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 유력주자들의 '그 후'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등록 2007.12.20 20:05수정 2007.12.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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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를 꼭 살리겠다"는 다짐과 함께 '국민 통합'을 이야기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반드시 언급하던 단어가 바로 '국민 통합'이었습니다.

 

이 '국민 통합'이라는 말에는 대개 혼란스러운 정국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됩니다. 하지만, 정치는 인간의 이익과 욕망이 극대화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혼란'은 필연적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라는 단 하나뿐인 자리를 노리던 숱한 유력 정치인들, 차기를 노리거나 자신의 근거지를 마련하는 데에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혼란에 혼란을 거듭했던 이번 대선이 끝났다고 해서 정국이 쉽게 안정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탄생했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 않게 안티 성향의 유권자 그룹도 뚜렷하기에 그 맹점을 노리고 2012년을 향해 달릴 유력정치인들도 분명히 있을 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협조하거나, 아니면 대립각을 세울 유력정치인이 향후 어떤 행로를 택할지 짚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

 

이명박 당선자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긴장시킨 최대의 라이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언제든 흔들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마지막까지 '지지 의사'를 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5년동안 이 동반자 관계가 굳건히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여지가 많습니다. 과거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총리와 'DJP연합'을 통해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결국 그들의 사이는 틀어졌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김영삼 정권' 탄생에 많은 도움을 줬지만, '과거 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구속된 적도 있습니다.

 

이명박 당선자를 선거 내내 괴롭힌 갖은 비리 의혹은, 대부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의 폭로로 불거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김유찬 폭로'를 비롯해 마지막까지 이명박 당선자를 괴롭힌 'BBK 주가조작 의혹',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 여부 등을 기억해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심지어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는 이야기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정국을 주도하며 국정을 펼쳐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온갖 약점과 의혹을 폭로하고 틀어쥔 라이벌의 존재는 상당히 성가신 일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명박 당선자의 1등공신 이재오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하는 이명박 당선자의 필요 속에서 고육지책으로 '백의종군'시킨 전적도 있습니다.

 

정치는 '주도권 싸움'임을 감안하면 이런 불씨들이 남아있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면도 있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알력을 매끄럽기 마무리짓지 못해 '이인제 출마'라는 변수를 맞아 대통령 당선에 실패한 바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 역시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강수를 둡니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박근혜 전 대표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가 앞으로의 정국에 큰 영향을 줄듯합니다.

 

물론 5년 내내 '국정 파트너'라는 약속을 지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전현직 대통령과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전적, 그리고 이명박 당선자에게서 애초에 도덕성과 신의를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점을 역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 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을 완전하게 장악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때 노무현 대통령처럼 '신당 창당'이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치고 신당을 창당하거나 여당을 자신을 중심축으로 리모델링하지 않은 역사가 없다는 사실도 감안해볼만 합니다.

 

대통령의 입장에선 여당을 확실히 틀어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과 동등한 파워를 가진 라이벌이 당내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도 이명박 당선자에 관한 갖은 의혹 속에서 침묵을 지키며 '이명박 지지'라는 약속을 끝까지 지키기까지는 2012년을 내다보거나, 아니면 다른 계산이 숨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찍부터 차기주자로 부각돼 5년 후 드디어 그 자리를 쟁취한 경우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밖에 없었습니다. 3김 이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나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을 1·2년 앞두고 부각돼 후보 자리를 차지한 경우입니다.

 

이명박 당선자만 해도 과거에는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란 예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당선자든 박근혜 전 대표든, 5년동안 어떤 사이를 유지할지, 반드시 장담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과 정동영, 그들의 싸움은 이제 곧 시작?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대선 패배'라는 당면한 현실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아직 나이가 젊은만큼 5년 후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 욕심을 끝까지 지켜내기까지의 과정은 대단히 험난할 것입니다. 경선 과정에서 끝까지 자웅을 겨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이해찬 전 총리 등이 2012년이라고 양보할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의 미묘한 사이는 이제 만천하가 알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이명박 밀약설', 나아가 '삼성 커넥션' 의혹이 떠돌고 다니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 '정치 재개'라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정치 재개'를 시도하자면 과거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듯이 자신이 주도하는 당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최대주주는 정동영 후보입니다. 반가운 구조가 아닙니다. 게다가, 당 하나에 여러 마리의 호랑이가 사는 것 역시 도움되지 않는 일. 승자의 자리는 단 하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기에 정동영 후보에게 얼마든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로서는,  '반 노무현 정서'를 극복하지 못해 패배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임을 감안하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면전'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와 연합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길을 노무현 대통령도 따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내의 친노계열 의원과 당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따를 것입니다. 이 틈에서 또 하나의 유력주자 손학규 전 지사도 가만히만 있을 수는 없겠죠.

 

야당 지도자와 차기대선을 위한 주도권 싸움에서 야당의 대립각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특검'이 흐지부지된다 하더라도 부유층 위주의 이명박 정권의 정책과 '한반도 대운하' 등이 국민적 저항을 유발하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틈을 단숨에 장악하는 쪽에서 2012년에 대한 가능성을 높일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의 대통합민주신당을 민주당처럼 몰락시킨 가운데, 자신의 친노야당이 부각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 실정을 저지르거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전국민적 저항에 노출됐을 때 다시 집권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겠죠.

 

'노무현'과 '이명박'은 '삼성 커넥션'이라는 틀에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삼성'이라는 틀 안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잠시 '밀약'을 맺었을 것이란 의혹입니다. 이 '밀약'은 설령 사실이라 할지라도 서로가 어떤 정치적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향방에 따라 틀어질 것입니다.

 

'삼성'의 입장에선 어차피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겠죠.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놓고 여야가 복잡하게 얽혀 정국이 혼란해질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회창의 꿈은 '배후의 대통령'?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는 대선 직후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회창'이라는 이름값과 '심대평'이 갖고 있던 기반을 합친 지역적 보수신당일 것입니다. 원내다수당이 될 리는 없겠죠.

 

이회창 후보는 현재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패배'로 인식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이미 출마와 더불어 심대평 후보와 살림을 합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자신이 주도할 보수신당을 '원내교섭단체(20석)'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당선자 주도의 한나라당이 원내 제1정당 자리는 차지하되, 과반을 넘기지 않기를 꿈꿀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데에도 '이회창 보수신당'의 협조 여부가 가장 중요해질 것입니다. 청와대에는 이명박 당선자가 있다 할지라도, 실질적인 '킹메이커'로서의 위상을 차지해 이명박 당선자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그림이 되겠죠.

 

하지만, 총선은 불과 4개월도 채 안남았으며, 이명박 당선자가 충청 지역에서도 1위를 석권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회창 후보가 꿈꿔볼만한 이 그림도 반드시 쉽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문국현발 '창조한국당', 총선 생존 이뤄낼 수 있을까

 

현재, 문국현 창조한국당 공동대표는 '단일화 거부'를 이유로 정동영 후보 지지자와 시민사회 인사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명박'을 상대하려면 뭉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사실상의 이명박 2중대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입니다.

 

이점은 '문국현 지지자'와 '정동영 지지자'의 입장에 따라 확연히 엇갈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누가 반드시 옳다고 확정짓기는 어려운 일면이 있습니다. 사실, 문국현 공동대표가 '단일화'를 승락했다면 총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지역에 따라 '연합공천' 형식 등을 활용해 어느 정도의 지분은 확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노선을 고집하면서 창조한국당은 총선도 홀로 치러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보수화된 유권자들의 정서와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에 따라 특정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양상은 여전했습니다.

 

창조한국당의 총선 생존 마지노선은 최소 5석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8%의 득표를 감안하면 전국구에서 2·3석은 얻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구 선거입니다. 2석 이상은 당선시켜야 독자적인 영향력을 견지하면서 꾸준히 정치세력으로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국현 공동대표가 지역구로 출마할지, 전국구로 출마할지에 대해서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이유야 어쨌든, 전통적인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따가운 비판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패한 민주노동당, 재도약 가능성은?

 

권영길 후보는 이제 사실상 민주노동당에서의 영향력을 잃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NL 정파의 몰아주기로 후보가 됐다는 측면에서도 기존의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실망을 유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전선도 형성하지 못한 채 '코리아연방공화국'이나 '백만민중대회'와 같은 동떨어진 대표공약을 내세워 민주노동당의 세를 오히려 후퇴시킨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을 잘 아는 사람들은 NL 정파와 PD 정파의 분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깝게 권영길 후보에게 패배했던 심상정·노회찬 등의 PD 계열 주자들, 조승수 전 의원과 같은 새로운 인물들이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NL 정파는 당 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의 당 요직을 모두 차지하면서 당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심상정·노회찬과 같이 전국적인 지명도의 인사들이 없어 대권을 노리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남도당에서의 회계부정 비리, 당직자 급여 체불 등의 총체적인 현상에서도 NL 정파의 책임이 암묵적으로 대두되는 상황, 양 정파는 서로 후퇴할 리 없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이 예측됩니다.

 

정국은 결코 조용해지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치는 이익과 욕망이 치열하게 충돌하는 대립의 무대이기 때문에 정국은 결코 조용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처럼 여기저기서 대권주자가 난립한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지분을 챙기고 2012년을 내다보기 위해서라도 합종연횡과 충돌이 야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어느 정당과 어느 정치인이 어떤 정책을 표방하는지, '메니페스토'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번 대선에서는 이명박 당선자가 진정한 메니페스토의 승자였습니다. 부유층 위주의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을 표방하면서 서울 강남 일대의 유권자들의 몰표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이나 뻔한 구태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최소한의 준법 의식과 도덕성은 판단해가면서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판단하는 노하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이 "시끄럽다"는 정치를 냉소하는 것은 좋지만,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은 구태정치인이 가장 반가워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다양한 방향 속에서, 대한민국과 그 자신에 가장 도움될 정치세력을 찾아 투표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본인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사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20 20:05ⓒ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 #이명박 당선 #이명박 #이명박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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