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형사처벌까지 감수하며 한국에 온 까닭은?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김경준 대 이명박, 그 뒤늦은 물음

등록 2007.12.04 17:49수정 2007.12.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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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19일 새벽 0시15분경 김경준 전 BBK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1월19일 새벽 0시15분경 김경준 전 BBK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권우성
지난 11월19일 새벽 0시15분경 김경준 전 BBK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아마도 거의 끝까지 온 것 같다. 언론들이 마침내 왜 김경준씨가 이토록 이명박 후보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것을 보면.

 

사실 BBK 사건과 관련해 언론이 가장 먼저 던졌어야 할 '원초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묻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어쨌든 뒤늦게나마 돌고 돌아 다시 원점에서 던져봄직한 질문이다.

 

김경준씨는 왜 끝까지 이명박 후보가 연루됐다고 주장하는가. 아니, 김경준씨는 왜 오지 않을 수도 있었던 한국까지 들어와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일까.

 

4일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서울신문>은 나름대로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세 신문의 한결같은 '정답'은 결국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4일자에 이명박 후보의 서면 질의 내용과 그 일부 답변서를 보도하기도 한 <동아일보>는 '김씨 "이 후보 공범" 주장 결국 돈 때문?' 기사에서 법조계 인사들의 말을 빌려 미국에서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산 손실을 막기 위해 이 후보가 형사적으로 연루됐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 기사도 마찬가지다.

 

김경준씨 한국 온 이유가 '돈' 때문?

 

옵셔널벤처스의 승계 법인인 옵셔널캐피탈은 2004년 6월 김경준씨와 에리카 김, 이보라 씨와 주가조작에 동원한 페이퍼 컴퍼니들을 상대로 3000만 달러(약 27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김경준씨는 이 소송에서 2005년 5월 20일 이명박 후보를 '제3의 피고'로 신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제3의 피고'란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인물을 소송 중에 새로운 피고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김경준씨는 옵셔널캐피탈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명박 후보도 그 책임이 있다며 피고로 지명해줄 것을 요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사진은 지난 11월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일류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모습.
사진은 지난 11월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일류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모습.남소연
사진은 지난 11월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일류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모습. ⓒ 남소연

<동아> <중앙> <서울> 세 신문 기사는 김경준씨가 이 후보 연루의혹을 끝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후보가 형사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미국 내에서 벌어진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검찰, 이명박 극비 서면조사' 기사에서 "한글 이면계약서가 조작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는 전제하에 김경준씨가 '조작된(?)' 이면계약서를 제시한 이유를 추정했다. 그 중 "설득력이 상당히 있는 것"이 역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옵셔널캐피탈과의 민사소송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횡령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앙일보>는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 법원에 압류당한 2500만 달러 상당의 재산을 찾을 수 있느냐"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신문>도 김경준씨의 이 후보 연루 주장의 원인 분석 기사(김씨, 이 후보 BBK 연루 의혹 집착 왜?)에서 <동아> <중앙>과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신문>은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과 함께 주가조작으로 챙긴 돈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씨 등이 "주가조작으로 챙긴 돈은 모두 페이퍼 컴퍼니들의 해외 계좌로 빠져 나"갔고 "김씨가 한국에 들어와 형사 처분을 받더라도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미국 계좌의 범죄수익은 그대로 챙기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미국 계좌의 돈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처벌받기로 했다는 해석이다.

 

김경준, '한국행=유죄확정' 몰랐을 리 없다

 

과연 김경준씨가 이런 이유 때문에 이명박 후보 연루주장을 굽히지 않고, 한국내에서의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들어온 것일까?

 

김경준씨는 6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이민 1.5세대다.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그는 미국인이다. 미국은 자국인의 사법관할권을 여간해선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은 더 걸렸겠지만, 김경준씨가 한국행을 거부했을 경우 그는 미국에서 풀려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있었다고 해서 이번 사건에 따른 그의 형사 소추 가능성은 극히 낮다. 미국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처벌받기로 했다는 해석은 그런 점에선 논리의 비약이 크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형사 처벌을 받을 경우 미국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 또한 불리해지기 때문에 그로서는 한국행이 결코 남을 게 없는 장사다. 그런데도 그는 왜 한국에 왔을까? 이명박 후보 연루 주장을 입증해 미국 내 민사소송 부담을 줄여보기 위해서?

 

가능한 셈법이다. 그러나 그에게 한국행은 곧 '유죄확정'의 길임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이 후보 연루 주장이 검찰 수사를 통해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유죄 확정에 따라 그가 감당해야 할 민사상의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 유죄 판결에 따른 수형 생활은 별도로 치더라도 그렇다.

 

김경준씨는 도대체 왜 한국에 왔을까?

 

그렇다면 왜?

 

3일 오후 김경준씨를 면회한 김씨 어머니 김영애씨는 <조선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조선일보> 4일자 ‘김경준 씨는…’).

 

"경준이가 엄청 원통해하고 분해한다. 한국 가서 조사받겠다고 했을 때, 내가 '한국은 미국처럼 공정한 나라가 아직 아니니 가지 말라'고 말렸다. 그런데도 '한국도 많이 달라졌다'며 가더니 지금은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왜 이명박 씨는 조사도 안하고 경준이만 불러서 그러느냐. 몇몇 언론만 빼고 대부분이 이씨가 대통령이 될까봐 벌벌 떠는데 대통령 되면 잡아가기라도 하느냐."

 

무엇이 진실일까. 김경준씨는 도대체 왜 한국에 왔을까. 검찰이 발표하는 수사결과가 그 답을 줄 수 있을까?

2007.12.04 17:49ⓒ 2007 OhmyNews
#이명박 #김경준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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