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은 정권교체 아니다

[손석춘 칼럼] 민생경제 파탄 낸 신자유주의 정권의 연장 일뿐

등록 2007.12.14 14:29수정 2007.12.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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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열린 불교지도자대회에 참석해서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열린 불교지도자대회에 참석해서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권우성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열린 불교지도자대회에 참석해서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무늬만 경제를 잘할 것 같은 이명박 후보를 뽑는 게 과연 정권교체인가."


날카로운 물음이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었다. 경남 마산의 어시장을 찾아가 그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역설이지만 이회창 후보다. 이회창은 까닭도 명토박았다. "탈법과 위법을 밥 먹듯이 하는 지도자"를 뽑으면 "이 시대를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연장하는 것"이란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단순히 대선 판의 말싸움으로 넘겨야 할까. 물론, 이회창도 다급하긴 했을 터다. 지지율이 이명박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회창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차분하게 톺아보라. '무늬만 경제를 잘할 것 같은 이명박 후보.' 옳지 않은가. 흔히 그를 일러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한다. 현대건설 사장을 했기에 나오는 말이다.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알 사람은 다 안다. 그의 '성공'은 박정희가 있어 가능했다. 박정희가 신입사원 가운데 이명박을 기억한다는 아주 사소한 사실로 정주영은 그를 발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오늘의 이명박은 박정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이명박이 걸어온 길은 '경제 살리기'와 거리가 멀다

 

반면에 이명박이 독자적으로 벌인 기업은 어떤가. 유감이지만 성공한 게 없다. BBK의혹은 아직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설령 검찰의 발표가 100% 맞더라도 심각한 사실을 증언한다. 젊은 사기꾼에게 휘둘려 사기를 당할 만큼 어리보기, 바로 그가 이명박 아닌가.


다만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며 청계천을 '복원'하고 대중교통체계를 바꿔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냉철히 볼 일이다. 서울 시장은 경제를 살리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는 자리다. 서울 시장은 국가의 경제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는 까닭이다. 이명박은 "우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면서 "그러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실 진단을 따따부따 할 생각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그의 생게망게한 '해법'이다. 언죽번죽 "비정규직 문제는 정권교체를 통해 경제가 고성장하게 되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이란다.


그게 해법인가? 노무현 정권 아래서도 수출대기업들은 고성장을 했다. 어느새 성큼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다. 하지만 어떤가. 민중의 삶은. 비정규직은, 농민은, 도시빈민은. 무너져가는 중산층은.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양극화가 깊어진 원인이 '성장 부족'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그래서다. 만일 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때, 그것을 '정권교체'라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 까닭은. 직업적 정치인들에겐 정권교체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에게도 그럴까.


보라. "한번 채용하면 고용의 유연성 부족으로 기업 활동을 하기가 어렵고, 고임금도 피하기 위해 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활용해 왔다"거나 "고임금으로 대우를 받는 노동조합이 때로는 노사문제에서 더 강하게 분규를 일으켜, 외국의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피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는 이명박의 발언을. 노무현과 어금버금하지 않은가.

 

신자유주의 넘어선 '경제 프레임' 이명박 추문에 파묻혀

 

그렇다. 이명박으로 정권교체는 무늬만 정권교체다. 진정한 정권교체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겠다는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다. 설령 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다고 해도 진실마저 외면하기란 옳지 않다.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걸고 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후보가 여권에 연연해 진보적 시민사회나 진보정당에 더 다가서지 못한 게 갑갑한 까닭도 여기 있다. 그의 바람이 선거정국을 강타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권영길 후보는 "새로운 진보적 경제 프레임"도 제시했지만 "이명박 후보 추문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그 결과다. 우리는 지금 더 노골적인 인물로 신자유주의 정권의 연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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