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급공무원도 연간 억대 로비받았다"

[인터뷰] 김용철 변호사, 국세청-금감위 '삼성' 조사 촉구

등록 2007.12.13 16:49수정 2007.12.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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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국세청, 공정위 뭐하고 있나?" 13일에도 김용철 변호사는 11번째 '출근'을 했다. 그리고 "특검과 특본이 합쳐도 삼성 수사 104일만에 끝낼 수 없다"며 걱정했다. ⓒ 이경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11월 28일 오후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하고 있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11월 28일 오후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나 특검수사로 이씨일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국세청· 금감위·공정거래위 같은 국가기관들이 총체적으로 나서서 삼성 문제를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105일간의 수사기간은커녕 몇년이 지나도 해결 못한다. 삼성은 지금 아무 대응 안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이 사건이 잊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에 삼성장학생들을 동원해 처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대선을 6일 앞둔 시점에서 "모든 국가기관이 삼성비자금 비리를 밝히겠다고 나서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인력과 시간의 한계 때문에 사건의 실체를 못 밝히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파생 계좌 1만여개... 하나씩 영장 청구하면 어느 세월에 수사하나"

김 변호사는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검찰수사(특본)나 특검수사로 이씨 일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금융실명제를 강화하느라고 만들어진 법제에서 수사 때마다 단계별 영장이 필요해 시간과 인력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 검찰이 계좌 하나씩, 입출금 전표 하나씩 열 때마다 하나씩 영장을 청구해야 하니 어느 세월에 현재까지 나온 계좌들을 모두 다 처리할 수 있겠냐"고 개탄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계좌가 모두 천수백개에다가 여기에 파생된 계좌가 1만개, 또 여기에 따라붙은 입출금 내역이 붙은 전표까지 확인하다보면 기하급수의 영장청구가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검찰수사와 특검만으로는 절대 삼성의 비자금 비리를 분명하게 못 밝혀낸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명박씨가 '특검을 해야 하는데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며 "정말 삼성비자금 비리를 정확히 밝히겠다는 의지가 있는 정치인이라면 지금 결심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씨에게 삼성과 이씨 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조치에 나서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 모든 기능을 마비시키고 왜곡한 우리나라 최고의 거악이자 대형 범죄인 삼성과 이씨 일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을 조세포탈범으로 고발해야 한다"


권우성
김 변호사는 "특검 제도는 검찰 불신의 보충적 제도"라며 "국세청·금감위·공정위는 불신받을 때 보충적인 제도가 없고, 그들은 다만 독직행위에 대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현직 임직원 천수백명의 차명주식이 드러났다"며 "차명주식은 증여세의 문제가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세청이 차명주식·명의신탁 부분을 증여세 포탈로 조사한다면, 그 부분은 영장 없이 맘대로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국세청 조사국장만 부임하면 김&장 법률사무소의 자료나 삼성자료를 눈감고 넘어왔는데 이번만큼은 통치권자가 결단을 내려 조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변호사는 "국세청은 검찰과 달리 상납의 끈이 아직도 살아 있으며 금액도 워낙 어린 나이 때부터 관리받기 때문에 검찰보다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는다고 말한 바 있다"며 "국세청이 제 기능을 해야 삼성의 비자금 비리는 물론 국가가 바로세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변호사는 "국세청이 기업별 지분조사를 늘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항상 갖고 있다"며 "국세청은 삼성문제의 공범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판례를 들어 "탈세를 도와준 국세청 공무원을 조세포탈 방조죄로 처벌한 예가 있다"며 "국세청이 직무유기가 아니라 공범에서 벗어날면 지금이라도 분명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세청의 조사기능은 영장 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검찰보다 시간이 훨씬 압축적으로 소요된다는 것이다. 삼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조세포탈 부분을 징세하고, 조세포탈범으로 고발하면 검찰도 속도를 내기 쉽다고 전망했다.

"'위장 분리' 김&장 변호사가 삼성 측 대리 맡아"

김 변호사가 지적한 두번째는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조사를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지금 삼성측 변호인이 검찰조사에서 대주주 지분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우호적 지분을 감춰놨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한다"며 "지분율 0.84%를 갖고 우호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차명으로 비자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삼성물산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 사는 게 우호적 지분인가"라고 묻고 "말이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논리를 만드는 것이 김&장 법률사무소 같은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과 김&장법률사무소와의 특수관계를 밝혔더니 김&장법률사무소에서 '위장분리'한 변호사가 삼성측 대리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김&장 법률사무소 형사팀에서 소속돼 있던 조준형 변호사는 올 11월 김&장 법률사무소를 사직하고, 11월 23일 서울 서초동 예성빌딩에 단독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실제로 삼성 비자금 비리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개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 조준형 변호사는 "나는 11월 22일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퇴직했다"며 "11월 23일 개인법률사무소를 개업했기 때문에 절대로 위장분리가 아니다"라고 반론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또 "대주주 지분이 제대로 신고도 안 돼 있다면 공정거래위도 당연히 명의신탁 주식 관련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공정위도 당연히 조사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김 변호사가 밝힌 삼성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조사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 하급공무원(7~8급 해당)도 룸살롱 접대 등 삼성 측으로부터 연간 억대의 로비를 받은 사람도 있다"며 "이렇게 썩어 있는데도 법에서 비껴나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금감위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대로 감사를 했다면 오늘날 삼성 비자금 비리가 생겼겠냐"며 "국가기관이 삼성에서 따로 봉급인지 뭔지를 받으면서 공범에서 벗어나려면 당연히 제 기능해야 하고, 지금까지 관계자가 삼성과 얽혀 제대로 못했다면 통치권자가 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산분리 공약 철회 않으면, 이번 대통령은 이명박이 아닌 삼성"

 지난달 28일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야경. 김용철 변호사는 15층에서 각각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야경. 김용철 변호사는 15층에서 각각 조사를 받고 있다.권우성

이어서 김 변호사는 "이명박씨가 대통령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국가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105일간의 특검은 물론 몇 년이 가도 삼성의 불법행위를 밝히기 어려운 현실에서 국가기관이 모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씨가 금산분리 철폐 공약을 아직도 철회하지 않았다면 이번 대통령은 이명박이 아니라 삼성"이라며 "국가 통치권자가 삼성이 되는 현실이 온다면 아마도 영원한 최고 권력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삼성은 보험가입자의 돈으로 수천조의 재산을 만들어 그걸로 제조업을 지배하겠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며 "그걸 다시 지주회사로 해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삼성생명을 통해 다시 또 삼성전자 같은 제조업 지분을 갖겠다는 건대 이게 있을 수 있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해 총수의 의결권 제한을 풀고 출자총액제한을 풀어줌으로써 이상한 체제를 유지해주겠다고 하면 그것은 '자본권력'을 인정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삼성을 위해 이렇게 한다면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대가로 이런 엄청난 일에 나서는 것인지 정말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금산분리 철폐가 정당방위라는 논리가 계속 나온다면 그것은 국가시스템을 부인하는 것과 같은 행위"라며 "금감위, 국세청, 공정위 같은 곳에서 제대로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시스템 자체의 제기능이 없어지는 꼴"이라고 걱정했다.
#삼성 비자금 #김용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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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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