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말 새정부 출범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번째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대학교 총장이 임명됐다. 대학 14년간 최장수 여성총장으로서 학교 발전에 공로가 컸다면서 학교 CEO를 내세운다. 거기에다 참신성, 개혁성, 업무능력 등을 꼽는다. 한마디로 실망이다.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하겠지만 학교총장을 CEO라고 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과연 대학교육이 많은 자본을 끌어들인다고 해서 학생들의 자아 발전을 많이 꾀할 수 있을까. 가치관이 설정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은 국가대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은 국립이든 사립이든 정부의 자본을 필요이상으로 끌어드려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학교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사적 자본을 끌어들여야 이유가 없다. 대학은 국가나 자본의 통제 대상이 아니다. 대학교육에 자본을 많이 투자한다고 더 양질의 출력이 생겨나는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은 시장의 논리보다 공익성이 우선돼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철저히 비자본주의 원칙에서 학생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하게 운영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대학은 CEO총장이 아니라 지식기반의 총장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CEO인 대통령 당선자가 총장을 CEO라고 부른 것도 문제지만, 더욱 자본만을 생각하는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가 제대론 된 역사가 아니라 왜곡된 역사에 기인한 것은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를 표방한 사람이나 제대로 된 보수를 표방한 사람들은 일제 식민지시대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마음 아파한다. 과거 친일했던 사람들이나 자손들이 미군정에 기용돼 국가권력 핵심부에 진출해 자손 대대로 권력의 핵심부에서 힘을 행사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나 자손들은 판자촌에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물론 노무현 정부 들어서 친일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의 활동이 미약하나마 전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친일 잔재는 완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제대로 된 역사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뉘우치지 않는 역사인식, 이것이 우리 민족의 암적 존재인 것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1980년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입법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 후 81년 11대 민정당 전국구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경력으로 보면 자의든 타의든 군부독재의 정통성을 부여하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민중의 살인과 탄압으로 얼룩진 전두환 군부 독재시절, 5.18 광주 민중항쟁 때 민주화를 외치다가 많은 사람들이 산화해갔다. 5공 청산 국회청문회까지 열릴 정도의 이런 만행을 저지른 전두환 군부독재시절의 국보위 활동은 일제 친일파들의 친일 행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당시 군부독재시절에 민주화를 외치다가 죽은 망령들이 다시 깨어날 일이다. 새정부의 역사인식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 당선자는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CEO총장을 강조하지만, 국민의 납득을 얻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실용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 그리고 자기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경숙 인수위원장 내정자의 자기반성과 통찰은 없다. 당시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는 지난 한 월간지 인터뷰 내용은 자기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앞날을 위해서도 자진 사퇴를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했으면 한다.
2007.12.26 12:15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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