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촌유기농원 김민구 대표
이정환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던 셈이다. 아버지 옆에서 본격적으로 농사 수업을 하면서도, 그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느냐'로 쏠렸다. 논에 약을 치지 않고 오리를 이용하는 친환경농법(오리농법)을 도입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자신의 무릎을 탁 칠 만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우리 농원이 오서산 자연 휴양림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요. 그래서 관광버스가 많이 지나가곤 했는데, 하루는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 논에 있는 오리들을 구경하고 있는 거예요. 신기하다면서 사진도 찍고… 저거다 싶었죠. 사진만 찍고 가는 저 사람들을 나한테 끌어와야겠다!"
팜스테이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논에 있는 오리를 신기해하던 사람들'은 김씨를 한국농업대학으로 이끌었다. 이유는 "하나", "농업 원리와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개량한다던지 하는 것은 그에게는 부차적인 목적이었다.
"농업을 살리는 길, 저는 '도농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도시 사람들의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야 하니까요. 그래야 우리 농산물의 신뢰도도 높아지는 거거든요. 그리고 도농교류는 곧 관광농업이라고 봅니다. 헌데 그 사람들한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는 거예요. 그저 아버지가 콩 심으라면 콩 심고, 팥 심으라면 팥 심고 했으니까. 콩은 어떻고 팥은 어떻고를 얘기해줘야 하는데, 전문지식이 없더라구요. 한농대 진학을 결심한 이유죠."가족회원 100명 확보를 위하여"도농교류가 곧 관광농업"이란 김씨의 주관은 확고했다. 졸업을 하고 본격적인 팜스테이 준비에 들어갔다. 농협에서 1억원을 융자받아 집을 개조하고 연못도 만들었다. '도시 사람들을 위한' 황토방과 박물관도 마련했다. 2004년, 첫 해 다녀간 사람들은 500여명. 현재 연매출은 "1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속칭 '대박'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조급하지 않다.
"돈이 목적인, 수박 겉핥기 식 팜스테이가 많은 것 같아요. 팜스테이가 '차떼기'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버스로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중심의 소수 관광이 돼야 합니다. 여기 오면 장현리 특성도 알고, 마을 유래도 알고, 어떤 것을 해 먹는 과정도 알고… 느리더라도 꼼꼼하고 여유롭게 가야 해요. 농원들이 각각 특색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