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중국동포 아들을 찾습니다!

[동포아리랑 ①] 동포는 동포가 지키더라! - 김성림 할머니 사건

등록 2007.12.18 20:38수정 2007.12.1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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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2일 '중국동포의집'에 도착했을 당시에 찍은 사진. 감색 겉옷을 동포들이 입혀준 옷이다.

12일 '중국동포의집'에 도착했을 당시에 찍은 사진. 감색 겉옷을 동포들이 입혀준 옷이다. ⓒ 조호진

12일 '중국동포의집'에 도착했을 당시에 찍은 사진. 감색 겉옷을 동포들이 입혀준 옷이다. ⓒ 조호진

길 잃은 어머니가 중국동포 아들 찾습니다!

 

찾는 사람 : 김성림(76세 별호 '월선')
찾는 아들 : 김삼철(42세 둘째 아들)

 

중국 왕청현에서 왔다는 중국동포 김성림(76) 할머니가 둘째 아들 김삼철씨를 찾습니다. 김성림 할머니는 지난 12월 12일 오전 11시경에 바람을 쐬러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작년 5월(음력) 또는 올해 4월(음력)에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이며, 6살 때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 갔으며 자식은 3남 1녀를 두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파마를 했으며 눈썹은 문신을 했습니다. 신발은 짙은 분홍색 슬리퍼를 신었으며, 상의(上衣)는 자주색 내의를 입었고, 하의(下衣)는 줄무늬 잠옷 바지를 입었습니다. 이 할머니를 알고 계시는 분이나 아들 김삼철씨를 아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오늘은 김성림 할머니의 아들을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중국동포의집(대표 김해성 목사) 쉼터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들이 치매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를 잘 보살피고 있어 염려가 크진 않았지만, 그렇게 잘 노시다가도 밤이 되면 눈물 흘리신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할머니도 걱정이지만 타국이나 다름없는 한국 땅에서 어머니를 잃고 애타해 하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오전에 급한 일을 처리한 뒤 점심 먹곤 곧 바로 위와 같은 문안을 만들면서 전단제작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마저 외면하면 동포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a  김성림(앞줄 가운데) 할머니에게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가깝게 지낸 동포 할머니들과 '가출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쉼터에서 지내면서 온천 나들이도 다녀왔으니 호강한 셈이다. 이금옥(앞줄 맨 오른쪽)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의자매가 되기로 했다.

김성림(앞줄 가운데) 할머니에게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가깝게 지낸 동포 할머니들과 '가출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쉼터에서 지내면서 온천 나들이도 다녀왔으니 호강한 셈이다. 이금옥(앞줄 맨 오른쪽)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의자매가 되기로 했다. ⓒ 조호진

김성림(앞줄 가운데) 할머니에게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가깝게 지낸 동포 할머니들과 '가출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쉼터에서 지내면서 온천 나들이도 다녀왔으니 호강한 셈이다. 이금옥(앞줄 맨 오른쪽)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의자매가 되기로 했다. ⓒ 조호진

지난 12일 저녁 8시경이었습니다. '중국동포교회' 집사 두 분이 70대 가량의 할머니 한 분을 중국동포의집에 모시고 왔습니다. 이 엄동(嚴冬) 추위에 신발은 슬리퍼이고, 바지는 파자마 바람이며, 상의는 내의 차림이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집사 두 분은 "길에서 헤매고 있는 노인을 지구대에 모시고 갔더니 '중국동포이집'에 데려다 주라고 해서 모시고 왔다"는 것입니다.

 

중국 왕청현에서 살다가 국적신청을 위해 한국에 왔다는 할머닌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해 집밖을 나섰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할머니는 "딸과 사위도 주변에 같이 살고 있다", "작년 5월에 왔다, 올해 4월에 왔다"는 등 횡설수설 했고, 점심과 저녁을 먹지 못했을 텐데도 배고프지 않다고 하고, 속옷 옷차림에도 춥지 않다고 하는 등 치매증세를 보였습니다.

 

집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믿고 밤거리로 모시고 나왔는데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이리로 쭉 왔는데… 여기 같기도 하고, 저기 같기도 하고…"하는 등 종잡지 못할 소리로 혼선을 주었습니다. 결국 쉼터로 다시 모시고 온 뒤 인근 가리봉지구대에 할머니 사건을 전화로 접수시켰습니다.

 

김해성 목사는 "할머니의 경우 국적이 없기 때문에 부랑시설에서도 받지 않는다, 경찰도 이런 경우 어떻게 할 수 없어 우리에게 보내곤 한다"면서 "중국동포의집은 정부지원을 받는 복지시설이 아니며, 고정적인 수입원이나 안정적인 후원도 없이 운영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마저 동포들을 외면하면 저 분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하면 어찌하든지 힘을 내게 된다"면서 "이 곳은 예산을 짜고, 쓰는 곳이 아니다, 그건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운영된다는 것이다"라면서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에 위치한 '중국동포의집' 쉼터에는 60~70대 노인을 중심으로 130여명이 먹고, 자고, 치료 받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 삼철이를 찾았다고요"

 

a  아들 삼철씨에게 길 잃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할머니.

아들 삼철씨에게 길 잃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할머니. ⓒ 조호진

아들 삼철씨에게 길 잃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할머니. ⓒ 조호진

"과거에도 버려진 중국동포 노인들이 왕왕 있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자식이 찾질 않는 것을 보면 조금 수상합니다."

 

최영희(58·여) 중국동포교회 전도사께서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지난 2002년 아들, 며느리와 함께 입국했던 한 할아버지는 아들이 사망하면서 며느리에 의해 버려졌고,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입원 치료를 받다가 쓸쓸히 돌아가셨습니다.

 

구로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적이 없는 경우 신원조회가 불가능하며 아들이 경찰에 찾아올 경우만 연결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곧 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출입국 동포 중에 '김삼철'이란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한 명이 있다는 것입니다. 연락처를 남긴 뒤 기인가미인가(其然 未然) 하는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우리 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거기가 어딘가요! 곧 바로 가겠습니다!"

 

18일 오후 3시께 출입국에 전화한 지 한 시간도 못돼 아들 김삼철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기쁜 소식을 가지고 곧바로 쉼터로 달려갔습니다. 새우잠을 자고 계시는 할머니를 깨워 아들을 찾았다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시는 것입니다. 곁에 계시던 동포들이 기뻐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우리 아들 삼철이를 찾았다고요. 오늘 저녁은 또 어떻게 넘기나, 눈물이 났는데… 아이고 아이고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 김성림 할머니

"오늘(18일) 오전에 우리 아들이 중국에서 여기로 왔는데, 이 할머니는 자기 아들이 찾으러 온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가 아닌 것을 알고 눈물을 흘려서 가슴이 아팠어요!" - 이옥순 할머니

 

김성림 할머니의 인사말이 끝나자 곁에 있던 이옥순(70·중국 용정) 할머니가 안도감을 내쉬며 이런 사연을 들려줍니다. 할머니는 지난 일주일 동안 동포들의 배려와 보살핌 속에서 잘 지냈습니다. 식사를 챙겨드린 것은 물론 자신의 양말과 겉옷을 나눠드린 것입니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애간장 끓이지 않도록 위로하며 기도해 드렸습니다.

 

"언니 절대 길 잃어먹지 마세요"

 

a  아들과 할머니의 만남을 지켜보던 동포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아들과 할머니의 만남을 지켜보던 동포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 조호진

아들과 할머니의 만남을 지켜보던 동포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 조호진

 

동포에겐 동포가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가 지나는 사람들에게 '집 좀 찾아 달라!'고 사정했지만 대다수의 행인들은 지나쳤고 다행히도 동포에 의해 중국동포의집으로 안내된 것입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동포들이 있기에 제 민족에 대한 차별과 냉대를 견딜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식집 보조로 일하고 있다는 아들 삼철씨는 "일을 마치고 새벽 1시에 집에 와보니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서 "독산동 경찰서와 지구대 등에 어머니 사진을 갖다드리며 애타게 찾았다"고 합니다.

 

여하튼 어머니를 찾았으니 다행입니다. 그런데도 걱정입니다. '새벽 무렵에 일 끝내고 돌아오는 자식을 기다릴 할머니가 얼마나 적적할 것인가?' 생각하니 착잡합니다. 말동무도 없는 조국 땅에서 집안에서만 지내시기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이금옥(73·중국 심양) 할머니는 김성림 할머니와 언니·동생으로 지냈습니다. 아들 찾아 떠나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사탕봉지를 챙겨준 할머니는 쉼터 밖까지 배웅 나와서는 의자매를 삼은 김 할머니에게 이렇게 당부하는 것입니다.

 

"언니! 심심하면 아들에게 여기로 데려다주라고 해요. 절대 길 잃어먹지 말고, 목이나 손목에 아들 핸드폰 번호를 적어 목걸이를 하세요. 언니, 아들하고 가서 잘 지내요! 안녕히 가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림 할머니의 아들 김삼철씨를 찾는데 조속한 도움을 주신 서울출입국관리소 콜센터 이신자씨에게 감사드립니다. 

2007.12.18 20:38ⓒ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림 할머니의 아들 김삼철씨를 찾는데 조속한 도움을 주신 서울출입국관리소 콜센터 이신자씨에게 감사드립니다. 
#중국동포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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