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의사, 밤에는 기자... 이중생활 힘들어요"

[2008 2월22일상③] 엄두영·이윤기·조수영 기자

등록 2007.12.27 10:33수정 2007.12.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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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08 2월22일상' 수상자로 강기희 김종성 모종혁 서부원 손현희 안병기 안소민 양형석 엄두영 이윤기 조수영 등 총 11명의 시민기자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기사를 쓴 시민기자들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08년 1월11일 오후 4시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7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07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2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주>

"낮에는 의사 밤에는 기자, 이중생활 힘들어요"
[2008 2월 22일상] 뉴스 속 의학 상식 전하는 엄두영 기자

 

 엄두영 시민기자
엄두영 시민기자엄두영

"떡 먹다 체하면 어쩌지?" "석면? 그건 뭐야?"

 

이런 궁금증이 든다면 <오마이뉴스>의 비공식 '주치의' 엄두영 시민기자에게 쪽지를 날리자. <뉴스 속 건강>이라는 연재 기사에서 의학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는 엄두영 기자.

 

비공식이긴 해도 완전 '돌팔이'는 아니다. 그는 경북 의성군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예전에 '기면병'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 기사가 나간 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 힘들었는데 기사화해 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기사를 통해 어려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매일매일 신문과 인터넷 등을 유심히 살펴보며 기사거리를 찾고 나도 기사가 최종적으로 나오는 데는 1주일 이상이 걸린다.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도 있다.
 
<'인간광우병'이 국내에 상륙했다고?'>라는 기사에서 한 신문사 기자를 비판했다가 해당 기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고 독자들의 악플에 맘을 상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다가도 '도움이 됐다'는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처음 기사를 쓸 때의 설렘을 느끼게 된다.

 

"제 기사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때,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느낌이 들 때 큰 힘이 됩니다. 기사를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나죠."

 

매번 긴장하며 쓴 <뉴스 속 건강>도 26회를 맞아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나가는 기사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루 진료를 마치면 그때부터 시민기자의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이중생활이 힘들 법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좋단다. 기사 쓰면서 공부도 되고 무엇보다 동네 어른신과 소통이 활발해져 사랑을 '듬뿍' 받는다고. 아쉬운 점이라면 주 업무가 보건소 진료이고 지방에 있기 때문에 현장을 잘 반영할 수 없다는 것.

 

"앞으로는 현장성을 살려보고 싶어요. 휴가를 내서 병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의학 분야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들이 많거든요."

 

☞ 엄두영의 <뉴스 속 건강>

 

"까탈스럽다고요? 그냥 천천히 사는 거죠"
[2008 2월 22일상] '꾸준하고 소박'하게 사는 이윤기 기자

 

 이윤기 시민기자
이윤기 시민기자이윤기

'까탈이 이윤기'. 이윤기 시민기자의 블로그 이름이다. 그에게 '까탈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 바로 아들 창재와 <오마이뉴스> 때문이다.

 

2001년 이윤기 기자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바로 온 가족이 함께 TV를 끊기로 한 것. 그 고군분투 TV '이별기'를 <오마이뉴스>에 '초등학교 2학년 창재의 TV 끊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이후에도 공장과자 안 먹기, 일주일간 TV 안 보기 등 수많은 이별기를 올렸다.

 

"제가 마산 YMCA에서 소비자 운동을 하는데 TV와 과자와 관련된 문제를 기사로 몇번 썼어요. 아이들 TV 안 보기, 과자 안 먹기 같은 운동인데 그런 고발성 기사 때문에 블로그에 '까탈이 이윤기'라고 적었죠."

 

이윤기 기자의 '까탈스러운' 제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열렬했다.

 

'공장과자 안 먹기' '일주일간 TV 안 보기' 운동을 교육 과정으로 만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YMCA 유아교육 기관에서 매년 행사로 시작했지만 차츰 다른 유아 교육기관에도 확산됐다. 이윤기 기자가 큰 보람을 느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때 많은 분들이 자기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미국에서 어떤 분이 자기 가족들이 TV 안 보며 사는 이야기를 장문으로 보내주셨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게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일 덕분에 글 쓰는 재미도 알게 됐죠."

 

다소 격렬하게(?)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주로 서평 기사를 쓴다. 1년에 150권 정도, 인문·사회·의학·경영, 가릴 것 없이 꾸준히 읽는다. 그가 꼽은 '올해 최고의 책'은 대안의학을 다룬 임락경 목사의 <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와 70, 80년대 사회운동을 한 사람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주는 황광우씨의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한때는 그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꿈을 품었다. 하지만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접하면서 나부터 소박하고 조화롭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생명·생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식습관을 채식으로 바꾸었다. 차를 적게 타려고 노력하고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하늘을 보려고 한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살아가는 게 목표인 그는 "내년도 올해처럼만"이라며 소박한 2008년 계획을 밝혔다.

 

"당장 뭘 하기보다는 길게,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쉬었다 쓰는 한이 있어도 <오마이뉴스> 기자는 평생 할 겁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게 꿈이에요."

 

☞ 이런 사람에겐 보신탕이 오히려 독이다

☞ 예수님도 그들을 이단이라 하실까요

 

"환상의 신기루? 착시 현상일 뿐이에요"
[2008 2월 22일상] 여행도 과학이다? 조수영 기자

 

 조수영 시민기자
조수영 시민기자조수영

여행할 때 참고사항 하나. 과학 교사와는 절대 동행하지 말 것. 이유는? 11년차 과학 교사이면서 <오마이뉴스>에 여행 기사를 쓰고 있는 조수영 시민기자의 말을 들어보면 안다.

 

"실크로드 횡단하면서 고비 사막 지날 때였어요. 사막의 신기루를 보고 일행들이 감탄하더라고요. 저 끝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둥 사라진 왕국이라는 둥, 그게 사실 빛의 굴절로 인한 착시 현상이거든요. 제 말 한마디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감동에 찬물을 끼얹었죠."

 

조수영 기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수화기 저쪽에서 예상 외로 낭랑하고 맑은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제 글이 좀 딱딱한지 남자인 줄 알았다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기사에도 밝혔듯이 여자고요, 마사이 총각보다 더 많은 소를 얹어줄 테니 시집오라고 한 농촌 총각도 있었답니다(마사이족 결혼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

 

조수영 기자는 스스로를 '편집증'이라고 말한다. 방학 중 한달 여행을 위해 5개월 동안 준비를 한다니 약간 '중증'이다. 여행지에 관련된 정보라면 책과 인터넷은 물론 외국 사이트까지 꼼꼼하게 뒤져가며 준비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걸까. 그렇게 준비했으니 그의 여행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조수영 기자의 '꼼꼼' 정신은 실전 여행뿐만 아니라 기사쓰기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로프웨이(케이블카) 줄이 느슨한 이유를 설명하려고 제작회사에 전화를 걸고 바오밥나무의 떡잎을 정확히 알기 위해 식물원에 문의했죠. 그리고 쥐와 고양이의 천적관계를 알기 위해 카이스트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여쭈어 보기도 했어요."

 

사실 그의 기사에 들어있는 엄청난 양의 자료와 해박한 설명 때문에 정확한 '신분'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이를 테면 조수영 기자는 식물학자일까, 동물학자일까, 아님 역사학자일까 하는. 그런데 그 전문가에 버금가는 정보와 재미가 오로지 철저한 '꼼꼼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년에는 우리나라 안으로 시선을 돌릴 생각이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여행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환경과 스펙터클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요. 이렇게 말하니 영화제 수상소감 같네요. 호호."

 

☞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

2007.12.27 10:33ⓒ 2007 OhmyNews
#2008 2월 22일상 #엄두영 #이윤기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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