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격 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아요.”
고려대 법학과 학생회장 곽필영(고려대·법학과 04)군의 말이다. 지난 7월 3일 로스쿨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곽군과 같은 법학과 고학년에게 사법시험은 언젠가 노력하면 붙을 수 있는 시험에서, 언제까지 꼭 붙어야 하는 시험이 됐다. 하지만 생활이 좀 더 빡빡해지고 마음이 조급해졌을 뿐 ‘로스쿨로 진학하느냐, 사법시험을 준비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한다.
법학과 고학년들에게 주어진 다른 길은 없다. 로스쿨은 지금까지 해온 공부와는 전혀 다른 지식을 요구한다. 높은 어학능력·논리력·사고력 등은 로스쿨이 내세우는 주요 평가방식이다. 법학 관련 지식은 전혀 묻지 않고 법학과라고 주는 혜택도 없다.
또한 로스쿨에서 반영하는 학점은 고학년 법대생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법대생들은 사법시험 준비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 학과 학생들보다 학점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곽군은 “앞으로 유예기간까지 남은 4년 동안 사법시험에 올인할 생각”이라며 “군대도 사법시험 통과 후 군법무관으로 갈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대부분의 법학과 고학년들은 곽군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곽군과 같은 이들이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대개의 사법시험 실패자들은 학원 강사로 나가거나, 뒤늦은 군복무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경우를 생각할수록 고학년 법대생들은 마지막 남은 사법시험에 더욱 ‘올인’하게 된다.
한양대학교 법대 고시반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호(법대·법학과) 교수는 “사법시험 공부는 설사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로스쿨을 들어간다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 이라며 고학년 법대생들이 계속해서 사법시험 공부를 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오늘도 법대 고학년들은 한 손에는 두꺼운 민법 책을, 또 다른 한손에는 헌법 책을 쥐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손에는 굳은살이 박히고,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쩌면 이들이 노력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마지막 사람들이라는 생각과 함께 “사법시험은 열심히 한 이들이 노력으로 이뤄 낼 수 있는 정당한 도전”이라는 곽 군의 말이 귀에 맴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양대학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05 18:18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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