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풍경에서 '늦가을 정취' 느껴보세요

[동영상] 전남 광양 옥룡면의 산과 들녘 풍경

등록 2007.11.28 22:59수정 2007.11.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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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시골풍경 누군가 가을은 귀소의 계절이라고 하였습니다. 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집으로 다들 돌아가야 할 시기입니다. 푸른 잎도 낙엽이 되어 돌아가고 들판의 곡식도 가마니에 담겨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황량한 넓은 들판에는 침묵으로 푸른 봄의 꿈에 빠지려고 합니다. ⓒ 조도춘

▲ 늦가을 시골풍경 누군가 가을은 귀소의 계절이라고 하였습니다. 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집으로 다들 돌아가야 할 시기입니다. 푸른 잎도 낙엽이 되어 돌아가고 들판의 곡식도 가마니에 담겨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황량한 넓은 들판에는 침묵으로 푸른 봄의 꿈에 빠지려고 합니다. ⓒ 조도춘

'첫 눈 내린다'는 소설이 지났습니다. 차갑게 느껴지는 칼바람만이 겨울이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지난 25일에는 전남 광양의 시골집을 찾았습니다. 주말이면 가끔씩 찾아가는 시골. 정겹게 흐르는 시냇물에 마음을 실어 흘러가고픈 날입니다. 바싹 마른 풀숲 사이를 지나 커다란 돌덩이가 나타나면 아무 불평 없이 비껴서 흐르는 물처럼 갈등과 고민 없이 흐르고 싶습니다.

 

시냇가 방죽 길 따라 오르다 보니 노란국화꽃이 눈부시게 피어있습니다. '자르르' 윤기 내며 통통하게 살찐 꽃송이 자태를 뽐내며 가을의 제일의 꽃 이냥 뽐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물기 빠진 초록 잎은 갈색으로 변하고 마른 꽃잎만이 노란 색종이처럼 바람에 나풀거립니다. 꽃가루가 없어서 그런지 찾는 곤충도 없습니다. 늦게 핀 산국에는 벌과 곤충이 마지막 꽃가루를 모으느라 분주합니다.

 

하얀 갈대꽃은 작은 바람에도 온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바람의 화답같은 시냇물의 작은 흔들림에 눈길이 모아집니다.

 

백로는 살찐 고기를 사냥하기 위하여 이 곳 저곳으로 자리를 옮겨보지만 여의치가 않는지 또 다른 사냥터를 잡으려 비상 합니다. 몸집이 작은 것도 아닌데 가볍게 뛰어 우아하게 날아갑니다.

 

바닥이 훤히 들어난 시냇물의 작은 물고기는 갑자기 들어댄 카메라에 놀라 빠르게 달아납니다. 물 속도 가을은 깊어가나 봅니다. 고기가 놀던 자리에는 작은 낙엽이 모두 떨어져 있습니다.

 

a 감 찬바람은 감은 달콤한 홍시로 변하여 갑니다.

찬바람은 감은 달콤한 홍시로 변하여 갑니다. ⓒ 조도춘

▲ 감 찬바람은 감은 달콤한 홍시로 변하여 갑니다. ⓒ 조도춘

아직도 걸음걸이가 서툴기만 한 두 살배기 '나우'는 자꾸만 밖으로 나가 놀려고 합니다. 일전에 시멘트로 포장한 마당을 뒤뚱 걸음으로 달려가다 그만 염려했던 사고 발생하였습니다. 걸음걸이가 불규칙하다 보니 그만 걸음이 꼬여 앞으로 넘어져 곱디고운 뽀얀 얼굴에 서너 줄 아픔의 계급을 달았습니다.

 

자꾸만 밖으로 나들이 하려는 녀석이 걱정된 할아버지는 신발을 꼭 맞게 쪼여 신겨줍니다. 신발을 신은 녀석은 지난 번의 아픔도 잊은 채 앞집 강아지를 보자 작은 나무토막을 주어 불안한 걸음으로 뒤뚱거리며 달려가 보지만 녀석의 마음을 더 빨리 알아차린 강아지는 저 멀리 달아나고 나우는 빈 공간을 향하여 나무토막을 던져 봅니다.   

 

주호(8)는 모처럼 주말을 맞아 쉬고 있는 아빠를 괴롭힙니다. 주호의 성화에 못이긴 아빠는 어렸을 적 만들어 놀았던 새총을 열심히 만듭니다. 지금처럼 장난감 가게나 백화점에서 파는 장난감이 없는 유년에는 산과 들의 모든 것이 장난감이요 놀이터였습니다. 지금의 아이들보다 더 장난감이 풍성하였던 것 같습니다.    

 

Y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잘라 만든 새총이 마음이 들었는지 주호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칩니다. 그런데 아빠는 새총을 만들어주곤 걱정이 앞섭니다. '장남 삼아 쏜 새총의 작은 돌이 엉뚱한 데로 날아가 사고를 내지 않을까' 주호의 행동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찬바람을 맞은 감은 빨갛다 못해 홍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가지 저 가지를 건너다니며 달콤한 홍시 맛을 탐닉한 직박구리 녀석의 소리가 요란합니다. 빨간 홍시에 신이난 모양입니다. 빨간 단풍잎에도 물기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떨어질 때인가 봅니다.

 

a 단풍 수액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곱은 단풍이 말라고 가고 있습니다.

단풍 수액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곱은 단풍이 말라고 가고 있습니다. ⓒ 조도춘

▲ 단풍 수액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곱은 단풍이 말라고 가고 있습니다. ⓒ 조도춘
a 낙엽 일찍 떨어진 단풍잎은 바싹 말라 바람 따라 뒹굴다 한쪽에 모두 보였습니다.

낙엽 일찍 떨어진 단풍잎은 바싹 말라 바람 따라 뒹굴다 한쪽에 모두 보였습니다. ⓒ 조도춘

▲ 낙엽 일찍 떨어진 단풍잎은 바싹 말라 바람 따라 뒹굴다 한쪽에 모두 보였습니다. ⓒ 조도춘

만남과 이별이 이루지고 있습니다. 나무들 틈 사이에서 본시 마음을 녹색 잎으로 한 계절 꼭꼭 숨겨왔는데 이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빨간 단풍으로 곱디고운 마음을 들어 내놓고는 떠나려고 합니다.  

 

먼저 낙엽 되어 뒹구는 잎사귀는 고운 색깔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바람결 따라 한 쪽으로 모두 모였습니다. 잡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주호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더 낙엽을 밟습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리는 마음에 미묘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계곡에는 연신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맑은 물소리에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껴집니다. 낙엽이 모두 떨어진 백운산 정상은 회색빛을 띄고 있습니다. 하얀 눈을 맞이하기 위하여 자리를 정리하여 놓은 듯 단출하게 보입니다.      

 

다압면과 옥룡면 그리고 진상면 세 개 면을 끼고 있는 백운산(1215m)은 광양시에 최고의 명산입니다. 이른 봄이면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약수로 전국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산골짜기가 시끄럽습니다.

 

지리산의 반야봉(般若峰)·노고단(老姑壇)·왕증봉(王甑峰)·도솔봉(兜率峰:1053m)·만복대(萬福臺)등과 함께 소백산맥(小白山脈)의 고봉(高峰)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a 콩과 껍질 분리 가을바람을 이용하여 콩과 껍질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콩과 껍질 분리 가을바람을 이용하여 콩과 껍질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 조도춘

▲ 콩과 껍질 분리 가을바람을 이용하여 콩과 껍질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 조도춘
a 가을걷이 콩 타작에 분주한 농부의 하루 해는 짧기만 합니다.

가을걷이 콩 타작에 분주한 농부의 하루 해는 짧기만 합니다. ⓒ 조도춘

▲ 가을걷이 콩 타작에 분주한 농부의 하루 해는 짧기만 합니다. ⓒ 조도춘

아직도 가을걷이가 끝나지 않은 들녘은 바쁘기만 합니다. 기계로 하면 쉽게 끝날 수 있는 콩 타작을 어깨가 아프도록 나무방망이로 콩 대를 연신 두들기고 있습니다. 올 콩이라 고소한 맛이 난고, 장을 담구는 매주 콩으로 최고라고 합니다. 세마지기에 심은 콩을 가마니에 담기도 전에 농부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거두어 드릴 수확량이 별루라고 합니다.

 

늦가을 분주했던 농부의 하루는 짧습니다. 서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지는 햇살을 받은 서쪽 하늘이 곱습니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2007.11.28 22:59ⓒ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늦가을 #시골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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