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5주년을 맞은 동서에게...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동서를 생각하며...

등록 2007.12.05 09:46수정 2007.12.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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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 지난 11월 28일이 결혼 25주년 기념일이었지~?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 그리고 열심히 잘 살아줘서 고마워~"


우리가 같은 가문에 시집와 동서지간이 된 지도 어언 25년, 1982년 같은 해 2월과 11월에 결혼식을 올렸지. 흐르는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새색시 적이 엊그제 같은데 애들이 어느새 자라 우리가 혼인을 했을 때의 나이가 되었지 뭐야~.

 

돌이켜 보면 어떻게 살았는지 꿈만 같은 나날들. 동서네나 우리나 시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없이 교사의 아내로 공무원의 아내로 넉넉지 못한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서로 궁한 내색 한 번 않고 집안 대소사엔 장남, 차남 구별 없이 거의 똑같이 힘을 합해 무사히 행사를 치르곤 했지, 아무런 불평도 없이 말이야.

 

우리야 맏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차남인 동서네는 형한테 미루고 최소한의 성의만 보였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데 늘 먼저 전화를 해서 묻고 상의하고 하는 동서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솔직히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하고 티내지 않으려 했으니 그렇지 어찌 불만이 없었겠어. 나이 차이가 많아 어려워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 겨우 한 살 차이, 엄밀히 따지자면 몇 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손윗동서에게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깍듯했지.

 

결혼 초 서방님이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돈이 필요하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을 때 우리도 여유가 없는 살림이라 돈을 빌려 준 대신, 대출통장을 넘겨주며 갚아 가라고 했을 때 많이 섭섭했지~? 살림이 웬만했더라면 그냥 도와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낯 붉힐 만한 말 다툼 한 번 없이 친자매처럼 잘 지내온 우리, 주변에 이야길 들어보면 여자들로 인해 형제간에 우애가 상하는 일도 많다던데….

 

이처럼 집안이 편할 수 있었던 것은 윗사람에겐 예의로서 아랫사람에겐 따뜻함으로 중간역할을 잘해 온 동서덕분이라 생각해. 그리고 결혼 후 우리 부부의 생일을 한 번도 잊지 않고 챙겨준 동서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아이들도 어른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사촌 지간에도 잘들 지내는 모습을 보면 가정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맞는 거 같아~, 조금 눈높이를 낮추니까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못해도 시집은 잘 왔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네. 며느리 아껴주시는 시어머님과 살가운 동서가 둘씩이나 있는데 여기서 더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겠지~.

 

명절 때마다 차례 준비를 하느라 어머님 댁에서 1박을 하게 될 때면 편한 잠자리는 나와 막내동서에게 내 주고 당연한 듯 불편한 가운데 자리를 고수하는 동서, 단 하루를 묵어도 편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난 친정식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도 동서 자랑을 하곤 하지. 그럴 때면 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런 동서가 있어 언닌 좋겠다"며 부러워들 한다네.

 

어느새 우리 나이도 오십을 넘어 난 오십 둘이고 동선 그보다 한 살이 적은 오십 하나, 12월이 지나면 한 살씩 더 보태질 테고 앞으로 남은 세월이 그동안 함께한 시간보다 길지 짧을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인연이 다 하는 그날까지 서로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도록 더도 덜도 말고 지금까지 살아 온 것처럼 남은 날들도 그렇게 살자.

 

"동서~, 사랑해~"

2007.12.05 09:46 ⓒ 2007 OhmyNews
#결혼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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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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