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12.14 18:46수정 2007.12.14 18:46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요즘 연일 기름냄새 나는 바다엘 가고 있다. 오전에는 서둘러 내 일을 하고, 오후에는 바다로 달려가서 주로 만리포와 의향해수욕장 등에 몸을 놓고 있다.
태안에서 나고 사는 연유로 매체들의 긴급 청탁에 의해 매우 즐겁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의 고정적인 일과인, 해미성지 물을 길어다가 여러 집들에 나누어드리는 일도, 혈당 관리에 필수적인 매일 오후의 걷기 운동도 자연 중단이 된 상태다.
연일 바다에 가서 기름과 싸우는 이 일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로써는 그저 '지속'만이 있고, 또 그래야 할 일이다.
어제(13일)는 태안 고엽제전우회원들과 바다엘 갔다. 기백환 회장, 양재용 사무국장 외 여러분과 함께 내 승합차에 태안 고엽제전우회가 긴급 구입한 코팅장갑 3천 켤레(40만원 어치)를 싣고 만리포에 가서 해양경찰청 '방제대책현장지휘소'에 전달한 다음 천리포와 백리포, 십리포(의향해수욕장) 등지 상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의향해수욕장 입구에서 길가의 수많은 차량들 사이에 세워져 있는 홍성보훈지청 차량을 발견했다. 승합차에 새겨져 있는 '홍성보훈지청'이라는 글자들을 보는 순간 색다른 반가움을 느꼈다. 고엽제전우회는 보훈처와 거의 운명적인 관계다. 또 태안에 거주하는 베트남 전쟁, 한국 DMZ 고엽제 피해자들은 홍성보훈지청에서 제반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
홍성보훈지청의 직원들도 태안반도를 급습한 검은 기름 제거작업, '기름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었다. 태안반도의 남쪽과 북쪽 일부를 제외한 서쪽의 모든 해변은 지금 참으로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한다. 아니, 그야말로 완전히 전쟁 상황이다.
광범위한 전선 중에서 의향해수욕장 쪽으로 투입되어 기름부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홍성보훈지청의 직원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수많은 용사들 속에 섞여서 어느 지점에서 한창 맹렬히 싸우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홍성보훈지청의 홈페이지 '보훈알리미'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청소식'난에 '충절홍성'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보훈과의 이숙영씨가 쓴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 있었다.
검고 추운 겨울 태안 바다를 하얀 마음의 훈훈한 정으로
홍성보훈지청 '태안 바다 기름 제거' 봉사활동 실시
홍성보훈지청(지청장 이찬민)은 13일 태안 기름 유출 사건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바다를 살리기 위한 기름 제거 봉사 활동을 가졌다.
이번 봉사 활동은 대전지방보훈청과 합동으로 총 4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하였다. 썰물 때를 맞추어 바위틈과 모래톱의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 모두 한마음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추운 줄도 모르고 일했다.
한 직원은 "날카로운 굴 조각 사이사이 검은 기름이 달라붙어 흡착포로도 좀처럼 기름이 제거되지 않는다. 닦고 닦아도 여전히 기름으로 까만 돌들에 마음 아프지만,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한마음이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2>
홍성보훈지청 홈페이지 '보훈알리미'의 '우리청소식'난에는 또 보훈과 직원 이숙영씨가 올린 다음과 같은 글도 있었다.
홍성보훈지청(지청장 이찬민)은 정책홍보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직원들의 홍보역량 강화를 위해 12월 6일(목) 3층 강당에서 충남소설가협회 회장인 지요하 강사를 초청하여 자체 홍보교육을 개최하였다.
이날 강의에서 지요하씨는 홍보대상의 다양화에 따른 홍보방법의 차별화 전략 및 기고문 작성요령 등을 설명하여 직원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홍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홍성보훈지청에서는 지청 소속 공무원들의 혁신홍보 역량 내재화를 위한 특강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어제 소원면 의향리 해변의 홍성보훈지청 차량을 본 데서 갖게 된 고마운 마음 위로 오늘 더욱 큰 고마움이 번진다. 일주일 전인 지난 6일의 일이 따스하게 떠오른다. 그때는 다음날 7일 태안반도에 엄청난 환경 재난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던가! 하는 생각도 절로 떠오르고….
홍성보훈지청은 여러 가지 보훈 업무와 보훈 관련 특화사업들을 시행하면서 홍보의 필요성과 함께 자체 홍보능력 강화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것 같다. 사실 그것은 인터넷 시대에는 더욱 필요불가결한 일이기도 할 터이다.
그것의 일환으로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직원들의 홍보 의욕과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맨 먼저 나를 초청했다고 한다. 국가의 보훈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베트남 전쟁 고엽제 피해자(국가유공자) 중에 작가 명색을 지닌 사람 하나가 홍성보훈지청 관할 지역에 살고 있음을 잘 아는 나머지, "맨 먼저 그 '보훈가족'을 초청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지금도 나는 그 말을 고맙게 상기한다. 나는 작가 명색이 일천한 면도 있고 해서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단체 등에 가서 '특강'을 한 경험이 많지 않다. 몇 년 전에 태안해양경찰서에 가서 꽤 많은 수의 직원들 앞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행사를 기획하여 나를 초청한 이와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외지 출신들이었다.
1990년대 중반 서산시 대산읍의 '현대석유화학'에 가서 특강을 한 적도 한번 있고, 몇 해 전에는 '태안화력본부'에 가서 문학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고장이 아닌 곳이거나 외지 출신 사람들이 기획을 하는 일이어서 그게 가능했으리라는 조금은 재미있는 생각을 지금도 간혹 하고 있다.
아무튼 홍성보훈지청이 나를 초청하여 특강을 하게 한 일은 내 기억에 고마움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민원창구 직원들을 제외하고, 이찬민 지청장과 20여 명의 직원들이 내 강의를 들었는데, 모두들 수강 태도가 진지했고 또 재미있게 듣는 듯해서 더욱 고마운 마음이었다.
나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 예정을 훨씬 넘겨 1시간 15분 동안 강의를 했는데, 내가 국가보훈처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된 경위, 그것과 관련하는 1969년 '삼선개헌' 국민투표 때 부대 내 공개투표장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찍은 이야기, 고엽제 후유증 판정/국가유공자 보상 혜택 등과 관련하는 색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강의 끝에 가서 올바르지 못한 글꼴들의 소개와 함께 바로잡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쳤다.
<3>
지난달 8일에도 홍성보훈지청의 초청으로 홍성을 간 적이 있다. 홍성보훈지청은 그날 홍성군문화관광과의 홍보담당 계장과 홍성군의 보훈단체 회장 한 분과 나를 초청하여 '2007년도 홍성보훈지청 혁신활동 추신사항 및 실적'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도 받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설명 들으면서 홍성보훈지청의 창의적이고 열성적인 업무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보훈관련 공무원으로서의 긍지와 사명감이 직원들에게서 넘쳐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고마운 마음이었다. 홍성보훈지청의 업무들 중에는 홍성보훈지청이 개발하고 시행하는 특화사업들도 몇 가지 있었다. 나는 그것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특화사업들의 지속성을 잘 지켜보면서 그 성과들을 널리 소개할 생각도 갖고 있다. '보훈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 역시 내가 잘 챙겨야 할 일종의 의무로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어느새 오전이 다 가버렸다. 곧 점심 먹고 바다로 달려가야 할 시간이다. 원래는 이 글을 오전 중에 <오마이뉴스>에 올려놓고 일어설 생각이었는데, 어머니의 채근 때문에 이만 일어서야겠다. 오늘은 태안성당 봉사 팀에 합류하지만, 내일(15일)은 '충남예총'과 '태안예총' 회원들의 봉사가 예정되어 있어 여러 번 전화 통화를 하면서 글을 쓰느라 더욱 진도가 느려졌다. 천상 밤에나 이 글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2007.12.14 18:46 | ⓒ 2007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