은 후보 출마 전에 두 딸 명의로 가입해 놓은 거액의 주식과 예금 통장이 문제가 되어,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해명한 대로 그것이 경제나 법률에 그다지 밝지 못한 그의 아내가 두 딸의 혼사 등 장래에 쓰려고 두 딸 명의로 가입해 놓은 그의 자산이지 두 딸들에게 물려주려고 따로 떼어놓은 재산은 아닐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해외에 나와 살고 있기에 한 표를 보탤 수는 없는 처지이지만, 나는 문국현이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가 꿈꾸는 희망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국현의 삶과 성취와 철학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 <사람이 희망이다>을 읽고 나서 나는 보다 확고하게 그를 지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사람이 희망이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나갈 때 우리의 미래는 보장되며 그러한 미래에서만이 우리는 사람답게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 희망, 미래가 서로 맞물리는 이 삼각 구조의 중심에 가장 잘 어울리고 또 가장 많은 준비를 하고 경험을 갖춘 이는 바로 문국현이다. 문국현을 권외로 생각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제대로 알고 나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사람이 희망이다>

ㅇ 문국현 외 지음
ㅇ 웅진윙스 펴냄
ㅇ 2007년 9월 15일 초판 1쇄
ㅇ 값 10,000원

2007.11.28 13:5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람이 희망이다>

ㅇ 문국현 외 지음
ㅇ 웅진윙스 펴냄
ㅇ 2007년 9월 15일 초판 1쇄
ㅇ 값 10,000원

사람이 희망이다 - 파워인터뷰 42

손정호 지음,
산지니, 2016


#사람이 희망이다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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