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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마이뉴스> ‘엄지뉴스’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축하합니다. 엄지뉴스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선물로 치킨을 드리겠습니다. 1인 10마리 한정인데 몇 마리 보내 드릴까요? 치킨은 원하는 주소로 보내드립니다." (엄지뉴스 담당자)
"고맙습니다. 맥주도 준비해야겠네요.(농담) 치킨은 10마리까지 주신다고요? 그럼, 10마리 보내주세요. 덕분에 연말에 좋은 일 좀 하게 생겼네요.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 도와줄 일 없을까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당첨 소식에 회사 사무실에 있던 다른 동료들이 더 기뻐한다. 하지만, 난 동료들의 마음을 무시한 채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
"좋아할 거 없어요. 어차피 우리 몫은 두 마리뿐이니까. 그거면 충분하잖아요. 나머지는 지난번에 빚진 것도 있고 하니 요 옆 어린이집하고 노인분들 계시는 노인정에 갖다 드릴 거예요. 욕심부리지 맙시다!"
"아, 그래도 우리 먹을 거는 충분히 빼놓고 줘도 되잖여."
"아니에요. 두 마리 빼놓고 만약에 모자라면 제가 더 사 드릴게요."
이렇게 해서 아직 받아보지도 못한 치킨을 놓고 벌인 실랑이는 마무리되었다.
약속대로 다음날 오후 치킨 10마리가 사무실로 배달됐다. 난 동료들에게 아무 말 없이 무조건 2마리만 빼놓고 나머지 치킨을 들고 어린이집과 노인정을 찾아갔다.
꼬마 어린 아이들이 많은 어린이집에 5마리를 전해줬고, 노인정에는 3마리를 전해줬다.
별 것도 아녔지만 전해주는 내 마음도 흐뭇했고, 치킨을 받아드는 어린이집 교사와 노인분들도 고마움의 눈길을 보내주었다.
이웃들에게 따뜻한 정과 함께 치킨을 전달해주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왠지 마음이 뿌듯했다. 너무 받기만 해서 미안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동안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덧 사무실에 도착했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벌써 치킨 두 마리를 탁자 위에 펼쳐 놓고 맥주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아니, 벌써 시작한 거예요?"
"얼릉 와서 들어. 이거 공짜라 그런지 더 맛있는데…."
"많이들 드세요. 이게 송년회라고 생각하고…. 올해는 망년회 조촐하게 끝내자구요."
"그러자구."
"대낮부터 술 많이 마시면 오늘 일 못하니까 적당히만 드세요."
그렇게 사무실에서는 조촐한 송년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직원이 "본디 송년회는 올해를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하지만, 이미 지난 일 반성하면 뭐 하겠습니까? 굳이 송년회를 하려면 아직 올해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모임의 이름을 ‘신년회’라고 붙여서 내년 계획을 얘기해 보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겠습니까?" 하는 게 아닌가!
뭐 하나 틀린 말 없었다. 굳이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면 뭐하나 이미 지나간 일인 것을….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연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다. 좋은 일, 보람 있는 일이 많이 있었던 해(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다사다난이라는 말은 탈도 많고 사건도 많았다는 부정적인 말이다.
우리가 한 해를 보내면서 힘든 일도 많이 겪었겠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사다난' 이란 말을 쓰는데 앞으로는 굳이 한 해를 되돌아 보려면 안 좋았던 일보다는 그 해를 보내면서 얻은 보람이라든지, 좋았던 일만을 더듬어보면서 그곳에서 행복을 찾아보면 어떨까?
아무튼 좋은 제안을 제시한 직원의 말대로 이 날의 회사 ‘망년회’는 곧바로 ‘신년회’로 이름이 바뀌었고, 모두 다 내년 계획과 포부를 이야기하면서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이날은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치킨으로 인해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이웃들에게 따뜻한 정과 함께 맛있는 치킨도 전해주고, 직원들과 내년을 기약하며 담소를 나눈 즐거웠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2007.12.07 18:14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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