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롱 들어가기 전 잠깐 들러 차 한 잔 마신 롯지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녀의 머리를 참빗을 빗어주고 있다. 아마 이를 잡고 있는 듯. 이 손녀는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얼떨결에 "나마스떼" 인사를 했다. 그리고 참 고맙게도 이 소녀는 아주 수줍어 하면서도 환한 얼굴로 나에게 "나마스떼" 화답 해 주었다.
김동욱
그렇게 3시간 정도 걸었을까. 이제부터는 오르막이다. 그동안 선선한 밀림 속 오솔길을 따라 설렁설렁 잘 걸었는데 여기서부터는 보충해 둔 체력을 써야 한다. 끝없이 이어진 급경사 돌계단을 올라간다.
오르면서 두어 번 쉬었고, 수통의 물이 바닥났다. 입이 바싹 말라간다. 단내가 난다. 내 앞뒤로 몇 걸음 거리를 두고 오르는 외국 트레커의 물통에 저절로 눈이 간다. 그러나 차마 ‘저기요 제 목이 타고 있어요. 물 한 모금만……’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도 내 자존심은 빳빳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며 오를 뿐이다.
촘롱의 롯지 방은 이미 다 찼다…, 어쩔 수 없이 계속 걷는다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드디어 촘롱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후 12시 30분. 예상했던 대로 프리티가 먼저 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프리티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게다가 롯지 입구에 커다랗게 ‘한국인,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한글을 보자 막혔던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