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명함' 준 사실, 이명박은 부인 못했다"

[인터뷰] 이장춘 전 대사 "명함 공개 뒤 이 후보가 전화해 35분간 대화"

등록 2007.12.06 11:36수정 2007.12.06 12:00
0
원고료로 응원
 이장춘 전 대사

이장춘 전 대사 ⓒ 연합뉴스

이장춘 전 대사 ⓒ 연합뉴스

검찰의 BBK 수사 발표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BBK 명함'을 공개했던 이장춘 전 대사가 6일 검찰을 맹비난했다.

 

특히 이 전 대사는 명함을 공개한 날 이 후보와 전화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이 후보가 내게 명함을 준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하더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기자의 전화를 받은 이 전 대사는 마침 TV로 방송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었다.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이례적으로 정 후보의 기자회견을 높이 평가했다.

 

"정동영씨가 잘 정리해서 얘기하더라. 검찰의 BBK 수사가 무효라는 게 핵심이다. 7~8년 전에 일어난 일을 다 밝힐 수 없지만 핵심적 의혹은 검찰이 짚고 넘어갔어야지.

 

정동영씨가 거대한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완전히 거짓의 나라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다를 게 없다. 국가기관인 검찰이 특정후보에 충성을 바치고 있다."

 

"그 명함 준 적 없다는 얘기는 차마 못하더라"

 

이 전 대사는 "이 후보 본인이 BBK 대표이사라는 명함을 찍어서 가지고 다녔는데, 검찰이 (그런 주장을 한) 나를 불러서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 후보의 2000~2001년 'BBK 인터뷰'를 검증하지 않은 것도 이번 수사의 큰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그때 서너 군데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BBK를 자기 회사라고 얘기했는데, 각기 다른 세 기자가 어떻게 똑같이 오보를 낼 수 있나? 이런 건 기자들이 언론의 명예를 걸고 싸워야지! 기자들을 전부 병신·바보·사기꾼으로 모는 게 아닌가?"

 

자신이 BBK 명함을 공개한 날 이 후보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내가 이명박의 오랜 친구인데, 이 후보의 대북정책만 아니면 덮어줄 수도 있었다. 사건이 터진 날 전화가 왔다. 약 35분간 얘기했는데, 이 후보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 강하게 항의하면서도 '내가 너한테 그 명함을 준 적이 없다'는 얘기는 차마 못하더라."

 

a  이장춘 전 대사가 공개한 'BBK 명함'.

이장춘 전 대사가 공개한 'BBK 명함'. ⓒ 조갑제닷컴

이장춘 전 대사가 공개한 'BBK 명함'. ⓒ 조갑제닷컴

이 전 대사가 전한 이 후보의 반응은 BBK 명함에 대한 이 후보의 공식적인 반응과 판이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CBS 라디오토크쇼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그 사람과 나는 명함줄 사이도 아니고, 30년지기라 잘 아는 사이다. 그 분은 회사가 없어지고 한참 후에 명함을 받았다고 하는데, 받은 시기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본인도 오래돼서 착각을 했는지 몰라도 회사가 없어지고 한참 지났는데 내가 무슨 명함을 주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는 건지….

 

오래 된 얘기라 서로 기억을 못하는데. 왜 이 시기에 그 사람이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정치판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건 개인의 인격 문제이고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내가 누굴 비난할 생각을 없다. 하여튼 의문이다."

 

그러나 이 전 대사는 "둘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 김백준씨가 2001년 3월 31일 골프장에서 자신에게 또 다른 BBK 명함을 건넬 때도 이 후보 이외에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인데, 그 사람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어 누구인지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전 대사는 "검찰이 8월에 언급한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이 후보와 아주 가까운 친족 이모씨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 주 전직 검찰 간부들의 오찬 모임에서 최근 퇴임한 검찰 총수(정상명 전 검찰총장)가 그 사람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는 말도 했다.

 

<월간조선> 사장을 지낸 조갑제씨가 최근 검찰의 정통한 소식통을 근거로 "도곡동 이상은씨 명의의 땅 실소유주는 이 후보가 아니라 그의 친족 이모씨"라고 얘기한 것과 맞닿은 진술인데, 이와 비슷한 얘기가 한나라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내에서도 널리 회자된 바 있다.

 

이 전 대사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인이 부정을 방관하는 공범자가 되면 안 된다. 정의의 편에서 불의를 물리쳐야만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2007.12.06 11:36ⓒ 2007 OhmyNews
#이장춘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