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사진은 지난 5월29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 도착한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이 연이어 터지는 대형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올 초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이 유죄를 판결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지난 8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정전사고로 '기술의 삼성'에 흠집이 났다. 이어 경비업체인 '에스원' 직원의 강도행각으로 이우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래미안'으로 유명한 삼성물산이 재건축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신뢰의 삼성'도 빛을 바랬다.
또 10월말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 이후 특별검사법까지 통과되면서 삼성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게다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좋았던 삼성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사고를 일으키는 돌발 악재까지 터져나왔다. 여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중공업을 상대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까지 요청하고 나서자, 일부 직원들은 한마디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유죄판결, 정전사고, 강도행각, 재건축비리, 비자금 의혹, 기름유출... '사면초가'10일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주말에 기름사고에 대한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삼성(SAMSUNG)' 이라는 영문자가 살짝 지나가는것을 보고 가슴이 울렁거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니, 배 만드는 회사에서 남이 만든 배를 받을 줄이야"라며 푸념섞인 듯 말했다. 그리곤 "20년 넘게 여기에 있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터진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는 삼성 쪽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 지난 7일 삼성중공업 예인선 삼성T-5호와 T-2는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해상크레인 부선 삼성1호를 경남 거제조선소로 끌고가는 중이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서해 앞바다의 강한 바람에 의한 파도로 인해 예인선과 크레인을 연결해주는 와이어가 끊어졌다"면서 "당시만해도 크레인과 유조선과 거리는 1㎞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함께 조종이 불가능한 크레인은 결국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와 충돌해,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자세한 충돌 경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