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골뱅이무침으로 얼얼해진 입속을 포근하게 달래주는 달걀말이입니다.
이효연
어제(11일)는 저녁 무렵 회사에서 간단한 간식을 들었다며 늦은 저녁 대신 맥주나 한잔 하자고 남편이 꼬시는 바람에 다이어트고 뭐고 홀랑 까먹고서 골뱅이 무침에 달걀말이를 만들어 안주로 준비해 본 것이에요.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하려고 했던 것인데 어제의 드라마 전개가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이루어지는 바람에 그만 드라마에 푹 빠져서 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니 집에 있던 막걸리 한 병, 소주 반 병, 맥주 한 병을 다 마셔버렸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에 보름달이 뜬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요, 둘이 다 드라마를 좋아하면서도 보는 방식에 있어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거예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어쩌구 저쩌구, 그러게 사람이 말야… 내가 아는 사람은…" 이래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비해, 남편은 입 꼭 다물고 드라마에만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무슨 얘기를 좀 할라치면 "아, 거 좀 조용히 좀 해, 나중에 얘기하면 되잖아" 하면서 면박을 주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한소리를 듣고 나면 조금은 섭섭해서 '그렇게 재미있으면 아주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시지 왜?'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 너무나 진지하게 드라마에 몰입된 남편의 옆모습을 보노라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래서 일부러 자꾸만 말을 걸게 되지요.
그렇게 몇 번을 하다 보면 남편은 성질을 확 내면서 일어나 나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들어와서는 다시 드라마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그게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경이면 반복되는 저희 집의 일상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댁들은 어떠실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늘(12일)도 화요일이니 역시 똑같은 광경이 저희 집 거실에서 또 펼쳐지겠지요? 다음 주에는 연말 송년회다 뭐다 해서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남편이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못 보게 될 것이 분명한데 오늘만큼은 '드라마 중간에 말 걸기 훼방'을 한 번 건너뛰어볼까 말까 생각 중입니다. 밤 10시 전까지 남편 하는 행동을 봐 가면서 결정할 계획이에요.
늦은 저녁, TV 시청을 할 때 맥주 한잔과 더불어 즐기면 금상첨화격인 안주, 골뱅이 무침을 만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