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인가

선거기사심의기준을 명백히 어기는 조중동의 '박근혜 유세 보도'

등록 2007.12.14 22:03수정 2007.12.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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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4일 '오늘의 나쁜 선거기사'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은 공식적인 선거운동 개시일인 11월 27일부터 12월 18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의 선거관련 기사를 대상으로 '오늘의 나쁜 선거기사'를 선정·발표하고 있습니다.


선정기사 : <‘보잉 747’ 박근혜 화끈하게 뛰는 까닭은>, <박근혜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전국에서 아우성”>, <박근혜 “전국서 갈아보자 아우성”>
해당신문사 :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기사 순서대로)
작성기자 : 이가영 기자, 정시행 기자, 김현수 기자(기사 순서대로)

 

12월 14일자 조선·동아·중앙일보를 보는 순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조선일보는 5면에서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의 유세 소식을 차례를 전한 뒤 그 바로 아래 <박근혜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전국에서 아우성”>이라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유세 관련 기사를 붙였다.(<사진 1> 참고)


동아일보 또한 8면에서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 유세 관련 기사와 함께 <박근혜 “전국서 갈아보자 아우성”>을 옆에다 붙였다. 심지어 그 밑에 <정몽준 “옆동네 출신 이 지지를”>을 붙여 정몽준 의원의 유세 소식까지 전했다.(<사진 2> 참고)


중앙일보는 더욱 가관이다. 4면에서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 유세 관련 소식을 각각 큼직하게 다룬 뒤, 하단에는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 후보 유세 소식을 각각 짧게 다루더니, 5면에서는 <‘보잉 747’ 박근혜 화끈하게 뛰는 까닭은>을 상단 메인 기사로 ‘화끈하게’ 배치했다.(사진 3> 참고)

 

a  12월 14일자 조선일보 5면(왼쪽)과 같은 날 동아일보 8면

12월 14일자 조선일보 5면(왼쪽)과 같은 날 동아일보 8면 ⓒ 민주언론시민연합

12월 14일자 조선일보 5면(왼쪽)과 같은 날 동아일보 8면 ⓒ 민주언론시민연합

 

a  12월 14일자 중앙일보 4~5면

12월 14일자 중앙일보 4~5면 ⓒ 민주언론시민연합

12월 14일자 중앙일보 4~5면 ⓒ 민주언론시민연합

세 신문 모두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까지 실었고, 특히 중앙일보는 대통령 후보로 뛰고 있는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 후보 기사에서는 각 후보를 캐리커처로 처리하면서도, 박 전 대표 기사에서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이명박 후보 지원 활동 중인 박근혜 전 대표 보도를 부각시키는 것은 편파적 행태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라도 되는 것인가? 그것도 지지율이 높은 매우 유력한 후보라도 되는 것인가? 이들 신문을 보면 마치 박 전 대표가 ‘기호 13번’으로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나 싶은 착각까지 들 정도다. 문국현, 권영길 등 다른 후보들 관련 기사는 작게 한 모서리에 배치한 이들이 박 전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는 큼직하게 다루고 있다. 정책과 공약은 사라지고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인기에 편승한 이명박 후보 돕기 캠페인이라도 하는 듯하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 후보 측과 어떤 역학 관계에 있든지 상관없이, 현재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한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박 전 대표의 유세 소식을 따로 떼어 내 적지 않은 비중의 기사로 다룬다는 것은 곧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이명박 후보 기사가 한 건 이상 더 많아진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단순히 양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보도 내용도 심각하게 편파적이다. 이명박 후보를 띄우는 박근혜 후보의 발언과 유세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이명박 후보에 유리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과 지면배치 등 편집상으로도 눈에 잘 뜨이도록 하고 있다. 조·중·동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이명박 후보의 기사와 분리해 별도의 기사에 담고 있다. 아무리 이명박 후보에게 줄을 선 신문들이라지만 이 정도로 뻔히 눈에 보이는 ‘수작’까지 동원해 이 후보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제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과거로 가느냐, 미래로 가느냐, 이 정권에 계속 나라를 맡길 것이냐,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것이냐가 여러분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그동안 준비한 많은 것을, 야당이라서 실력 발휘하지 못한 것을 여러분에게 쏟아서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조선일보)


“박 전 대표는 과거 당대표 시절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 전국 순회 유세를 펼친 것처럼 강행군 유세를 하고 있다. 유세 횟수가 많을 뿐 아니라 유세 때마다 이명박 후보라는 이름을 두세 차례 거론하고 있다. 동행한 의원들이 ‘언제 이명박-박근혜 경선을 치뤘나 싶다’고 말할 정도다.”(중앙일보)


선거기사 심의기준에의 공정성·형평성 명백히 위반


조·중·동의 이 같은 보도행태는 불공정 편파보도 그 자체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심의기준 제1조에서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선거에 관한 사안을 공정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제2조에서 ‘형평성’을 제시하며 ‘언론사는 선거기사의 편집 및 기사배열에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중·동의 이번 기사는 이러한 심의기준을 알고 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지만, 그들은 분명 “우리가 무슨 편파보도를 하고 있냐”고 뻔뻔스럽게 우길 것이다. 아니 조·중·동 정도의 ‘무대포’ 기질이라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거라고 믿고 아예 심의기준을 무시하고 확실한 줄서기를 보여주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심산으로 이런 보도들을 하는 것이든 우리 단체는 조·중·동에게 경고한다.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될 건데, 이 같은 보도로 무슨 탈이 나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조·중·동이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사랑을 받을지 모르지만, 이처럼 명백한 편파보도까지 자행하면서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마저 내팽개친 조·중·동의 추태를 독자와 시민들은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무서운 독자들의 엄중한 심판이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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