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콜럼부스' 하멜을 아시나요?

전남 여수 종포 해양공원 스케치

등록 2007.12.18 11:20수정 2007.12.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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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공원 하멜등대 가는 길의 포구 ⓒ 조찬현

▲ 해양공원 하멜등대 가는 길의 포구 ⓒ 조찬현

장군도 우거진 숲 너머로 돌산대교가 바다에 떠 있다. 여객선은 정해진 항로를 따라 오가고 갈매기 떼가 뒤따른다.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여수 해양공원의 방파제 길에는 수많은 낚시꾼들이 줄지어 낚시를 한다.

 

“뭐가 많이 올라오나요?”
“놀래미뿐이 안 물어요.” 

 

배 한 척이 지나간다. 배가 휘젓고 지나간 바다에 파도가 밀려온다. 강태공은 수심이 깊어 낚시에는 별 지장이 없다고 한다. 잘 꾸민 공원은 도심 휴식공간으로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낚시꾼들이 모여 있는 곳에도 군데군데 긴 의자가 바다를 향해 놓여 있다. 간간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여수 해양공원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낚시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주말에는 새벽부터 서둘러 나와야 낚시하기에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주말에는 새벽부터 나와야지, 자리가 없어요. 월요일도 이래분디.”
“어어! 놀래미다.”

 

퇴직 후 10년째 낚시를 한다는 지기열(69)씨의 낚시에 제법 씨알이 굵은 놀래미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낚싯대를 5대나 설치해 놓은 그는 1시간 남짓 됐다는데 4마리째다. 회를 좋아해서 잡은 고기는 회로 썰어먹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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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등대 빨간 하멜등대 ⓒ 조찬현

▲ 하멜등대 빨간 하멜등대 ⓒ 조찬현

빨간 하멜등대

 

하멜등대 가는 길의 포구에는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하멜 동상 앞에서 아이들이 모여 영어 현장 학습을 하고 있다. 바로 앞에는 제2돌산대교 공사가 한창이다.

 

헨드릭 하멜 동상이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수세기 동안 호르큼의 항해사 헨드릭 하멜에 의하여 인연이 맺어졌다. 1653년 그의 동인도회사 소속인 스페르웨르호가 제주도의 바위에 부딪혀 난파되었고 하멜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당시 유럽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에서 왕명에 의하여 13년 동안 억류되었다.

 

1666년 하멜은 다른 7명의 동료들과 여수를 떠나 일본의 나가사키로 탈출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모험과 한국사회에 대한 글(하멜 표류기)을 썼다. 이 고난의 보고서가 아니었다면 그 후 몇 백 년 동안 서양은 이 나라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 채 지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멜이 ‘한국의 콜럼부스’로 알려진 이유이다.

 

하멜의 표류 이후 3세기반이 지난 지금 네덜란드와 한국은 다시 한 번 그 역사의 실타래를 엮게 되는데 옙하트만이 조각하여 호르큼시에 세운 하멜 동상이 그 인연의 표시인 것이다. 이 동상과 동일한 것이, 1657년부터 1663년까지 하멜이 억류되었던 전남 강진과 1663년부터 1666년까지 억류되었던 여수에 세워졌다.

 

하멜 등대로 이르는 길은 아름답다. 안쪽의 포구에는 어선이 한가롭고 건너편에는 돌산대교가 바다 위를 가르고 있다. 빨간 하멜 등대를 둘러싸고 있는 벤치에 앉아 한번쯤 하멜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터. 하멜 등대 뒤편 돌에 하멜 일행의 귀향 장면(1688년 로테르담에서 출간된 스티치터 목판 삽화)이 새겨져 있다. 하멜은 당시 스페르웨르(Sperwer)호의 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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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공원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여수 해양공원 ⓒ 조찬현

▲ 해양공원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여수 해양공원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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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동상 하멜동상 앞에서 아이들이 모여 영어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 조찬현

▲ 하멜동상 하멜동상 앞에서 아이들이 모여 영어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 조찬현

다음은 하멜등대에 새겨진 글이다.

 

지금은 저 바다 위에
가득한 허공뿐이나

 

한 시절 이 땅에
네덜란드 젊은이들이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다가

 

하늬바람 일던 그날 밤
귀향의 돛을 높이 올려
저 수평선을 넘어 갔다오

 

이 땅에 한도 두고
정 또한 두고…

 

그 겨울 유난이 바람이 잦고
오동도 동백꽃은 더 더욱 붉었다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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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 멀리 지평선엔 커다란 배가 멈춰서있다. ⓒ 조찬현

▲ 지평선 저 멀리 지평선엔 커다란 배가 멈춰서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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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과 터널 자산공원 팔각정 부근 아래로 터널이 뚫려있다. ⓒ 조찬현

▲ 팔각정과 터널 자산공원 팔각정 부근 아래로 터널이 뚫려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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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쑥부쟁이 꽃 갯가에 핀 연보랏빛 갯쑥부쟁이 꽃 ⓒ 조찬현

▲ 갯쑥부쟁이 꽃 갯가에 핀 연보랏빛 갯쑥부쟁이 꽃 ⓒ 조찬현

갯가에는 연보랏빛 갯쑥부쟁이 꽃

 

하멜 등대 다른 면에는 여수와 하멜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하멜 등대에서 해안로를 타고 길이 계속 이어진다. 낚시를 하던 할아버지가 그곳으로 쭉 가면 옛날에 파 놓은 굴이 있다며 윗길로 가라고 자세히 알려준다.

 

종포 당산 경로당 마을 어귀 할머니의 텃밭에는 키 작은 해바라기와 구절초가 피어 있다. 터널로 이르는 길로 가는 큰 도로는 제2돌산대교 공사 탓에 막혀 있다. 마을 윗길로 걸어서 가야 한다. 약수터에서 물을 떠오던 한 할아버지는 사람 다니는 길을 막아놓았다며 “이래서는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당산나무 두 그루가 우뚝 서 있다. 한 그루 나무에는 울긋불긋 천이 묶여 있다. 바다로 이어진다. 철썩 철썩 파도가 갯바위를 오가며 소리친다. 저 멀리 지평선엔 커다란 배가 멈춰서있다. 갯가로 낚시꾼이 지나간다. 갯바위에는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꽁지를 흔들며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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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청둥오리 무리지어 갯가로 모여든다. 금빛 쏟아지는 물결위에서 유영을 한다. ⓒ 조찬현

▲ 청둥오리 청둥오리 무리지어 갯가로 모여든다. 금빛 쏟아지는 물결위에서 유영을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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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갯바위에 부서져 내리는 하얀 물방울 ⓒ 조찬현

▲ 갯바위 갯바위에 부서져 내리는 하얀 물방울 ⓒ 조찬현

산기슭 약수터에는 아침이면 사람들이 하도 많아 줄을 선다고 한다. 누가 세워놓았을까. 바닷가에는 자전거 두 대가 서 있다. 이곳에서 보는 자전거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자산공원 팔각정 부근 아래로 터널이 뚫려 있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15년 전 상가조성을 위해 뚫었는데 회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청설모 한 마리가 암벽 입구로 지나간다.

 

갯가에는 연보랏빛 갯쑥부쟁이 꽃이 활짝 피었다. 청둥오리가 무리지어 갯가로 모여든다. 금빛 쏟아지는 물결 위에서 유영을 한다. 자맥질을 하기도 하고 부리로 바닷물을 쪼아대다 한 마리가 푸드덕 하늘로 날아오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18 11:2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양공원 #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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