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가 정녕 가치없는 일인가

[주장] 정동영·문국현 후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등록 2007.12.09 15:16수정 2007.12.0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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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대선이 이제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대선의 판세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범여권진영의 후보단일화이다.

 

넓게 봐서 범여권진영이라 함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까지를 포괄한다. 그러나 후보단일화의 핵심은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간의 후보단일화이다.


이를 반영하듯 각계 각층에서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종교사회단체, 재야원로가 주도하는 '부패세력 집권 저지와 민주대연합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이하 '비상시국회의')는 범여권이 정파와 이념을 불문하고 단일화를 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요구의 근거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지난 10년간 민주정권이 이루어놓은 개혁이 후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한나라당 집권저지를 위한 후보단일화가 가치없는 일인가?

 

일부에서는 후보단일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후보단일화니 연합이니 하는 어설픈 정치공학적 행태를 중단하고 대선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아름다운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이명박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해 정파와 이념을 떠나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은 다원주의적 현대 정당 정치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좋다. 원칙적으로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국민들에게 심판받는 것이 현대 정당 정치의 기본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또한 가치와 신념이 다른데 무조건 후보단일화하라는 것은 어설픈 정치공학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 살펴보자. 과연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가 꼭 따로 당을 차려야 할 만큼의 이념적 차이가 있을까? 문국현 후보는 기존의 정치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때가 덜 묻었다는 참신성이 있을지 몰라도 결코 대통합민주신당과 이념과 정책에서 질적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문국현 후보, 대통합민주신당과 이념 차이 없어

 

지금 한국사회에서 거칠게 이념적 기준을 나누면 대북정책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북정책은 북과 평화공존하면서 점진적 통일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같이 대결과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을 통해 적대적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로 요약될 수 있다.

 

현실에 있어서는 핵을 포기해야 북과 교류할 수 있다는 선핵폐기의 입장과 핵폐기와 북과의 교류를 병행해서 하자는 입장으로 나뉘어진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선핵폐기의 입장이라면 정동영 후보, 문국현 후보, 권영길 후보는 핵폐기와 교류를 병행하자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인데,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수용만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신자유주의는 수용하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완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가장 진보적인 입장에 있는 권영길 후보는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이다.

 

현실에서 이는 FTA에 대한 수용여부로 갈리는데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FTA를 전적으로 수용하자는 입장이라면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FTA를 수용하되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물론 권영길 후보는 FTA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문국현 후보가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았다는 참신성은 있을지 몰라도 결코 정동영 후보보다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이지 않다.

 

개혁후퇴에 대한 두려움, 정당성 있다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는 크게 두 가지의 우려가 담겨있다. 하나는 지난 10년간 부족하지만 이루어 온 민주화 조치가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최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방송위의 주의조치나 검찰의 BBK수사결과 발표, 선관위의 후보단일화 토론 불가 등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권력기구가 급속히 이명박 후보에게 줄서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권력을 잡기 전에도 이미 지난 10년간 이루어 온 권력기구의 중립화가 흔들리고 있는데 실제 이명박 후보가 권력을 잡는다면 지난 10년간의 개혁조치가 무위가 될거라고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본다.


조선시대 정조가 24년간의 재위기간 시도했던 개혁이 정조 사후 당시의 지배세력이었던 노론벽파에 의해 무위로 돌아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와 민주정부 10년 동안의 개혁이 과거세력에 의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는 매우 정당한 우려라고 생각된다.

 

또 한 가지의 우려는 한반도의 정세가 분단 이후 최대의 격변을 겪고 있는 지금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집권할 경우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한반도의 주변정세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있으며 빠르면 내년 북미수교가 이루어질 전망도 있다. 오랜 시간 한반도를 규정해왔던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세력이 북과 손을 잡고 평화체제 전환의 주도권과 평화번영을 이끌고 나가야 우리민족이 맞는 역사적 호기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도 북과 협력하여 핵을 폐기하려고 하는 마당에 북의 일방적 핵폐기를 주장하는 세력이 집권할 경우 비록 과거와 같이 북과의 관계가 단절되지는 않겠지만 동북아정세에서 주도권을 잃고 모처럼 찾아온 역사적 호기를 놓칠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정동영 후보도 문국현 후보도 진지하게 후보단일화에 나서야

 

단일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싫다는 사람에게 단일화를 강요하고 잘 되지 않으니 사퇴를 강요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이다. 단일화에 대한 협상장에서 상대방의 사과와 사퇴를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 역시 대단히 비민주적인 행태이다.

 

단일화를 위한 토론의 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펴고 거기에 따른 국민적 심판을 수용하면 되는 일이다. 또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매우 위험해 보이는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세력들이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협상을 통해 타협하면서 정치연합을 이루는 것도 민주주의 정치의 한 방법이다.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쟁하여 이 결과를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사소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하여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가 규정했듯이 부패수구세력, 과거세력에게 정권을 넘긴다면 역사 앞에 참으로 무책임한 정치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동영 후보도 문국현 후보도 큰 정치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후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단일화 장에 나서서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진정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2007.12.09 15:16 ⓒ 2007 OhmyNews
#후보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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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기자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언론개혁과 지역감정 타파 냉전체제 해체에 관심이 많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는 평화, 통일운동 전문 시민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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