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괴물 '위그선'을 만나다

고복저수지에서 모형 위그선을 시험 중인 이희성씨

등록 2007.12.10 10:36수정 2007.12.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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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위그선을 조립하는 이희성씨 모습 ⓒ 이인옥


군립공원으로 잘 알려진 고복저수지는 충남 연기군 서면에 위치해 있으며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사계절 다양한 모습으로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는 이곳은 글 쓰는 일 이외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오늘(9일)도 고복저수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언제든 두 팔 벌려 반겨주는 고복저수지는 우리 가족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환상적인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으며 겨울이면 철새들이 날아와 수면을 아름답게 수놓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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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저수지에서 만난 석양의 모습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이인옥


차를 타고 남편과 함께 고복저수지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아보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조립하고 있었다. 모형비행기 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물어보니 '위그선'이라 했다. 현재 국내에 특허출원을 한 상태고 국제특허출원도 준비하는 중이라는 그분으로부터 위그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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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씨가 위그선 모형을 손보고 있다. ⓒ 이인옥


충남 연기군 서면 쌍전리에 살고 있는 이희성(58)씨는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의 권유로 위그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호버크래프트를 공부하다가 군 제대 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가 1976년경이라고 한다.

모형비행기에 관심이 많아서 그것을 만들다가 외국 신문에 난 위그선 기사를 보고 괜찮겠다 싶어 공부하게 되었다는 이희성씨, 서적을 보고 독학으로 공부해 위그선 모형을 만들고 시험비행을 거듭하게 되었고 멀리 아산만에서 시험비행을 해오다가 요즘 가까운 고복저수지에서 연습을 하는 중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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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씨가 만든 위그선 모형이 고복저수지 수면 위에 떠 있다. ⓒ 이인옥


위그선은 수면 위 5m 이내에서 뜬 상태로 최고시속 550km까지 달릴 수 있는 초고속선으로 물 위를 나는 배라고도 불린다. 양력(수면과 날개 사이에 공중으로 떠오르려는 힘이 극대화되는 수면효과)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보다 속도가 3~4배 빠르다고 한다.


1960년대 독일에서 처음 개발됐으며 실제 모습은 1976년 미국의 스파이 위성이 카스피해에서 시속 550km로 움직이는 괴물체를 발견하면서부터 소련의 위그선으로 밝혀졌다.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바다괴물이라 불리기도 했다는 위그선을 두고 비행기냐 배냐 하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1990년대 말 국제해사기구에서 선박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건설회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위그선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는 이희성씨. 가족들의 반대에도 오랜 세월을 위그선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앞으로도 위그선 연구와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는 그에게서 굳은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가족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돈을 많이 벌어오기보다는 오히려 모형을 만든다고 많은 시간과 돈을 써버리는 일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그분의 말에 한편으로는 가족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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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씨가 위그선 모형을 조종하는 모습 ⓒ 이인옥


조립이 다 끝나자 저수지에 모형위그선을 띄우고 머리에 모자처럼 무엇인가를 썼다. 그리고는 리모컨으로 조절하자 윙 소리를 내며 모형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무척 신기했다. 천천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빠른 속도로 저수지를 빙 돌며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더니 금세 시야에서 멀어진다.

배 한 척 떠 있지 않은 잔잔한 수면 위에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다니는 모형선을 정신없이 눈으로 쫓으며 사진을 찍었다. 무슨 보물을 만난 듯 기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저 모형선이 완성되어 고복저수지를 떠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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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선 모형이 고복저수지 한 복판의 물살을 가르며 새와 함께 날고 있는 모습 ⓒ 이인옥


위그선 모형이 수면 위를 떠다니자 오리 떼도 힘껏 날아오르며 함께 즐거워한다. 오리떼는 놀라서 날아올랐겠지만 내 눈에는 날아오른 오리 떼와 위그선 모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했다. 그 모형이 민락정 앞을 지날 즈음 사진에 담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빠르게 내달리는 모형을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만났다는 사실이 감동 그 자체였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의 노력이 어쩌면 큰 결실을 맺게 되어 국가 경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내년쯤에 사람이 직접 탈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 시험비행을 할 생각이라는 이희성씨는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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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저수지 민락정 앞에서 힘차게 달리는 위그선 모형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 이인옥


부디 그 원대한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아름다운 고복저수지에서도 그가 만든 위그선을 타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심어야 할 약속! "꿈은 이루어진다."
#위그선 #고복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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