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11월 28일 오후 삼성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우성
이 4개의 기사가 김용철 변호사가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에서 가졌던 위상과, 우리가 궁금해하는 "왜"에 대한 해답을 간접적으로 제시합니다.
2000년 1월에는 '완벽한 변신'과 함께 상무로 진급했으며, 2004년 초의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승진' 가능성이 보도됐습니다. 빠른 승진입니다.
'승진'의 이유는 <시사저널> 기사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삼성그룹의 최대 약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을 비롯한 '이재용 탈법 승계 의혹'이었습니다. 이 최대 약점에 대해 큰 공을 발휘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승진이 보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진실로 가는 문이 보이죠? "법무팀의 수장으로서 '이재용 탈법 승계 의혹'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진실에 근접했으며 그에 걸맞은 증언을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업무는 맡지 않는 조건으로 입사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재무팀 이사로 발령을 받았으며", "회계학원을 열심히 다녀 완전한 재무통으로 자리잡았다"는 <주간동아> 기사가 엿보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에 무게가 더해집니다.
그렇다면, 그의 '법무팀장 업무'는 원치 않았던 것을 억지로 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가 그만둬야 했던 결정적인 흔적들이 발견됩니다.
강단 있는 검사 남기춘으로부터의 '나비 효과'"삼성그룹이 법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삼성은 19일 "그룹 법무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그룹 법무조직을 기존 법무팀에서 법무실로 확대 개편한다"며 그룹 상임 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에 이종왕 변호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에서 상근하면서 사장급 예우를 받는다.
대기업 집단에서 법률가 출신을 사장급으로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략)
삼성이 이처럼 법무기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대선자금 수사, 카드와 캐피탈 합병과정에서 빚어진 금융산업법 위반 등을 거치면서 법무기능의 열세를 절감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중략)삼성은 특히 법무조직 강화를 통해 경영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법률지원과 법적리스크의 사전 예방은 물론 윤리경영과 도덕경영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 강화에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2004년 7월 19일자 기사 <이종왕 변호사 삼성 법무실장에>의 일부"삼성그룹이 법무조직 재정비 등을 통해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이종왕 변호사를 그룹 상임 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으로 영입해 법무팀의 그룹 내 위상을 격상시킨 데 이어,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유승엽 변호사(사시 35회)를 법무실 상무로 발령했다. 이로써 삼성 법무조직의 검사 출신 임원은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1997년부터 법무팀장을 맡아온 김용철 전무는 ‘사의’를 표명했다." -<한겨레> 2004년 7월 27일자 기사 <삼성 ‘소송리스크’도 빈틈없게…>의 일부'부사장 승진' 가능성이 엿보였던 김용철 법무팀장은 불과 8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합니다. 법무팀장으로서 업무를 총괄해왔지만, '굴러온 돌'인 이종왕 변호사가 더 높은 직급과 더 큰 권한을 갖는 자리에 영입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는데에는 '이종왕 변호사 영입' 사유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처럼 법무기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대선자금 수사, 카드와 캐피탈 합병과정에서 빚어진 금융산업법 위반 등을 거치면서 법무기능의 열세를 절감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뭔가 치명적인 것이 존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법무기능 열세' 만회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이자 노무현·정상명·이종백 등 사시 17회가 주도한 모임 '8인회'의 멤버, '노무현 탄핵 재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바 있는 중량급 변호사를 영입한 것입니다.
이 '뭔가 치명적인 것'의 책임이 김용철 변호사에게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신동아>가 간접적인 끈을 남겨놓습니다.
- 대선자금 수사 때 수사팀이 '이학수 구속' 의견을 냈다고 들었다. "맞다. 남기춘 검사가 끝까지 '이학수 구속'을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시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수사는 거기서 멈췄다. 노 대통령은 대선 전 사석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 이학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략)기자는 당시 남기춘 대검 중수부1과장이 그 일로 사표 낼 생각까지 했다는 얘기를 법조계 고위관계자한테 들었다. 이에 대한 김 변호사의 증언이다. "남기춘이 밀어붙였던 건 맞다. 그게 사시 동기인 나한테는 나쁘게 작용했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검사가 수사한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나. 그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수사가 지나치다거나 부당하면 따질 수는 있겠지만. 남기춘의 수사 스타일이 깔끔하지 않고 세련되지도 않았다." (중략)-검찰이 이학수 부회장을 압박할 때 이종왕 변호사가 도왔나. "나는 초기에 바로 빠졌다. 이학수 부회장이 조사받으러 갈 때 한 번 따라간 것뿐이다. 이미 이종왕 변호사가 선임돼 있었다. 그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끝까지 버텨라,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 바람에 지휘부가 마비됐다. 이건희 회장도 외국에서 못 들어오고. 그게 뭔 짓이냐. 나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동아> 12월호 기사 <김용철 변호사 2005년 ‘오프 더 레코드’ 인터뷰>의 일부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은, "내가 비록 삼성의 입장에서 검찰과 맞서고 있지만 검사는 검찰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시 동기인 나한테는 나쁘게 작용했지만", 남기춘 검사에 대한 그의 어조는 호의적입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로서, 김용철 변호사가 "나 정도가 얘기할 사람이 아니"라면서, "엄청난 파워를 가진 사람"이고, "(삼성에서도) 아주 특별한 경우로서 삼성의 핵심적인 일은 이건희, 이재용, 이학수가 함께 처리한다"는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 남기춘 검사가 구속을 끝까지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검찰의 현실이나 '삼성그룹과의 유착 의혹'을 감안하면, 보통 강단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남기춘 검사와 김용철 변호사가 '사시 동기'임을 감안해, 삼성그룹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에게 '활약'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대선자금 수사 및 불법승계 의혹에서, '이건희 소환 및 기소'라는 삼성그룹이 사력을 다해 막아야 할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2인자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소환과 기소(불구속 기소)는 막지 못했습니다.
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이었던 허태학·박노빈씨 선에서 마무리될 것을 기대했을 법한 삼성그룹으로서는 이 역시 피해야 할 상황이었으며, 남기춘 검사로서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있겠죠. 이에 대한 간접 정황을 <주간동아>가 이야기합니다.
"삼성과 그의 틈이 벌어진 결정적 계기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였다. 당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최고위 임원진에 대한 검찰의 압박에 시달리던 삼성은 김 변호사가 일정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오히려 김 변호사는 삼성 측에 일종의 '자수'를 권해 '적군이냐 아군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그의 능력에 대해 회의를 품게 할 만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그는 이학수 부회장이 검찰에 출두할 때 동행하곤 했다. 어느 날 그가 검사실에 따라들어가려 하자 주임검사인 남기춘 대검 중수부 1과장이 제지했다. 선임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그 사건으로 김 변호사의 삼성 내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지만 역량 부족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의 증언. '대선자금 수사 때 김 변호사가 일부 검찰 수사관들한테도 무시를 당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정보 수집을 잘한 것도 아니어서 삼성에선 실망이 컸다고 한다. 한마디로 효용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주간동아> 11월 12일자 기사 <왜 삼성 비자금 과녁을 쏘았나>의 일부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했던 '검사의 직무에 대한 소신'을 삼성그룹은 '무능력'으로 간주했으며, '고해성사' 제안 역시 "저 사람이 과연 우리편이냐"는 회의를 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들이 보도한 바가 '사실'이라면, 김용철 변호사의 '7년간의 외출'이 어떤 이유로 끝나게 됐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후의 김용철 변호사의 행적은 <한겨레>의 '비상근 기획위원'으로 입사하는 등, 삼성그룹을 경악하게 한 사례들과 더불어 2005년에 했다는 '오프 더 레코드 인터뷰'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삼성측에서 자신이 퇴사한 후 1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다가 X파일 사건이 터진 후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창사 이래 구조본 팀장이 스스로 나간 경우는 나밖에 없다. 호남 출신도 처음이고. 삼성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내게 '쓸데없이 입 열면 불행해진다'고 하더라. 구조본 핵심인사의 뜻이라면서. 삼성에 맞서 불행해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정말 무서운 조직이다. 삼성생명이 있어 개인의 금융거래를 파악할 수 있다. 삼성카드가 있으니 카드 사용내역 조회가 가능하다. 삼성은 당사자 동의를 얻어 직원 e메일도 검색한다.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나도 삼성에 쌓인 게 많다. (삼성에서) 건강을 잃었다'고 했다. '내 통장을 삼성이 관리하고 있다'고도 털어놓았다. 하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근 그가 폭로한 '비자금 차명계좌'에 대한 최초 언급이었던 셈이다. 그는 '김인주(현 전략기획지원팀장)가 실세로 밀실 비자금을 다룬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신동아> 12월호 <김용철 변호사 2005년 ‘오프 더 레코드’ 인터뷰>의 일부"X파일 사건이 터진 후 전화가 온 이유"에 대한 정황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면 될 듯합니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단독 장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엑스파일) 사건' 결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철(47·변호사)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은 '(이학수 부회장으로부터) 박인회(58·구속)씨가 돈을 요구한다는 말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도청테이프를 건네는 대가로 거액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의 증언과 다른 내용이어서 주목된다.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으로부터 저 사람들이 도청녹취록을 갖고 있으니 잘 대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이 부회장에게 어떤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게 좋다는 보고를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공판에서 '돈을 주지 않을 경우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박씨가 협박했다. 박씨가 다섯장을 요구했고 이는 5억원을 의미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겨레> 2005년 11월 19일자 기사 <김용철 전 삼성 법무실장 “박인회가 돈 요구했다는 말 못들어”>의 일부삼성그룹은 이런 일을 경계한 것이겠죠.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나친 경계'를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의 '7년 간의 인연'은 결국 2007년 말에 이르러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함께 더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악연으로 바뀌게 됩니다.
조준웅 특검, '김용철'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이렇듯, 과거 언론보도에서 드러난 '끈'들을 살펴봐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은 상당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에 의해서도 입증된 바 있습니다.
시발점이자 핵심증언자인 김용철 변호사의 존재가, 105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방대하고 다양한 수사를 시도해야 하는 조준웅 특검에게도 수사 의지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하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은 여전히 사건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 비자금 의혹'과 연계된 '공직자 및 언론에 대한 뇌물 제공 의혹' 등도 김용철 변호사가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스스로의 상처를 드러내 치료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 비자금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나 'BBK 주가조작 의혹' 속에서 그 폭발력과 비중이 많이 감소된 측면도 보입니다. 하지만 재벌과 정계, 그리고 관료들이 밀착해 국가의 근본을 뒤흔들려 했다는 막대한 사건임을 감안하면 결코 쉽게 넘겨야 할 사건이 아닙니다.
숱한 의혹 속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에게만큼은 사법의 틀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조준웅 특검의 "필요하다면 이건희 회장이라도 소환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발언이 부디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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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김용철', 어떻게 악연으로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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