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예능 프로그램이 남긴 것

리얼 버라이어티 UP, 정통 코미디 DOWN

등록 2007.12.29 17:11수정 2007.12.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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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할 만하다. 각기 다른 개성과 캐릭터로 연결된 출연자들의 집단 MC체제, 매주 자유롭게 변화하는 포맷의 무형식성, 프로그램의 현장성과 돌발적인 몸개그(슬랩스틱)로 상징되는 '극 리얼리즘'은 일정한 컨셉의 반복이나 짜여진 구성에 의존하던 2007년 예능가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3D형 버라이어티 열풍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을 필두로, 리얼 버라이어티 컨셉을 표방한 오락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었다. 대한민국의 숨은 여행지를 발굴한다는 ‘야생-로드 버라이어티’를 내세운 <해피선데이-1박2일>, 여성 연예인들의 직업체험기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 <무한도전>의 ‘여성버전:스핀오프’ <무한걸스>, 인맥과 라인을 내세운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 등이 대표적인 올해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하다.


반면 ‘정통 코미디’는 나란히 하향세를 그렸다. 공개 코미디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개그콘서트> 정도만이 ‘애드리브러더스’, ‘대화가 필요해’, ‘까다로운 변선생’ 등 히트코너들을 선보이며 선전했지만,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개그야> 등은 버라이어티의 격전장이 되어버린 방송가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내몰리며 방송시간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독한 웃음이냐, 착한 감동이냐


올 한해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독한 TV’였다. 솔직함과 리얼리즘을 가장한 막말, 호통, 비난, 인신공격, 심지어는 욕설까지. 독한 언어개그로 상종가를 기록한 김구라, 이경규, 박명수 등의 사례는 시청자들에게 방송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식이야 어떻든 '웃기면 그만'이라는 냉혹한 논리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또한 <무한도전> 등의 영향으로 인한 예능프로그램의 불필요한 자막 남발과 잦은 비속어 구사는 방송언어를 파괴한다는 부작용으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바른 말, 고운 말을 강조하고 방송의 공익성이나 사회적 가치 따위를 언급하는 ‘착한’ 프로그램은 험악한 방송가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결과, 올 한해 공중파 TV에서 조기 종영 당한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공익성을 강조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시청자들에게 완성도나 기획의도에서 항상 호평을 받던 <느낌표>나 <쇼바이벌> 같은 프로그램들도 폐지의 수순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러나 하반기와 연말이 되면서 날로 거칠어지는 방송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하여, 억지웃음과 말장난보다는 공익성과 정보성, 감동 코드로 무장한 ‘착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재평가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라인업>은 2주간에 걸친 ‘서해안을 살리자’편을 통해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심각성과 환경파괴의 폐해를 일깨워주며 호평을 받았다. <스펀지 2.0> <위기탈출 넘버원> <비타민> <경제 비타민> <공부의 제왕> <도전, 예의지왕> 등은 비록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가벼운 웃음만을 소비하는 쇼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유용한 생활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팬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았다.


[토크쇼의 변화 경향] 연예인과 가십에서 '다양성의 강조'로


그간 국내의 토크쇼 장르는 대부분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거론하는 데 치우친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이러한 ‘연예인 토크쇼’의 전형을 깨며, 보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시각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구성의 토크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무릎팍도사>와 <미녀들의 수다>는 올 한해 가장 토크쇼의 신경향을 드러내 보이는 사례라고 할만하다.


<무릎팍도사>는 연예인에서 스포츠선수, 영화감독, 음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명사들을 초대하는 놀라운 게스트 섭외력, 출연자들의 신변잡기를 넘어 개인의 가치관과 인생역정,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만날 수 있다는 희소성으로 어필했다. 어떤 입담 좋은 게스트를 상대로도 기 싸움에 밀리지 않는 강호동의 배짱토크도 인기몰이에 한 몫 했다.
 

<미수다>는 미모의 일반인 외국여성들을 앞세워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인, 한국문화’라는 색다른 컨셉으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에바, 사오리, 쟈밀라 등 이 프로그램이 배출한 많은 ‘미녀’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스타성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했고, 흐엉, 준코 윈터 등의 ‘수다’는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각들을 고발하며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예능프로그램의 한계상, 출연자들의 스타성과 민감한 이슈들을 가십적으로 소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일방적 변명이나 고해성사, 혹은 영화홍보무대로 변질된 <무릎팍도사>는 물론, 외국인 여성들의 미모와 스타성을 선정적으로 과시하는 데 치중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프로그램의 희소성과 한계는 그만큼 국내에서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소화해낼 수 있는 토크쇼 장르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환상의 커플] 라인의 중요성과 스타 진행자들의 강세


올 한 해 예능가에서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와 더불어 캐릭터와 ‘라인’(인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뼈대라고도 할 수 있는 캐릭터는 특정 프로그램을 통하여 한번 구축되면 다른 방송을 넘나들면서 소비된다. 프로그램의 컨셉보다는 캐릭터가 곧 주를 이루는 ‘캐릭터 버라이어티쇼’가 안방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출연자들의 유기적인 상호 호흡과 조화가 중요하다. 나와 호흡이 잘 맞는 관계와 조합의 중요성, ‘라인’의 득세로 이어졌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유라인’, <라인업>에서 이경규를 중심으로 한 ‘규라인’, <하이파이브>에서의 ‘여걸식스’ 라인(조혜련, 지석진, 현영)은 실체적인 조직에 대한 구분이라기보다는 예능가의 추세를 반영하는 현상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올 한해 명실상부한 예능가의 쌍두마차로 활약한 스타 MC 유재석과 강호동을 비롯하여, 김구라, 신정환, 신동엽, 김제동, 이경규, 신봉선, 하하, 노홍철, 조혜련, 박경림, 현영 등이 버라이어티의 ‘단골 흥행보증수표’로 상종가를 기록했다.


이중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함께 했던 박명수와 <해피투게더> <일요일이 좋다>에서도 함께 하며 최고의 콤비를 이뤘고, 노홍철과도 <놀러와>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신정환은 같은 컨츄리꼬꼬 출신의 선배 탁재훈과 <불후의 명곡> <상상플러스>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이경규와 김용만은 <일밤>에 이어 <라인업>에서 다시 한번 콤비를 발휘했다.


그러나 여기서 지나친 캐릭터의 반복 소비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라인’ 혹은 ‘콤비’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배타적인 속성. 소수의 스타급 연예인들이 이리저리 떼를 이루어 지상파의 주요 예능프로그램들에 복수 출연하고 비슷한 캐릭터들을 되풀이하는 현상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을 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2007.12.29 17:11 ⓒ 2007 OhmyNews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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