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한나라당의 차떼기에 항의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원(자료사진).
권우성
한국과 미국 선거의 닮은 점②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행위
둘째, 대중이 스스로 불리한 선택을 하는 현상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많은 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선거제도는 다수 대중이 민중의 이익을 위해 일할 정치적인 지도자를 뽑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미국의 경우 이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선거에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한다는,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납니다.
한국에서도 대선을 코앞에 둔 현재, 이명박씨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이 이명박씨의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이명박씨가 경제면에서 유능한 대통령이 될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부시 집권기간 중에 대다수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각종 복지 혜택, 의료, 교육 예산은 크게 삭감되었습니다. 동시에 최상층의 사람들은 세금 혜택과 여러 친자본적 정책으로 더욱 부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에 발효된 부시의 세금 감면 정책은 그 효과가 완전히 자리를 잡을 2010년까지 전체 세금 감면액의 52%가 최상위 1%의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되어있습니다.(참고로 최상위 1% 사람들의 2010년 평균 소득은 150만 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미국시민들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했냐고요? 2006년 부시를 또다시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지지율 1위라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도 이와 비슷합니다. 친기업, 반환경, 반노조 일색의 성장제일주의 정책은 IMF 이후 심화되어온 한국경제의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논리적으로라면 양극화와 고용불안정으로 피해를 볼 절대다수의 국민들, 예비취업자들인 대학생들과 저소득층은 이명박 후보를 외면해야 하지만 적어도 현재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 선거의 닮은 점③ 거짓말도 통한다셋째, 미국인들은 부패와 거짓말과 패거리주의에 찌든 대통령을 선출했고 그것도 모자라 재 선출했습니다. 부시가 친척과 친구들에게 온갖 부당한 특혜를 베풀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과거사도 간혹 저지르는 일도 아닌 고질적인 행태이며 삶의 방식 그자체입니다.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친구들을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임명하는 것도 그의 습관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보건부의 부장자리에 그의 지지자였던 남자 수의사를 임명한 적도 있었고, 연방재해청장으로 아무런 경험도 자질도 없는 친구를 임명하여 카트리나 대재해 사건 당시 놀라운 무능을 과시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 선거 당시 그의 보좌관 칼 로브는 플로리다가 대선을 좌우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브는 조지 부시의 동생인 젭 부시와 합작해 15%에 달하는 플로리다의 투표용지를 없애버리거나 득표수 계산에서 빼게 했습니다.(투표수에서 포함되지 않은 15%의 절반은 흑인표였습니다.) 부시는 플로리다의 최종득표수에서 간신히 547표를 더 얻고 당선되었으니 플로리다의 투표수 조작이 부시의 선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게다가 부시는 사담 후세인과 9·11공격을 억지 연루시키고 이라크에 존재하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가 미국인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의도적인 거짓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 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수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가져온 카트리나 재해 당시 늑장대처에 대해서도 수많은 거짓말을 했던 것이 추후에 속속 드러났습니다. 이런 거짓말에 미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했느냐고요? 부시를 재당선시켰습니다.
왜 미국인들은 거짓말과 사기행각을 일삼는 사람을 선출했을까요? 미국인들은 똑같이 한국 사람들이 왜 이명박씨를 지지하느냐고 물어볼 것입니다. 수많은 의혹에 싸여있는 이명박씨를 보면 부시가 생각납니다. 위장전입, 자녀 위장 취업, 탈세, 의료보험 사기, 사회적 약자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비하발언, 부동산 투기의혹, 결정적으로 BBK 사기와 수없는 거짓말 행적을 보면 그의 지지율은 급락해야 합니다. 희한하게도 그는 현재 여타 후보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