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사기>는 성공했지만 MBC는 실패했다?

방영일정 네 차례 연장 · 테이프 입고 지연으로 파행 편성도

등록 2007.12.07 10:34수정 2007.12.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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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430억 원, 첫 회 시청률 20.4%에 이어 방송 4회 만에 30% 돌파, 일본 NHK 방송, 일본에서 만화로 발간, 방영 전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6개국 선판매… 5일 종영한  <태왕사신기>의 화려한 기록이다. 지난 9월부터 MBC를 통해 방송된 <태왕사신기>는 종영한 이후에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어 올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태왕사신기>는 방영 전부터 끊임없이 오명을 얻은 문제작이기도 하다. 방영 일정만 모두 4차례나 연기했으며, 그 사이 표절 시비부터 시작해 제작진과 연기자의 불화설, 작가의 도피설 등 끊임없는 루머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 11월 29일엔 편집이 늦어져 임의로 편성 시간을 지연시키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작진은 당일 오후 8시경 MBC측에 테이프 입고가 늦을 것이라고 통보했고, <태왕사신기>는 결국 평소보다 20분가량 지연된 10시 15분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이날 <뉴스데스크>와 <스포츠 뉴스>가 20분을 늘렸고, 11시 5분 방송 예정이었던 <100분 토론>은 <태왕사신기>에 이어 20분 늦게 방송됐다. 예정에 없던 편성 변경에 사전 공지까지 이뤄지지 않아 시청자들은 혼란을 겪었고, MBC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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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는 외형상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들을 많이 남겼다. ⓒ 김종학프로덕션

<태왕사신기>는 외형상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들을 많이 남겼다. ⓒ 김종학프로덕션

 

방영일정 4차례나 연기... 편성 늦추고 뒤집기도

 

그런데 6일 MBC 노보에 실린 편제민실위(편성제작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태왕사신기>의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은 11월 29일 방송이 어렵다며 6일 예정된 스페셜 방송을 방송하겠다고 요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방송 편집에 가까운 제작으로 파행방송의 원인을 제공한 김종학프로덕션은 이에 앞서 지난 달 중순 경 제작시간 부족을 이유로 "23회 방송을 하기 어려우니 마지막 회로 예정되어 있던 '태사기 스페셜'을 방송하겠다"는 요구를 해 온 바 있다.
 
당초 시청자와 약속했던 방송일자를 내부 사정을 들어 수차례 연기하다 급기야 '방송 순서를 뒤집자'거나 '드라마 편집이 덜 끝났으니 방송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구한 행태들은 방송시간 엄수라는 방송의 기본 질서마저 흔드는 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민실위는 김종학프로덕션을 겨냥해 "오만한 발상"이라며 "방송사에 대해 끊임없이 제작사의 권리를 주장하는 그들이 방송프로그램 제작진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지고 있는 의무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민실위는 특히 "외주제작사의 횡포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며 <태왕사신기>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노출시킨 문제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지상파는 외주제작사의 유통창구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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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의 방영일정이 4차례나 연기되자 김종학 감독이 지난 6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영 연기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 PD저널

<태왕사신기>의 방영일정이 4차례나 연기되자 김종학 감독이 지난 6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영 연기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 PD저널

 

민실위는 "우리가 어느새 절박한 심정으로 외주제작사의 선처만 바라는, 마치 기우제를 올릴 수밖에 없는 천수답 농민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며 "앞으로 외주제작사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편성이 바뀌는 것은 물론, 경쟁력 있는 드라마의 경우 판권조차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의 단순한 유통창구로 전락하는 상황이 목전에 도래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태왕사신기>가 30%에 달하는 시청률과 일본 판매에 힘입어 손익분기점 돌파가 확실시 되다 보니 여타 외주제작사들이 앞으로 '태사기 모델'을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주제작사가 2, 3차 유통시장의 수익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한 지상파는 필연적으로 이들의 유통창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는 그들이 여전히 작가와 출연자를 독식해 방송사에 대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방송사는 그들의 제작일정에 모든 편성을 짜 맞추는 천수답 신세를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태사기 사태'가 웅변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민실위는 "방송사가 드라마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권을 회복해야 한다"며 가장 실효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드라마 편성 분량을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민실위는 "최근의 상황은 이제 드라마 만능주의의 신화가 끝났음을 웅변하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부터 드라마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외주제작사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의 균형이라는 입장뿐 아니라 보다 본질적으로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드라마 편수를 시급히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왕사신기>가 가져다 준 일시적 성과에 취해 문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조만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닥쳐오고 말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2007.12.07 10:34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왕사신기 #태사기 #드라마 #외주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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