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드시고 힘내십시오!"

[대선 캠프 뒷이야기 ①] 심마니와 산삼

등록 2007.12.28 16:19수정 2007.12.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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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구, '이리 귀한 것을... 더 필요한데 있을텐데' 옆의 김영춘 의원이 더 좋아합니다. 혹, 한뿌리 얻어 먹을 수 있을까? ⓒ 임현철


‘산삼!’


산삼은 심마니들도 신의 점지를 받고서야 비로소 캘 수 있다고 합니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만나면 “심봤다!”며 산신령께 우렁찬 신고를 한다고 합니다. 만나기가 쉽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성스러운 영물에 대한 경외의 한 자락을 표현하는 것이겠지요.

일명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어선지, 너무 귀하기 때문인지 산삼 한 뿌리는 수천에서 수억 원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당치않은 소리지만 그래서 심마니들이 “심봤다!”를 외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산삼의 효능은 고사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눈으로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서민들이 산삼을 먹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것입니다. 입맛만 다실밖에 도리 없지요.

제17대 대통령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6일 저녁, BBK 동영상 기자회견 후 긴장상태이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캠프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습니다.

“강원도에서 문 후보님께 산삼을 전달하려고 왔대.”


때 아닌 소리에 귀가 번쩍합니다. 귀를 의심하며 속으로 ‘에이, 무슨 농담을…’하는데 청년 2명이 문국현 후보 사무실로 성큼성큼 다가섭니다.

“더 필요하신 분이 있을 텐데”

‘어, 장난이 아니네’ 하는 차에, 문이 열리고 기자회견 후 3차 TV토론 준비 중이던 문국현 후보 얼굴이 나타납니다.

캠프 사진을 찍던 중, 덕분에 산삼 전달식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만의 특종이랄까, 그런 거죠. 그때 왜 득달같이 기사 안 썼나구요? 후일담 기사 준비하느라 TV토론 방송국 밖 풍경 취재와 다른 기사에 묻혀 그렇게 됐구만요.

“저 말고 더 필요하신 분이 있을 텐데, 그 분들에게 드리시죠.”
“산삼 드시고 힘내십시오!”


말에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사이 전달식이 끝나 버립니다. TV토론 준비가 바쁘긴 바쁜 모양입니다. 연출을 부탁해 어렵사리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른 방으로 옮겨 그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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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포즈를 취했습니다. 포즈가 왜 그리 어색한지... ⓒ 임현철


꿈꾼 후 대변보다 만난 산삼 102 뿌리

“길을 가는데 동강이 갑자기 범람하는 거예요. 그 물줄기를 타고 감과 호박이 둥둥 떠다니는 거예요. 강이 넘치면 흙탕물이거나 더러운데 이 물은 너무 맑고 깨끗한 거예요.”

그가 소백산 고지대에서 산삼을 만나기 전, 꾼 꿈입니다. 이 꿈만으로 부족한지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듯 긴장된 웃음 속에 말을 잇습니다.

“꿈이 너무 좋아 죽어도 좋다. 한 번 가보자는 심정으로 친구와 함께 산을 올랐죠. 그러다 뒤가 급해 엉덩이를 까고 대변 보다 만난 게 이 산삼이에요.”

엥,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대변 보다 만난 산삼이라. 이렇게 쉽게 산삼을 캔다면 누군들 못할쏘냐. 그러나 마음을 곱게 써야 만날 터.

“큰 것 2뿌리는 70여년 되었고, 나머지는 40여년 된 중간 크기와 20~30년 된 작은 것이 모여 있었어요. 합쳐 모두 102 리를 캤죠. 그게 10월 29일이예요.”

아니, 하나 둘도 아니고 무려 102뿌리?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부럽습니다. 저 인간들은 대체 어찌 저런 횡재수를 타고 났을까? 산에 올라 엉덩이를 아예 까고 다녀야 할 판입니다.

산삼과 맺은 인연 ‘사람이 희망’

“이걸 과연 전해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로 일주일 넘게 고민했습니다. 자비 털어 한국 정치 바꾸겠다고, 서민ㆍ노동자 대변하겠다고 애쓰는 것 보고 기꺼이 드리기로 했습니다. 산삼 캔 것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만들어 준 덕입니다. 이거 드시고 좋은 정치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말에 자랑스러움과 대견함이 스며 있습니다. 이걸 팔면…, 온갖 뇌리 속에 떠오르는 속세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1억 원을 넘나드는 산삼 2뿌리를 들고 오기까지 마음 속 번민이 오죽했겠습니까.

“몸이 아픈 70대 할아버지께서 산삼을 드셨는데 하소연을 하데요. 신통찮던 아랫도리가 시도 때도 없이 불끈불끈 한다며 다 늙은 사람이 민망하다고. 필요한 사람이 써야하는데….”

기어코 산삼의 효능이 나옵니다. 먹어봐야 알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나저나 그들이 가져 온 산삼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떻게 보관해 가져왔을꼬? 보따리를 풀어 사진 찍길 요청하고 싶지만 꾹 눌러 참았습니다.

왜냐구요? 산삼을 보진 못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인연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연은 여기까지니까요. 왜 인지, 산삼을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하여, 문국현님에게는 굳이 산삼의 맛과 효능은 어쩌던가요? 묻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사람이 희망’인 세상이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산삼이 사람을 닮은 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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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 친구는 잠깐의 산삼 전달식 후 산삼을 캐기 전 꿈과 오기까지의 과정, 효능, 그리고 먹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 임현철


# 후기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사 마무리에 결국 조급증을 참지 못하고 문국현님의 아내 박수애 여사와 통화하였습니다.

- 산삼 드셨는지?
“대선 끝난 직후에 바로 드셨어요. 보자기를 펼쳐보니 산삼 2뿌리가 있었구요. 귀한 거라 열심히 씻어 드렸어요. 아, 그분들께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데, 그날 말고 아직까지 못했네요.”

- 효능은?
“대선 이후라 몸이 많이 쇠약해졌는데 잠도 푹 자고 많이 회복되셨어요. 대선 전 몸 상태까지 거의 돌아왔으니까요. 산삼이 몸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산삼 주신 분이 이야기하던 불끈불끈 뭐 그런 효능은?
“(호호) 그런 건 없구요. 정신적인 편안함을 주는 게 아닌지 싶어요.”

- 맛은?
“저도 한쪽 먹었는데 맛은 달콤했어요. 쓰면서도 단맛이 많이 났어요. 산삼은 맛이 이런가 보다 했죠.”

- 대선 후 조금 쉬셨나요?
“아직 쉬지 못했어요. 연말이라 그동안 나가던 모임에 나가고, 찾아봐야 할 곳에 다니느라 여전히 그래요. 어디 가서 며칠이라도 쉬면 좋겠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산삼 #심마니 #문국현 #박수애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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