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마을, 정선 한치 마을

도시를 떠나 오지를 찾아 떠난 여행

등록 2007.12.30 10:57수정 2007.12.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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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아름다운 소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 조정숙

한치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아름다운 소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 조정숙
 

정해년 마지막 주 주말을 이용하여 남편과 나는 오지체험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남편이 샌드위치 데이인 31일에 쉬게 되어 여유롭게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눈 구경이 가능한 해발 800m에 위치한 화전 마을을 찾아 가기로 결정하고 강원도를 향해 29일 아침 집을 나섰다. 우리가 갈 곳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 유평리 한치 마을이다.

 

이곳은 얼마나 오지인지 네비게이션도 찾지 못해 정선 군청민원실을 방문하여 자세한 설명을 듣고 가는 도중에도 간간히 쉼터에 들러 물어보며 부지런히 재촉을 했다. 굽이굽이 재를 넘어 한참을 달렸건만 초행길이라서인지 찾아 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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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마을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할아버지. ⓒ 조정숙

한치마을 입구에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할아버지.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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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으로 쓸 나무를 쌓고 계시는 할아버지 ⓒ 조정숙

땔감으로 쓸 나무를 쌓고 계시는 할아버지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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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막이를 위해 비닐로 월동준비중이신 할머니 ⓒ 조정숙

바람막이를 위해 비닐로 월동준비중이신 할머니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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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반갑게 해 주었던 이정표. ⓒ 조정숙

우리를 반갑게 해 주었던 이정표. ⓒ 조정숙

 

유평리에 들어서자 반갑게도  한치 마을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우리를 반긴다. 그곳을 지나 8km쯤 더 가자 한적한 산속에 마을이 드러난다. 초입에 들어서자 손수레에 커다란 장작을 실고 힘겹게 걸어가시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운 나머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디를 찾아 가는 거드래요?”라며 첩첩 산중에 찾아오는 우리를 의아해 하시며 바라보신다. 주름진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열심히 사셨을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순박함도 함께 묻어난다.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을 맞이하는 홍조띤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가슴 가득 풍성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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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으로 군불을 지핀다,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 오른다. ⓒ 조정숙

장작으로 군불을 지핀다,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 오른다. ⓒ 조정숙

 

손수레를 밀어 드리려 하자 할아버지께서는 한사코 손사래를 하시며 거절 하신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걸어가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태어나 70년이 넘도록 이곳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 하시며 마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신다.

 

이곳 한치 마을은 마을을 지키는 700~800년 된 보호수가 7그루나 있으며 총가구가 14세대였으나, 지금은 6세대만이 살고 나머지는 모두 도시로 이주해 갔다고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다.

 

그나마 2세대는 겨울 동안 도시로 나가 살다 여름이면 농사를 짓기 위해 잠깐 들어온단다. 할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께서 사시는 곳에 따라가니 자녀들이 모두 도시로 나갔기 때문에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하셔야 함을 그다지 불편해 하시진 않는 것 같다.

 

할머니 두 분이 월동 준비를 위해 비닐로 바람막이 창문을 달고 계신다. 이곳은 어느 집이나 화목을 난방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한겨울 정취를 더욱더 감성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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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800년된 보호수 ⓒ 조정숙

700~800년된 보호수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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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떠나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을씨년스럽다. ⓒ 조정숙

도시로 떠나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을씨년스럽다. ⓒ 조정숙

 

마을을 돌면서 700~800년 된 아름드리 보호수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이곳에 사시는 다른 어르신이 우리들을 부르며 멧돼지 숯불구이에 소주 한 잔 하자고 한사코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오라 하신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우리는 아주 오래된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어르신 댁으로 끌려 들어가다시피 하여 들어갔다. “ 여기서 술 한 잔 하시고 빈 방도 있으니 자고 가도 됩니다”라고 말씀 하신다.

 

남편과 나는 이곳에서 술을 한 잔하게 되면 분명 해발 800m에서 내려갈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기 때문에 극구 사양을 했더니 이제는 화까지 내시며 "한 잔 하지 않으면 못 내려갑니다"라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하신다.

 

연세가 드셨지만 어찌나 순박하고 귀엽던지 정이 넘치는 마을을 빠져 나오는 동안 내내 마음 가득 행복함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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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마을 들어가는 길가에 곧게 뻗은 나무가 반긴다. ⓒ 조정숙

한치마을 들어가는 길가에 곧게 뻗은 나무가 반긴다. ⓒ 조정숙


남편과 나는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오늘 이곳을 빠져 나와야 했기 때문에 어르신의 고마운 마음을 뒤로 하고 서둘러 마을을 빠져 나왔다. 그렇지 않으면 꼼짝없이 한치 마을에 묶여 봄이나 되어야 나올 수 있는 신세가 될 뻔했다. 부지런히 내려오는 길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2007.12.30 10:57 ⓒ 2007 OhmyNews
#오지로 떠난 겨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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