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속 그대들 모두 '소방영웅'입니다

2007년 '소방영웅'상 받은 안양소방서 119구조대 김재관 소방교

등록 2007.12.28 11:46수정 2007.12.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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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2회 119 소방영웅 수상자들

제2회 119 소방영웅 수상자들 ⓒ 안양119구조대

제2회 119 소방영웅 수상자들 ⓒ 안양119구조대

"따르릉 여보세요. 안양소방서지요. 오늘 소방영웅이 뽑혔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시상식을 마치고 오셨는지요."

"잠시만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오늘 근무라고 합니다. 시상식 다녀와 현재 119구조대 본부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네요."

 

경기도 안양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김재관 소방교가 '2007년 소방영웅'으로 선정됐다.

 

안양소방서와 S-Oil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소방서에서 황정연 소방방재청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07년 소방영웅 시상식을 갖고 일반시민과 소방방재청의 추천을 거쳐 최고 영웅소방관으로 선정된 9명에게 상패와 1천만원의 포상금을 각각 수여했다.

 

이날 행사는 S-OiL(주)이 후원하고 (사)선행칭찬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제2회 119소방영웅상 시상식'으로 소방영웅으로 뽑힌 이들은 전국 소방공무원 중 엄격한 심사를 통하여 선발된 소방관들이다.

 

9명의 영웅소방관은 ▲경광숙 소방위(서울중랑소방서) ▲김재관 소방교(경기안양소방서) ▲전기백 소방장(중앙119구조대) ▲신재근 소방장(인천중부소방서) ▲조양현 소방위(전남보성소방서) ▲양순주 소방위(전북남원소방서), ▲홍인호 소방장(울산남부소방서), ▲김기철 소방교(대전서부소방서), ▲박상태 소방교(경남거창소방서) 등이다.

 

이들 9명의 영웅소방관중 안양소방서에 근무하는 김재관 소방교를 만나기 위해 27일 저녁 안양시 동안구 지하철 4호선 범계역 인근에 자리한 119구조대를 찾아나섰다.

 

"안녕하세요. 영웅소방관을 만나러 왔는데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인터뷰 좀 하고 싶은데요."

"아. 예~ 잠시만요. 소방 영웅!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소방영웅, 그는 이웃 아저씨같이 푸근했다

 

잠시 후에 주황색의 119구조대 복장으로 나타난 김재관 소방교는 영화 <분노의 역류>에 나오는 스크린 속 영웅과 달리 우리 이웃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선한 눈매에 그다지 큰 체격도 아닌 30대 중반의 사나이로 약간은 괘면쩍은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건넨다.

 

119구조대장이 잠시 자리를 비켜준 구조대장 집무실에서 만난 김재관(38) 소방교와의 20여 분 짧은 만남이지만 그와 나눈 대화 속에는 화재 현장 속을 누비면서 가족에 대한 애정과 고민, 동료 소방관들과의 끈끈한 인연, 그리고 고충을 진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가 현장에서 마주치는 소방관들이 하는 업무가 그들로서는 직업일 수 있으나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임무와 부담감, 그리고 책임감을 갖고 무엇보다 때로는 생명을 내걸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직업이 아니라 희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소방교를 만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 그들 역시 ‘소방관’ 이기 이전에 ‘국민’ 이며, ‘고귀한 생명’이기 때문에 소방관에 대해서 격려와 관심을 아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들을 우리들의 '소방 영웅'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a  소방영웅상을 받은 김재관 소방교와 가족들

소방영웅상을 받은 김재관 소방교와 가족들 ⓒ 안양119구조대

소방영웅상을 받은 김재관 소방교와 가족들 ⓒ 안양119구조대

주민·소방관 모두 침착하게 대처한 고층 대형화재

 

김 소방교를 만나기에 앞서 안양소방서 관계자는 "김재관 소방교는 12년 6개월간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면서 최일선 재난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쳐왔으며 지난 12월 3일 안양 한솔센트럴파크 오피스텔 화재발생시 인명구조를 하면서 자칫 위험했었다"고 밝혔다.

 

안양 한솔센트럴파크 오피스텔 화재는 안양 범계동에 위치한 지하 5층 지상 15층 고층빌딩에서 불이 나자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복도를 타고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며 건물 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자칫 위기에 처했으나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진압됐다.

 

당시 소방서 용어로 '광역2호'(인근 소방서 출동)를 요청, 의왕·군포·광명·과천 등 8개 소방서 구조대와 헬기 등 201명의 인원과 장비 44대가 투입돼 대대적인 구조작전을 펼쳤던 이 화재는 항공구조대 헬기까지 동원된 가운데 화재는 1시간 40분만에 진화됐다.

 

특히 이 건물에는 317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나 1~2층 2894㎡와 차량 10여 대를 태우고 주민 19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1명이 화상을 입고 4명이 입원치료를 받았을 뿐 큰 인명 피해 없이 마치 교과서처럼 주민과 소방관 모두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  12월3일 발생한 안양 한솔센트럴파크 오피스텔 화재

12월3일 발생한 안양 한솔센트럴파크 오피스텔 화재 ⓒ 주재호

12월3일 발생한 안양 한솔센트럴파크 오피스텔 화재 ⓒ 주재호

우리 사회 숨은 영웅 그들이 있기에 행복

 

한편 S-Oil은 2006년부터 소방방재청과 함께 순직소방관 및 장애로 인한 퇴직소방관 가정을 지원하고 모범소방관을 포상하는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만 화재진압 및 각종 구급활동 중 순직한 소방관 4명의 유족에게 위로금으로 각각 3000만원씩을 전달한 바 있으며, 8월에는 순직 및 장애로 인한 퇴직소방관 가정 100곳에 자녀교육비 및 생활비로 총 3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S-Oil측은 "음지에서 힘든 근무 여건도 마다하지 않고 시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봉사하는 소방관들은 우리사회의 숨은 영웅으로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S-Oil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에서 순직하거나 장애를 얻어 퇴직한 소방관 자녀의 양육비 및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소방관 가정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모범소방관들을 표창함으로써 사기를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a  영웅소방상을 받은 날 근무중 만난 김재관 소방교

영웅소방상을 받은 날 근무중 만난 김재관 소방교 ⓒ 최병렬

영웅소방상을 받은 날 근무중 만난 김재관 소방교 ⓒ 최병렬

- 소방영웅 상을 받게된 소감은?

"화재진압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팀워크이기에 개인이 받은 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근무한 직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다. 더욱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이고 채찍인줄 알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 언제부터 소방관으로 근무하게 됐는지?

"1995년 6월7일에 임용됐다. 안양소방서에서만 근무했고 대부분을 119구조대에서 생활해 구조대에서만 8년정도 됐다."

 

- 결혼하셨겠네요. 부인과 아이들이 꽤 걱정할 것 같은데?

"집사람과 9살. 11살 남자 아이를 두고 있다. 집에서 걱정되는 얘기는 잘 안한다. 이번 한솔센트럴파크 화재에서도 죽다 살아난 것 같기도 한데 일체 얘기를 안했다. 소방관들 하면 걱정 많이 하잖아요. 말하기가 그렇잖아요. 혹 오늘 취재로 집사람에게 알려질까 걱정도 된다."

 

- 지난 센트럴파크 화재진압 당시 어떠셨어요?

"맨처음에는 (화재가) 큰지 모르고 들어갔는데 상당히 큰 화재였다. 인근에 있다보니 가장 먼저 집입하게 됐다. 연기가 점점 심해지는 걸 느끼면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판단해 2층에 들어섰다가 일기 고립되기도 했다. 도저히 탈출할 수가 없어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진입해 남아야 할 주민과 옥상으로 보내야 할 주민을 구분해 통보하는 과정이 어렵기도 하고 매우 힘들었다."

 

- 화재 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고층화재는 매우 위험하다. 탈출하려다 오히려 질식 등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방송을 들으며 사안에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안양에도 4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도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소방관이 전달하는 말에 귀를 잘 기울여 대처해 주었으면 좋겠다."

 

- 앞으로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큰 상을 받다보니까. 더욱 처신에 조심스럽게 되는 것 같고 무겁기도 하다.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 겠다는 마음을 우선 갖게된다. 시민들을 위해 자그마한 일을 하더라도 그 곁에 저 자신이 있었으면 좋겠고 자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7.12.28 11:46ⓒ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 #영웅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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