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나>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몇 가지 이유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1] <왕과 나>, <여인천하> 아류작으로 전락

등록 2007.12.27 11:20수정 2007.12.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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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의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던 <왕과 나>는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는 뒷전에 되어 가고 있다. ⓒ SBS


드라마 <왕과 나>가 무너지고 있다. 초반 내시를 전면에 내세워 이슈를 끌며 월화드라마 중 초반 시청률에서 우위를 점했는데, 이젠 2인자가 돼 버렸다.

특히 경쟁작 <이산>이 시청률 30%로 급등하고, <왕과 나>는 16%대를 올리면서 이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왕과 나>는 초반과 지금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아니 본래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와 멀리 와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초반에는 어린아이들이 내시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그동안 사극에서 그저 왕, 중전의 옆에서 보좌하던 역할에 그쳤던 내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늘 비슷비슷한 사극의 내용에 식상해, 내시의 이야기가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왕과 나>는 월화드라마로 시청률 호조를 보이며 경쟁작 <이산>과 박빙의 승부를 펼쳐왔다.

하지만 시청률이 점차 하락세를 보이는 것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왕과 나>는 시청자들이 느끼던 매력이 점차 사라졌다. 즉 내용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초반에 눈길을 끌던 신선한 사극이 온데간데 사라져버린 탓이다.

초반 <왕과 나>가 보여준 사극은 일반 사극과 달랐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한 사극은 궁중여인들의 권력 암투 혹은 위인전의 일대기 등이 고작이었다. 그렇다 보니 소재만 바뀌었을 뿐 드라마를 그려내는 구성과 형식이 흡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젠 시청자들은 그러한 것들에 열광하기엔 눈이 높아졌다.


색다른 사극은 어디로 실종된 것인가?

그렇다 보니 색다른 사극을 표방하고 나선 <왕과 나>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왕과 나>의 주인공은 김처선(오만석)이다. 김처선은 사랑하는 소화(폐비 윤씨, 구혜선)를 위해 내시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만큼 <왕과 나>를 이끌어가는 것은 내시였다. 기존 사극에서는 주로 왕과, 중전 축으로 내용이 펼쳐졌는데 반해 <왕과 나>에서 궁궐사람들은 조연에 불과했다. 극 중심에 내시를 전면에 내세워 조치겸(전광렬)의 연기가 빛을 발했고, 어린 아이들이 내시가 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내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성인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김처선과 소화, 성종(고주원)의 삼각 사랑이 전면에 내세워지면서 내용이 달라졌다. 더욱이 성종이 소화를 중전으로 들이기 위해서 보여주었던 로맨스와 소화를 향한 외사랑을 보여주는 김처선이 대비되면서 한동안 멜로드라마처럼 보일 정도로 세세하게 그려졌다.

더 나아가 성종이 소화를 중전으로 맞아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 후궁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면서 <왕과 나>는 내명부의 권력암투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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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성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여색에만 심취한 성종의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SBS



즉 이러한 내용들이 전개되는 사이  내시의 권력과 야망이 부수적인 내용으로 전락해 버렸고, 다른 내시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기와는 상관없이 <왕과 나>는 점차 다른 사극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변질되었다.

여기에 인물들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픽션에 의존하다 보니 역사를 왜곡시키는 부분과 야사를 끌어들여 상당 부분의 내용을 이끌어가다 보니 결과적으로 내시들의 권력과 야망, 사랑 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색다른 사극을 보는 재미를 느꼈지만 중반부에 이르면서 어딘가 모르게 부족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즉 시청률의 하락은 내용상 전개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시청자들이 이탈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여인천하>에서 보여주었던 중전과 후궁들의 권력암투가 세세하게 그려지고 뛰어난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더 <왕과 나>는 시청자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인수대비 역으로 전인화가 연기하는 연기는 나무랄 데 없지만 인수대비와 폐비윤씨의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도 그다지 시청자들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설득력 잃은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어찌하리오?

앞서 언급했던 내용의 변질은 결과적으로 캐릭터들의 설득력을 잃어버리게 만들어 더욱더 난처한 상황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주요 인물이 성종과 폐비 윤씨, 인수대비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픽션에 의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종은 카사노바에 가깝고 늘 울기만 하던 착한 폐비 윤씨, 무작정 며느리가 싫은 인수대비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역사 속에서 성종은 세종에 버금가는 성군으로 기록되어 있다. 정사 일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고, 왕권 중심의 정치를 펼쳤으며, 사림파를 적절하게 등용하는 등 정치적 안정을 꾀하며 조선시대 중흥기를 이끌었던 장본인 중의 하나이다. 헌데 드라마 속 성종은 로맨스를 넘어서 카사노바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성종은 야사에서 본다면 수많은 후공과 어우동 등과 로맨스를 펼치는 여성편력이 대단한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군으로 알려진 세종 또한 여성편력은 대단했다. 즉 요즘 시대에서 그들을 바라본다면 모두가 카사노바일 것이다.

하지만 당시 조선시대에서 후궁을 들이는 것이 합법화된 것을 감안한다면 성종의 여성편력을 강조하는 일은 드라마를 자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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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 윤씨를 향한 외사랑을 선보이는 김처선. 하지만 그의 사랑이 그다지 감동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 SBS


특히 어우동과 극적인 만남을 통해 그녀를 사랑하게 된 성종. 그래서 내시 김처선을 데리고 사가로 나가 그녀를 만나는 장면은 아름다운 사랑의 한 장면이기보다는 왕의 체통 따위는 안중에 없는 어린애 같은 성종의 모습만 보여질 뿐, 성군의 모습은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여기에 충분히 소화를 중전을 들이기 위해서 흘렸던 눈물이 있었는데, 또 다시 어우동을 사랑하면서 애틋한 로맨스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과연 한 나라의 왕이 맞나 싶을 정도다.

차라리 여성편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성군으로서의 모습으로 성종을 묘사했다면 오히려 신선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폐비 윤씨는 역사에서 보면 질투심이 강해 성종의 얼굴을 할퀸 죄로 폐비가 된다. 훗날 연산군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

물론 인수대비가 수렴청정을 위해서 중전을 폐비로 만들기 위해 모함을 했다는 설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차치한다 해도 <왕과 나>에서 그려지는 중전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착하딘 착한 그녀가 갑자기 돌변해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점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폐비 윤씨를 소화라는 가상의 인물로 둔갑시키다보니 소화를 폐비 윤씨로 그리는데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갑작스레 악역으로 만들려니 내용상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으며, 사사건건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부분도 인수대비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녀를 싫어하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즉 두 사람의 갈등이 본격화되었음에도 그 안에 별다른 명분이 들어 있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김처선의 외사랑을 세심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어 <왕과 나>에서 보여주는 로맨스는 저마다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하다.

따라서 현재 <왕과 나>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은 많지만 그러한 사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내용의 변질보다도 더 큰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이산>을 보더라도 <허준>, <대장금>과 비슷한 스토리 라인임에도 캐릭터들의 힘이 강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점을 생각해 볼 때 비록 픽션으로 인물을 그려내는 부분이 강하다고 해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울 따름이다.

어쩌면 <왕과 나>의 힘은 조치겸과 김처선 등과 같은 내시들이 아닐까? 그들의 모습이 드라마 속에서 중심축이 아닌 주변부로 전락해버린 것은 기존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도이기 때문이다. 만일 다시금 예전 인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왕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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