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의 오른팔 홍국영그의 최대 강점은 배짱, 그야말로 대담무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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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얌전한 정후겸은 자신과 두뇌 싸움에서 패한 후 잠시 동안 세손의 곁을 떠난 홍국영에게 조롱하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김귀주는 ‘중전마마 권세를 뒤에 업고 벼슬아치가 된 거 아니냐’라는 말을 듣고 홍국영을 궐 안에서 두들겨 팬다. 권력의 중심부에 서 있는 이들에게 바른 말을 하기도 하고 은근히 약도 올리는 이런 행동은 어지간한 배짱이 없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눈앞이 불구덩이라는 것을 알고도 살 방도를 찾아 뛰어든 홍국영의 배짱, 당신은 이 배짱이 몇 점인가?
님을 향한 일편단심(충성심)-박대수세 번째 채점 기준은 박대수의 충성심이다. 이산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이산으로 변장해 이산을 대신해 커다란 부상을 입고, 나례의 행사 때 이산을 피신시키려다 옥에 갇히는 고생도 하게 된다. 일편단심 민들레가 따로 없다.
적에게도 보이는 배려심-성송연네 번째 채점 기준은 성송연으로 삼아보았다. 송연이가 가진 최대 강점은 다른 이에 대한 배려심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그것이 단지 그녀와 가까운 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역시 최대 강점이다.
나중에 정조의 후궁이 되고 세자까지 낳는 여인이지만 현재 드라마 <이산>에서는 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이산에게 ‘화원이 되어보라’는 격려를 받은 후 주위의 질시와 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화원이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전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서 무조건 미워하고 강하게 대하지 않는다. 자신이 화원이 된 것에 불만을 품은 다른 화원이 그림을 가져와 ‘니가 그리라’며 성질을 낸다. 다른 다모들은 ‘하지 마라. 자기 할 일 안 해서 혼나봐야 한다’며 그 그림을 그리지 말라 하지만 송연이는 그 그림을 완성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그린 그림으로 인해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화원이 상관으로부터 칭찬을 받기까지 한다. 자신과 대립하는 인물까지 생각하는 이런 배려심, 과연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다들 눈을 가려도 볼 수 있는 안목-영조다섯 번째 채점 기준의 인물을 바로 영조다. 드라마 <이산>에서 영조는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남다른 군주로 나왔다. 그렇다면 역시 그것을 영조의 최대 강점으로 보아야 할까? 난 그보다 ‘이산’을 끝까지 후계자로 본 안목이 그의 진정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록위마’라는 말이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이다. 사슴을 가리켜 한 명이
말이라 하면 웃고 넘기지만, 모두들 말이라 하면 오히려 웃는 이가 바보가 된다. 다시 말해 집권한 이의 눈과 귀를 신하들이 다 틀어막아 못 보고 못 듣게 하는 상황에서 지도자가 현명하게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드라마 <이산>에서 세손 이산을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미는 이들이 바로 영조에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야 드라마로 내용을 다 알고 보니 적이 명명백백하지만 영조 입장에서도 과연 그랬을까? 19일 방영된 <이산> 예고편에서 영조가 매우 놀라며 하는 말이 있다.
“중전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단 말이냐!”
세손의 암살 음모에 관해 조사를 하다가 끌려온 정순왕후의 오빠 김귀주에게 묻는 말이었다. 자신의 부인까지도 세손 암살 음모에 가담하고, 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세손을 ‘못난 놈’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도 ‘세손 이산’의 자질을 높이 평가하고 다음 후계자로 밀고 나간 그 안목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당신은 그런 점에서 얼마나 높은 안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적 앞에서도 인자하게 웃는 가식의 대마왕-정순왕후여섯 번째 채점 기준으로 삼을 인물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미리 이야기해 둘 것이 있다. 여섯 번째 채점 기준으로 삼을 인물이 정순왕후이기 때문이다. 앞의 다섯 인물은 드라마 <이산>에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인물들이었다. 그렇기에 그 다섯 인물을 통해 자신을 점검해보는 것이 별 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 이산의 가장 큰 적인 정순왕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점검해본다는 것은 다소 찜찜한 기분이 들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정순왕후는 나쁜 캐릭터이기 때문에 ‘강점이 전혀 없다’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